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확대경] '통신비 2만 원' 싸늘한 여론…진퇴양난 이낙연 대표
입력: 2020.09.15 13:17 / 수정: 2020.09.15 13:17
더불어민주당이 4차 추가경정예산안에 반영될 통신비 2만원 지급 실효성 논란과 관련해 정책을 강행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부정 여론이 커 이낙연 당 대표의 정치적 부담감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추경 심사 과정에서 집행액 조율 등을 보완할 가능성도 관측된다. 1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는 이 대표. /이새롬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4차 추가경정예산안에 반영될 '통신비 2만원 지급' 실효성 논란과 관련해 정책을 강행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부정 여론이 커 이낙연 당 대표의 정치적 부담감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추경 심사 과정에서 집행액 조율 등을 보완할 가능성도 관측된다. 1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는 이 대표. /이새롬 기자

입장 번복시 리더십 타격…'4차 추경' 정국 野에 끌려갈 우려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통신비 2만 원 지원' 논란에도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재논의 가능성에 분명한 선을 그었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방침을 번복하면 유력 대권 주자인 이낙연 대표의 리더십 타격과 함께 9월 정기국회 주도권 싸움에서 밀릴 우려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4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 심사 과정에서 정치적 타격을 최소화하는 형태로 통신비 지원안을 보완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14일 정치권에선 정부 여당이 2차 긴급재난지원금 성격으로 추진하는 '만 13세 이상 국민 통신비 2만 원' 지원안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취약계층 대상으로 맞춤형 지원에 중점을 뒀다는 추경 취지와 맞지 않고, 대기업인 통신사 배만 불린다는 주장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국가 채무가 한 해에만 106조 원 급등한 상황에서 4차 추경 7조8000억 원 중 1조 원에 가까운 돈을 통신비 2만 원 보조에 쓴다는 게, 제대로 된 생각을 갖고 하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도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통신비 2만 원 지급이야말로 별 효과도 없는 포퓰리즘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14일에도 정부 여당의 통신비 지원안을 맹비난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는 주호영 원내대표, 김종인 비대위원장, 김미애 의원.(왼쪽부터) /이새롬 기자
국민의힘은 14일에도 정부 여당의 '통신비 지원안'을 맹비난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는 주호영 원내대표, 김종인 비대위원장, 김미애 의원.(왼쪽부터) /이새롬 기자

국민 여론도 부정적이다. 이날 발표된 여론조사(YTN '더뉴스' 의뢰,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4.4%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결과에 따르면 통신비 2만 원 지원에 대해 국민 58.2%가 부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긍정 평가는 37.8%에 그쳤다.

하지만 민주당과 정부는 통신비 지원안 방침을 유지하겠다는 분위기다. 전날(13일)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공식 일정에 없었던 최고위원 간담회를 비공개로 긴급 소집했지만, 통신비 지급 문제는 다루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도 힘을 실었다.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코로나 상황에서 비대면 온라인으로 학습도 해야 하고, 근무도 해야 하고, 경제활동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무선통신이라는 것이 일종의 방역 필수재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며 통신비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가 이처럼 야당과 국민 여론에도 통신비 지원안을 밀어붙이는 배경에는 정치적 부담감이 상당하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 대표가 입장을 번복하는 순간 리더십이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집권당 대표이자 유력 대권 주자인데 일부의 반발로 정책을 포기하면 준비 안 된 아마추어 대표, 무능한 여당 대표 말이 나올 것이다. 정책을 밀어붙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풀이했다.

실제로 당정합의로 이미 결정된 사안임에도 통신비 지원 관련 최근 여권 내부에서 이견이 계속 나오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승수효과 없다"고 지적했고,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통신비 지원 대신 무료 와이파이 확대 사업 투자를 제안하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재명(왼쪽) 경기도지사는 14일 기본 대출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이 대표 입장에선 보편 지급과 선별 지급 구도가 굳어지면 부담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7월 30일 경기도청에서 만나 대화하는 이낙연 대표와 이 지사. /이새롬 기자
이재명(왼쪽) 경기도지사는 14일 '기본 대출'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이 대표 입장에선 '보편 지급'과 '선별 지급' 구도가 굳어지면 부담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7월 30일 경기도청에서 만나 대화하는 이낙연 대표와 이 지사. /이새롬 기자

이 지사가 '보편 복지' 정책을 선점하며 치고 나가는 상황에서 자신이 제안한 '전국민 통신비 지원안'을 철회하는 모양새도 이 대표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이 지사는 이날도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의 통신비 2만 원 지원 대책 논란에 대해 "당에서 결정한 걸 자꾸 왈가왈부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며 대답을 피하면서도 '기본 대출'이란 새 제도 시행을 주장해 시선을 끌었다. 신용도와 상관없이 (1~2% 수준의) 장기 저리로 평생 한 번 쓸 수 있는 마이너스 통장을 제공해 국민에 최소한의 대출받을 권리를 부여해주자는 내용이 핵심이다.

국민의힘이 '무료 백신 예방접종'으로 4차 추경 의제에서 더 여론의 호응을 받는 가운데 통신비 지원안 지적을 받아들이고 재논의할 경우 9월 정기국회 샅바싸움에서 주도권을 넘겨줄 수 있다는 정무적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추경 심사 과정에서 지원액을 조정하는 등의 입장 변화도 관측된다. 반대 여론에도 밀어붙이는 모습이 적절하지 않고, 빠른 4차 추경 처리를 위해선 야당의 반발을 최소화해야 한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이 대표가 지난 9일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통신비 지원안을 제안한 데 대해선 "이 대표의 생각은 아니었다. 다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당정 간 합의로 반영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지금 논란이 되는 문제와 관련해 국회 심의 과정에서 보완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보완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며 "실질적인 대안이 제시된다면 검토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한편 이번 여론조사는 리얼미터가 전국 18세 이상 성인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4.4% 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을 참고하면 된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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