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14일 국회 정치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아들 군 휴가 논란'을 둘러싼 야당 의원들의 의혹 제기를 부인했다. /국회=이새롬 기자 |
'청문회' 방불케한 대정부질문 첫날, '통역병 선발··민원실 전화 의혹 공방
[더팩트|문혜현 기자] "(아들 복무 당시) 군을 상대로 계엄령 준비에 대한 경고를 날렸던 상황이다. 제가 그런 군에게 아들을 맡기면서 '제 아들 잘 봐달라'고 청탁한다던지, 제 가족이 저를 대신해 그런 청탁을 했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거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14일 국회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아들 군 휴가 특혜 의혹'과 관련한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야당 의원들의 질문 세례에 대정부질문장은 흡사 '추미애 청문회'를 방불케 했다. 추 장관은 평소 강경한 태도와는 달리 아들 문제를 설명하면서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추 장관은 이날 국방부 민원 여부, 통역병 선발 과정 개입 여부, 휴가 신청 과정상 외압 여부를 모두 부인했다.
여당 의원들은 추 장관 관련 의혹을 '근거없는 정치공세'로 규정하고 적극 엄호에 나섰다. 특히 지난 13일 추 장관이 페이스북을 통해 밝혔던 사과 입장 및 해명에 대해 언급하며 자세한 내용을 묻기도 했다.
야당 의원들은 추 장관을 비판하면서 정세균 총리에게 '장관 해임안'을 촉구했다. 수사 중인 사안이라는 이유로 추 장관이 답변을 하지 않으면 "지금 답변을 거부하는 건가"라며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여당 의원은 추 장관의 해명글을 언급하며 추가 설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새롬 기자 |
◆정청래 "무심한 어머니였네요. 힘내십시오"
대정부질문 첫 타자로 나선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코로나19 방역 전쟁 중에 '아니면 말고'식 카더라 군불때기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법무부 장관 아들 의혹 부풀리기가 도를 넘고 있지만 국방부의 문제 없음 발표로 한풀 꺾이고 있어 다행"이라고 했다.
정 의원은 정세균 총리를 향해 국방부의 답변을 두고 "신뢰하느냐"고 물은뒤 동의를 얻자 "안보를 중시한다는 일부에서 국방부를 공격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지적했다. 정 총리는 "국방부를 공격할 리가 있겠나. 추 장관 자제와 관련해 정치권 논란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런 경우 정서적 접근보다 사실적으로 접근하는 게 옳다"며 "그리고 코로나19를 비롯해 국정 산적한 현안이 많은데, 정치권이 이런 문제에 천착해줬으면 좋겠다는 개인적 의견이 있다"고 답변했다.
정 의원은 이어 추 장관을 향해 "장관의 페이스북 글에 개인적으로 감동했다"며 "페이스북에 속 시원히 말하지 못하는 게 수사 지침 때문이라고 하셨다. 오늘도 그럴 것 같은데 속 시원하게 답변할 게 있느냐"고 물었다.
추 장관은 "이 사건은 1월 3일 야당이 고발한 사안이고 저는 책임자로서 말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그런 중 의혹 부풀리기가 있었고, 이미 검찰에서 수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제가 언급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으나 저의 심경만큼은 국민께서 불편함을 느끼는 게 바람직하지 않아 글로써 밝혔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추 장관은 아들의 군 입대 당시 당 대표로서 활동한 내용을 밝히고 "제가 아들 군 문제를 청탁하려면, 또 일부러 군 특혜를 받으려면 진작 그렇게 했을 거다. 아들은 초등학생 때부터 아팠다. 저는 성장통인 줄 알고 신경쓰지 않았다"고 했다.
이에 정 의원은 "무심한 어머니였다"며 "당직사병과 이 모 대령의 말이 허위로 드러났다. 이 모 대령의 상관은 신 모 의원이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의 탄핵과 하야를 주장했다. 전광훈 목사의 친구다. 같은 무대에 서 있었다. 추 장관은 이런 움직임에 소회가 있나"라고 질의했다. 추 장관은 "사실은 굉장히 놀랍다"면서도 "제가 또 말씀드리면 뭐라고 할 것 같으니까 그냥..."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추 장관은 이날 국회 예결위원회 회의장에서 야당 의원들을 향해 '소설 쓰시네'라고 발언한 부분에 사과했다. /이새롬 기자 |
◆"'소설 쓰시네' 독백한 것…상당히 죄송하다"
추 장관은 이날 지난 예결위 회의 당시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소설 쓰시네"라고 발언한 데 대해 사과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의원과 아들 휴가 의혹 관련 질의를 주고받던 추 장관은 '특임검사' 요구에 "그것은 요건이 맞아야 하는 거다"라며 "답변드리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자 윤 의원은 "의원이 질의하는데 왜 답변하지 않는가. 이런 것도 답변해야 한다. 오죽하면 국회에서 답변 태도가 불편하다고 민주당 의원이 질문하겠나"라고 질타했다.
