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지난 100일은 국민의힘이 총선 패배의 아픔을 극복하고, '처절한 반성과 혁신을 통해 민생정당·정책정당·수권정당'으로 거듭나는 기간이었다"고 자평했다.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모두발언하는 김 위원장. /배정한 기자 |
기존 보수당과 다른 체질 개선 시도…일각선 '김종인만 보인다' 비판도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김종인 국민의힘(옛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취임 100일을 맞았다. 지난 4·15총선까지 전국단위 선거에서 4연패를 해 바닥까지 추락한 당 재건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은 그는 기존 보수정당과는 차별화된 행보를 보이면서, 당 지지율을 대폭 끌어올렸다.
가시적 결과가 나오면서 취임을 전후해 당내에서 나왔던 불만의 목소리는 잦아들었다. 다만 일각에선 '김종인만 보였다'는 평가와 독단적 리더십에 대한 불만도 터져 나왔다. '김종인 체제' 100일 국민의힘은 어떤 변화를 이뤘고, 어떤 평가를 받고 있을까.
◆국민의힘 비대위 "처절한 반성과 혁신으로 시대 변화 주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100일은 국민의힘이 총선 패배의 아픔을 극복하고, '처절한 반성과 혁신을 통해 민생정당·정책정당·수권정당'으로 거듭나는 기간이었다"라며 "우리 당을 진취적인 정당으로 만들어 가면서 시대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이와 같은 호평의 근거로 비대위는 △그동안 많은 상처를 줬던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들과 광주시민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죄 △4·15 총선 패배 원인을 심층 분석한 총선 백서 제작·발표 △국민을 위한 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한 당명 개정 △진취적인 정강정책 수립 △'약자와의 동행위원회'를 중심으로 어려운 국민을 위한 다양한 정책 개발 등을 꼽았다.
변화의 과정에서 김 위원장의 역할은 절대적이었다. 보수정당 대표 최초로 5·18 국립묘지에서 무릎을 꿇고 5·18민주화운동 희생자들께 통렬한 참회의 마음을 표현했다. 또한 지난 여름 역대급 수해 피해를 입은 호남을 대통령, 더불어민주당보다 먼저 찾아 지역민을 위로했다.
민주당의 독단적 국회 운영에 국민의힘 일각에서 나왔던 '장외투쟁' 목소리를 잠재우고, '원내투쟁'을 강조해 결과적으로 호평을 끌어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30%대로 상승했다.
3일 김종인 위원장이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원장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배정한 기자 |
김종인 비대위 출범 당시인 5월 4주 차 리얼미터 주중집계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25.7%로 민주당(42.8%)과의 격차가 17.1%에 달했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5%포인트).
반면 리얼미터의 9월 1주 차 주중집계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31.9%를 기록, 민주당과(37.6%)가 5.7%p로 좁혀졌다. 특히 같은 기관의 8월 중순 조사에선 한때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앞서기도 했다.
이와 관련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비대면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한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지난 100일에 대해 100점 만점에 몇 점을 주고 싶은가'라는 질의에 "제가 답할 게 아니라 국민이나 언론이 국민의힘이 얼마만큼 변화를 가져왔는지를 보고 판단할 부분"이라고 답을 피했다.
다만 그는 "변화와 혁신을 통해 국민의힘이 신뢰받는 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루하루 최선의 노력을 해오고 있다"라며 "취임 100일은 변화와 혁신의 시동을 거는 것에 불과하다. 약자와의 동행, 국민 통합에 앞장서고 누구나 함께할 수 있는 정당으로 체질을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혁신적 변화 첫걸음" 호평 vs "독단적 리더십 고착화" 우려
김종인 체제 100일에 대한 당 안팎의 평가는 일부 비판도 나왔지만, 대체적으로 긍정적 평가가 우세했다.
김병민 국민의힘 비대위원은 이날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어려운 시기에 김종인 비대위 체제가 출범해 완전한 당 체질 개선을 위한 기초 작업을 한 100일이었다"라며 "당의 근간인 정강정책에 기존에 없었던 많은 변화된 내용을 담았고, 최종적으로 전국위원회 의결에서 92%가 찬성했다. 김종인 체제가 만든 혁신적 내용의 변화에 수많은 구성원이 동의해서 본격적으로 당이 변화할 첫걸음을 뗐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새 당명을 확정한 후 SNS에 거듭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국민의힘 페이스북 갈무리 |
반면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변화를 위한 노력 속에 분명한 한계도 드러낸 100일이었다"라며 "깜짝 반등했던 당 지지율도 하락해 민주당과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는데, 가장 큰 이유는 김종인 비대위가 드러낸 한계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장 의원은 이어 "김 위원장이 제시한 기본소득제, 전일 보육제, 약자와의 동행, 호남 끌어안기 등 화려한 이슈 중 구체화된 정책은 단 하나도 없고, 김 위원장의 독선적 리더십이 갈수록 고착화되는 느낌이다. '국민의힘=김종인당'으로 '인물이 없다', '후보가 없다'라는 말도 자연스레 나온다"고 꼬집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김종인 비대위 출범 당시 당 안팎에서 우려가 컸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긍정적 요소가 많다"라며 "이를테면 당 정강정책에 기본소득을 넣는 등 이전엔 상상할 수 없었던 진화된 보수의 색을 보여줬고, 강성 수구 보수와 단절하려는 노력도 분명히 있었다"라고 호평했다.
다만 박 정치평론가는 "김 위원장의 원맨쇼였다. 당에 변화된 내용이 얼마나 깊숙이 공유될지 의문이 있다"라며 "기본소득 등 제시한 이슈에 대한 법도 만들어 내야 하는데, 이를 실천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문제의 (극우) 당내 인사를 어떻게 정리하고, 새로운 인재를 어떻게 발굴하는지가 남은 과제다. 종합적으로 지난 100일은 나름 긍정적으로 평가할 게 많다"고 말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와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리얼미터 누리집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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