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확대경] '위국헌신' 후푹풍…與 대변인, '오버(?)'가 부른 파문
입력: 2020.09.18 05:00 / 수정: 2020.09.18 05:00
박성준 원내대변인이 추미애 법무장관 아들을 안중군 의사 발언을 인용해 감싼 논평이 연일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7월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1차 전체회의에서 발언하는 박 원내대변인. /뉴시스
박성준 원내대변인이 추미애 법무장관 아들을 안중군 의사 발언을 인용해 감싼 논평이 연일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7월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1차 전체회의에서 발언하는 박 원내대변인. /뉴시스

인지도 상승·비난 봇물…'양날의 칼'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의혹 관련 여야 간 공방 과열 양상이 대변인 논평으로 번져 지속되는 모양새다. 추 장관 아들 군 복무 의혹을 감싸면서 안중근 의사 발언을 인용한 여당 대변인 논평 적절성을 두고 야당에선 '당 대표 사과 및 대변인 사퇴'을 요구하는 반면 여당은 "과했지만 사퇴할 정도는 아니다"라며 진화에 나섰다.

정치권에선 전날(16일)에 이어 17일에도 안중근 의사까지 끌어들여 추 장관 아들 서 모 씨의 성실한 군 복무를 강조한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 논평에 대한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야당은 이날 박 원내대변인을 비롯해 추 장관을 엄호하려다 무리수를 던진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정치권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일을 보면 일반 국민이 상식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의 발언이 쏟아지고 있다"며 "이래서 우리나라가 정상적인 나라로 갈 수 있는지 매우 회의적인 생각을 갖는다"고 말했다. 이종배 정책위의장은 "쿠데타라느니 안중근 의사라느니 여당 의원들의 막말 수준이 황당하다 못해 한심하다"고 했다. 김병민 비대위원은 "박 원내대변인의 사퇴와 공식 사과를 촉구한다"고 지적했다.

정치권 바깥에서도 여진이 지속되고 있다. 이날 순흥 안씨 안중근 의사 문중 순흥 안씨 참판공파종중은 여당을 향한 항의 성명을 마련하기 위해 모였다. 안호택 순흥안씨 참판공파종중 회장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항의 성명은 다음 주 내려고 한다"며 "집권여당 대변인 성명으로 안중근 의사의 '위국헌신(爲國獻身)' 어록을 인용했는데 인중근 의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행태에 이루 말할 수 없는 슬픔을 느끼고 있다"며 "박 원내대변인이 사퇴하고 집권여당 대표가 적어도 사과 한마디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여당은 곧바로 진화에 나섰다. 강창일 전 의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대한민국 군대 갔다 온 사람은 전부 안 의사라는 얘기"라며 "오해라기보다는 오버, 즉 지나쳤다"고 했다. 홍익표 의원은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사과하고 수정을 했다"라며 박 원내대변인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이낙연 대표도 과거 5번 대변인을 하며 인지도를 높여왔다. 지난 4·15 총선에서 박성준 당시 후보를 지지하는 이낙연 당시 공동상임선대위원장. /이선화 기자
이낙연 대표도 과거 5번 대변인을 하며 인지도를 높여왔다. 지난 4·15 총선에서 박성준 당시 후보를 지지하는 이낙연 당시 공동상임선대위원장. /이선화 기자

이낙연 민주당 대표 비서실장인 오영훈 의원은 BBS 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에서 "어제(16일) 논평 과정에서 적절치 못했던 언급이 있었다"고 평가하며 "당 대표께서 대표 취임 수락 연설을 통해서 민주당 기풍을 쇄신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고, 최근에 윤리감찰단을 구성해 당내 관련된 윤리적 문제에 대해서까지 균형을 잡으시겠다는 의지를 충분히 밝히셨기 때문에 새로운 분위기가 형성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했다.

친여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초선의 경솔함이라고 하기엔 과했다"는 등의 비판과 "애초에 안중근 장군 말씀대로 성실히 군 복무 했다는 얘기인데 이게 왜 논란인가"라는 반응이 엇갈렸다.

정당 대변인은 당의 '입'으로 통한다. 각종 정책 현안에 대한 당 공식 입장을 전달하며 여야 설전 최전선에 선다. 정당의 소통 창구라는 점에서 논평 단어 하나에 담기는 압박감과 책임감이 크다. 때에 따라 논평이나 발언이 의도와 잘못 알려져 수난을 겪기도 한다.

앞서 지난 8월 허윤정 당시 민주당 대변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빠르게 재확산하자 브리핑에서 "추석의 전면적 이동을 허용할 것이냐의 문제까지 지금은 더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가 논란이 되자 민주당이 이를 공식 부인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 2월에는 홍익표 당시 수석대변인이 코로나19 확산세 관련 당·정·청협의 결과 브리핑에서 "대구·경북·청도 지역을 감염병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해 통상의 차단 조치를 넘는 최대 봉쇄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말했다가 비판 여론이 일자 "질책을 달게 받겠다"며 대변인 자리에서 물러났다.

반면 대변인으로 대중 인지도를 높여 당 중진으로 성장하는 이들도 있다. 이낙연 대표는 2001~2002년 두 차례 새천년민주당 대변인, 2002년 대선 때 선대위 대변인과 고 노무현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 2007년 대선 당시 대통합민주신당 대변인 등을 지내며 날카로운 논평으로 눈길을 끌었다. 2002년 집단 탈당 움직임이 가시화할 당시 대선 선대위 대변인이었던 이 대표가 쓴 "지름길을 모르거든 큰길로 가라. 큰길도 모르겠거든 직진하라. 그것도 어렵거든 멈춰 서서 생각해 보라"(초보운전자를 위한 격언)라는 논평은 지금도 회자된다.

'위국헌신' 논평 당사자인 박 원내대변인 측은 이번 논란이 예상외라며 당황한 분위기다. 박 원내대변인 관계자는 "의원이 평소 보좌진과 대화할 때 위인 명언, 문구 등을 인용해 말하기도 하는데 이를 보좌진이 기억해두었다가 해당 논평을 작성했던 것"이라며 "본질과 다르게 논란이 커져 당황한 건 사실"이라고 했다. 이어 "논평을 최종 검토할 때 마침 서욱 국방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중이었는데 의원 질의 순서가 얼마 안 남았을 때라 서류로 꼼꼼히 보지 못하고 문자로 본 후 승인해 넘긴 부분을 의원이 아쉬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일을 계기로 다음부터는 꼭 서류로 논평 초안을 확인하겠다는 입장"이라고 해명했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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