[허주열의 정진기(政診器)] 민주당의 상식 밖 '추미애 구하기'
입력: 2020.09.18 09:34 / 수정: 2020.09.18 09:34
21대 국회 첫 정기국회 대정부질문이 14~17일 국회에서 진행된 가운데 4일 내내 추미애(왼쪽) 법무부 장관 아들 서모 씨의 군 휴가 특혜 의혹을 놓고 여야의 거센 정쟁이 펼쳐졌다. 1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진행된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이 추 장관에게 서 씨 의혹을 질의하는 모습. /국회=남윤호 기자
21대 국회 첫 정기국회 대정부질문이 14~17일 국회에서 진행된 가운데 4일 내내 추미애(왼쪽) 법무부 장관 아들 서모 씨의 군 휴가 특혜 의혹을 놓고 여야의 거센 정쟁이 펼쳐졌다. 1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진행된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이 추 장관에게 서 씨 의혹을 질의하는 모습. /국회=남윤호 기자

'안중근 의사' 소환에 '쿠데타 세력' 운운…나가도 너무 나갔다

[더팩트ㅣ국회=허주열 기자] 21대 국회 첫 정기국회 대정부질문(14~17일), 서욱 국방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16일)가 사실상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서모 씨의 군 휴가 특혜 의혹 공방의 장으로 마무리됐다. 야당 의원들은 발언 기회가 있을 때마다 서 씨에 대한 의혹을 집요하게 추궁했고, 여당 의원들은 '가짜뉴스'라며 철벽 방어에 나서며 거센 정쟁이 펼쳐졌다.

국회에서 정쟁이 벌어지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러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정치적 신념이 다른 이들이 각각 그들을 지지하는 국민의 지지를 받아 국회의원으로 선출돼 같은 사안에 다른 주장을 펼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문제는 당사자들이 승자와 패자를 가릴 수 없는 정쟁에 지나치게 몰입해 상식 밖 언행으로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이다.

정쟁에서 제기된 주장이 옳고 그른지 판단하는 것은 국민 몫이다. 그러한 판단이 쌓여 다음 선거에서 국민의 선택으로 승자와 패자가 가려지는 게 정치가 아닐까 싶다. 연장선에서 한 쪽은 의혹이 사실이라 주장하고, 다른 쪽은 사실이 아니라고 하는 서 씨 의혹의 진위는 정치권이 가릴 수 없다. 분쟁이 있을 때 옳고 그름을 가리는 것은 사법부의 몫이다.

다만 국민을 대표하는 이들이 하는 정쟁이라면 그 주장들은 상식적이어야 한다. 같은 편, 지지자도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을 하는 것은 해당 정당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정치 전반의 신뢰도도 떨어뜨린다.

그런 면에서 서 씨를 옹호하는 더불어민주당의 최근 행태는 매우 우려스럽다. 느닷없이 독립운동가 안중근 의사를 소환해 "서 씨는 '나라를 위해 몸을 바치는 것이 군인의 본분(위국헌신군인본분, 爲國獻身軍人本分)'이라는 안중근 의사의 말을 몸소 실천했다"는 공식 논평을 내더니, 서욱 국방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선 "쿠데타 세력이 국회로 들어와 가짜뉴스로 공작 정치를 한다"는 주장까지 펼쳤다.

민주당은 안 의사 비유에 논란이 일자 슬그머니 해당 내용을 삭제한 수정 논평을 냈다. 이후에도 파문이 확산하자 논평을 낸 당사자가 뒤늦게 "적절하지 않은 인용으로 물의를 일으켜 깊이 유감을 표한다"고 뒤늦게 사과했다. '쿠데타 세력' 운운했던 의원은 "과거 군이 부끄러운 역사가 있는 거 아닌가. 제가 세력이라고 했는데 저는 그런 시각이 있다"고 사실상 기존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외에도 민주당 의원들은 "군대를 안 다녀온 분들이 많은 정당의 정치 공세에 불과하다", "(서 씨가 복무했던) 카투사 자체가 편한 군대다", "부득이한 사유가 있으면 전화나 메일, '카카오톡' 등을 통해 휴가 연장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펼쳤다.

지난 1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답하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이새롬 기자
지난 1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답하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이새롬 기자

민주당 내부에서도 '오버했다'는 말이 나오는 비상식적 발언들이다. '위국헌신군인본분'은 구한말 한국통감부 초대 통감이었던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안 의사가 뤼순 감옥에서 순국 직전 그를 흠모했던 간수 지바 도시치에게 써준 유묵(遺墨)이다. 징병제 하에서 입대해 군 생활 중 휴가 특혜 의혹이 제기된 서 씨의 사례에 비유해 사용할 말이 결코 아니다.

12·12 쿠데타의 주역이었던 두 전직 대통령도 국민의힘의 전신에 해당하는 신한국당 문민정부에서 구속돼 사법적 처벌을 받았다. 이후 20년 이상 흐른 현재에 와서 '쿠데타 세력이 국회로 들어와 공작 정치'를 한다는 발언에는 야당이 국정운영의 파트너가 아니라 처단할 적이라는 적의가 가득하다.

군대를 안 다녀온 의원은 민주당이 더 많아 사실 자체가 틀렸다. 또 '카투사가 편한 군대다', '카톡 휴가 연장 가능' 발언도 거센 역풍을 야기한 문제의 발언들이다. 여기에 검찰 수사 결과도 나오기 전에 국방부와 국민권익위원회가 추 장관 측을 비호하는 발표를 하면서 '추방부'(추 장관을 지키는 국방부), '정권권익위'라는 비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추 장관과 그 아들에 대한 의혹에 민주당과 정부가 왜 이렇게 무리수를 두면서 옹호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국민이 적지 않다. 정쟁을 하더라도 상식적인 주장을 펼치는 정당, 정쟁에 개입하지 않고 본연의 임무에 충실한 정부 모습을 기대하는 것이 헛된 바람인지 묻고 싶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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