이에 추 장관은 "저에 대한 공격은 참겠다. 당일날은 법무부 차관에 대해 '아들 일을 잘 처리해준 보상으로 그 자리에 왔느냐'하는 상당히 저로 인한 불편한 질문을 하셨다. 제가 이건 심하다고 생각하는 모욕감으로 대신 대변해주느라 (그랬다). 사실 독백이었는데 스피커가 켜져 있다 보니 그렇게 나가버린 것 같다"며 "상당히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추 장관은 이날 '보좌진이 아들 부대에 전화했느냐'는 질의에 "전화를 걸도록 시킨 일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이 "민원실에 전화한 것이 남편인가 추 장관인가"라고 묻자 추 장관은 "제가 전화한 사실은 없다"며 "남편에게 물어볼 형편도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에 박 의원이 "(추 장관이 안했다면) 그럼 당연히 남편 아닌가"고 되묻자, 추 장관은 "저희 가정은 집에 아들 혼자 있다. 저는 전화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추 장관이 "유불리를 떠나 수사에 관한 질문은 답할 수 없다"고 하자 박 의원은 "지금 답변을 거부하는 건가"라고 날을 세웠다. 추 장관이 "지금 대정부질의하는 것인가 신문을 하는 것인가"라고 따지자 검사 출신인 박 의원은 "저도 검찰 조사하다가 그거 하기 싫어 국회의원 출마한 건데, 장관처럼 사리에 맞지 않는 말을 하니 그렇다"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앞서 박 의원은 정 총리를 향해 추 장관의 해임 건의안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추 장관이 국회에서 답변하면서 '소설 쓰시네'라고 비아냥 거린 적이 있고 장관 아들 문제로 온나라가 떠들썩 하다"며 "지금 예결위에서 보좌진이 아들 부대에 전화한 적 있느냐는 물음에 '없다'고 했는데 사실이라면 해임을 건의할 건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정 총리는 "장관은 알다시피 엄정한 인사 검증을 통해 대한민국 국회에서 청문회하고 장관에 임명된다. 그래서 장관이 해임 대상이 되려면 법률을 위반했다던지, 중대한 흠결이 있다던지 그런 경우가 아니면 해임 건의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본다"고 선을 그었다.
정 총리는 "추 장관이 경우에 따라선 말씀이나 행동이 적절치 않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그런데 그런 정도로 장관 해임을 건의하는 건 과도한 것이다 판단한다"고 했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이 추 장관 아들을 향해 "이게 바로 황제 복무다, 황제 휴가"라고 공세하자 추 장관은 "굳이 그렇게 이야기하셔야 되겠느냐. 너무 야비하지 않나"라고 불쾌한 기색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새롬 기자 |
◆박수영 "국방부 민원실에 '우리 아들도 휴가보내달라' 전화 온다"
이날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추 장관을 향해 "그간 제기된 의혹 중에 납득될만한 해명이 부족한 듯하다. 해명 기회를 드리겠다"며 "우선 국방부 민원실에 '우리 아들도 휴가 보내달라 민원 전화가 폭주한다고 한다. 언론보도 보셨나"라고 지적했다.
추 장관은 "제 아들은 환자인 병사였다"며 "그래서 대한민국에서 환자인 병사의 경우 병가에 대해 부득이한 사유가 있으면 가장 빠른 통신 수단으로 할 수 있다는 규정을 국방부도 갖고 있다. 거기에 대해선 국방부에서 잘 할 것"이라고 답했다.
박 의원은 또 "아들의 진료 기록 수사를 방해한 사람을 영전시켰다. 김관정 팀장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압수수색한 사람을 좌천시켰다. 명백한 수사개입 아닌가"라고 추궁했다.
추 장관은 이에 "그건 의원 오해다. 제가 1월 3일부터 피고발인이기 때문에 일체 사건 보고를 받지 않았기에 압수수색이 있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건 전혀 인사상의 고려 사항이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박 의원은 이어 "어미로서 후유증을 걱정했다고 (페이스북에) 적었는데 다른 엄마를 생각했나"라고 하기도 했다. 추 장관은 "맞다. 군에 가면 다치지 않길 기대할 거고, 아프더라도 제대로 처치가 돼서 건강한 군 생활을 하도록 기도하는 게 모든 장병 엄마들의 마음일 것"이라고 했다.
이날 추 장관은 수차례 아들에게 미안함을 드러냈다. 아들이 군에 복무할 당시 당 대표직을 수행했던 추 장관은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면서 말끝을 흐리기도 했다.
'보좌관과 통화도 하지 않았느냐'란 질문에 추 장관은 "오해살까 하지 않았다"고 했다. '검찰에서 요구하면 통화 기록을 제시하실 수도 있느냐'고 묻자 "검찰 수사에 맡겨 놓자. 수사방식까지 그렇게(하나)"라고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추 장관은 이어지는 야당 의원들의 거친 공세에 "그런 용어 사용은 자제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이 추 장관 아들을 향해 "이게 바로 황제 휴가, 황제 복무"라고 소리치자 추 장관이 "제 아들은 그냥 평범한...(군인이다) '탈영', '황제' 굳이 그렇게 이야기하셔야 되겠느냐. 너무 야비하지 않나"라고 했다.
그러자 장내는 한차례 고성이 오갔다. 추 장관은 당직사병 증언과 관련한 질의에 "당직사병을 자꾸 야당 의원들은 공익제보라고 하신다. 공익 제보는 상당히 공익적이어야 하고, 의심이 합리적이어야 한다. 당직사병이 그것을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지도 않다"며 "진술에 의심이 주어진 상황이라고 하니 의원도 공격적으로 그러시지 말고 차분하게 판사도 하셨으니 한 번 따져주셨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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