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정기국회 일정에 차질이 빚어진 가운데 비대면 회의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3일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국회 방호요원들이 본청 2층을 폐쇄하고 있다. /배정한 기자 |
국회 사무처 '영상 회의' 준비 중이지만…여야 논의는 '글쎄'
[더팩트|문혜현 기자] 최근 국회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9월 정기국회 일정은 물론 오는 10월 7일부터 예정된 국정감사 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때문에 하루 빨리 국회 밖에서도 국회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비대면 회의' 시스템이 도입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회는 지난 7일 출입기자의 코로나 19 확진이 확인되면서 8일 본회의 일정을 기존 오전 10시에서 오후 2시로 조정했다. 확진자가 다녀간 장소 방역 및 접촉 경로 등 파악을 위해 타 상임위와 정당 회의 등 일정도 오후로 미뤄졌다. 이날 하루 국회 소통관은 폐쇄 조치됐다. 소통관은 9일 오전 6시부터 다시 개방했다.
국회 내 세 번째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감염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김영춘 국회 사무총장은 지난 8일 "100일 정기국회를 차질 없이 진행하기 위해 국회의원과 국회 구성원들의 안전 확보가 최우선"이라고 했지만, 하루에도 여러 상임위가 동시에 진행되는 만큼 비대면 회의 시스템 도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사무처는 이미 웹카메라, 헤드셋 등을 각 의원실에 지급해 당별 의원총회, 회의 등을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하도록 돕고 있다. 하지만 상임위원회와 본회의 같은 경우 국회법상 의원의 '물리적 출석'을 기본으로 규정하고 있어 비대면 회의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회의 진행(방식)에 대한 부분은 의장과 여야 대표들 간 협의를 통해 진행해야 한다. 사무처에선 여야 논의와 법 개정에 따라서 지원해야 할 실무 준비는 갖춰 나가고 있다"며 "상임위 영상 회의 도입은 3차 추경에서 편성된 예산으로 9월부터 순차적으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법과 제도를 만드는 건 운영위원회와 의원들의 몫이다. 논의가 되면 적극 지원하겠다는 게 사무처 입장"이라고 밝혔다.
국회법상 상임위원회와 본회의는 의원의 물리적 출석을 전제로 하고 있어 영상 회의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지난 7일 칸막이가 설치된 채 진행된 국회 환노위원회 전체회의. /이새롬 기자 |
실제 국회법 '110조 (표결의 선포) ① 표결할 때에는 의장이 표결할 안건의 제목을 의장석에서 선포하여야 한다'는 규정이나 '111조(표결의 참가와 의사변경의 금지) ① 표결을 할 때 회의장에 있지 아니한 의원은 표결에 참가할 수 없다. 다만, 기명투표 또는 무기명투표로 표결할 때에는 투표함이 폐쇄될 때까지 표결에 참가할 수 있다'는 조항에 따르면 의원의 '물리적 출석'을 전제로 하고 있다.
표결 관련 조항 외에도 '제32조(청가 및 결석) ① 의원이 사고로 국회에 출석하지 못하게 되거나 출석하지 못한 때에는 청가서(請暇書) 또는 결석신고서를 의장에게 제출하여야 한다'에 의해 현행법상 비대면 회의가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달 28일 김 사무총장도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현재 국회법은 국회 본청의 회의실 안에서만 회외하게 돼 있다"며 "원격 회의나 원격 투표는 원천적으로 법상 불가능하다. 결국 여야가 합의해 국회법을 개정해 주셔야되는 문제"라고 했다.
이에 따라 여야 논의가 시급한 상황이지만 구체적인 움직임은 나오지 않고 있다. 한 국회 보좌진은 통화에서 "당에서 그런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며 "저는 보좌진 및 국회의원 재택근무를 해야 한다고 본다. 지금은 괜찮지만 국정감사 시즌이 문제"라고 말했다.
국회 보좌진들은 비대면 회의 도입 필요성에 동의했지만, 국정감사 실효성 퇴색에 우려를 드러냈다. 지난 3일 확진자 발생 후 진행된 국회 방역. /국회 제공 |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출퇴근을 택시로 하고 있는 그는 "본청에서 한 명의 확진자가 나오면 몇 천명이 위험할 것"이라며 "각층에 상임위가 네 개인 데다 국감은 밤 11시까지 진행된다. 올해는 현장 국감 없이 국회 국감으로 진행될텐데, 국감 때 코로나19가 터지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또한 "국감 전에 해야 될 것은 국회의원 300명의 코로나19 전수조사란 말도 나온다. 국회에 있는 인원들을 모두 선별 검사해야한다는 이야기가 복지위에서 나온 바 있다"며 "직원들은 회사와 집만 오가지만 의원들은 지역 사무실과 행사를 자주 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회에서 추경 외에 급한 일이 없는 상황에서 각 상임위마다 회의를 열고 있다. 국회가 나서서 셧다운을 하고 비상 상임위만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비대면 화상 회의가 진행될 경우 국감 본연의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다른 국회 보좌진은 "국감 시기가 다가오면 피감기관 관계자들이 와서 의원실과 이야기도 하고 논의할 게 있다. 그런데 현재 1회 2명, 부처 공무원만 출입이 가능한 상황이라 불편하다"고 했다.
이어 "(비대면 회의가 진행될 경우) 일하는 사람 입장에선 영상의 한계 때문에 파행이나 싸움 등이 없어서 긍정적인 면이 있을 거다"라면서도 "국감은 의원들이 정부부처를 견제하면서 일을 잘 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제도다. 비대면 상황에서 문제를 지적하고 답변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서면 질의나 다름 없지 않나 생각도 든다"고 우려했다.
moone@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