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이슈] "해킹 아닌가요?"…文, 간호사 격려 '편가르기' 파문
입력: 2020.09.03 00:00 / 수정: 2020.09.03 00:00
의료계 파업이 지속되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2일 간호사들을 응원하는 글을 남긴 이후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28일 서울 국립중앙의료원 수도권 병상 공동대응 상황실에서 발언하는 문 대통령. /청와대 제공
의료계 파업이 지속되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2일 간호사들을 응원하는 글을 남긴 이후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28일 서울 국립중앙의료원 수도권 병상 공동대응 상황실에서 발언하는 문 대통령. /청와대 제공

정치권·의료계·SNS 비판 여론 쇄도…난감해진 청와대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의료 현장 일선에서 분투하는 간호사들을 격려하는 메시지를 내놓은 이후 비판 여론이 쇄도하는 등 적잖은 후폭풍이 일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의료 현장을 지키는 간호사들을 향해 격려의 메시지를 썼다. 먼저 글 머리에서부터 간호사분들의 헌신과 노고에 깊은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드린다고 했다.

문제는 간호사들과 달리 의사들을 배제하거나 간접적으로 비판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장기간 파업하는 의사들의 짐까지 떠맡아야 하는 상황" "선별진료소에서 쓰러진 의료진의 대부분은 간호사"라는 대목이 대표적이다.

문 대통령의 메시지는 간호사들을 위로하는 취지지만,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추진 방침 등에 맞서 집단 휴진을 이어가는 의료계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문 대통령이 글을 올렸던 페이스북에 1만70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릴 정도로 수많은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이 가운데 대통령의 메시지를 비판하는 격한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대통령이 의료계 분열을 부추기고 편을 갈라서 되겠냐는 취지다.

문 대통령이 2일 페이스북에 간호사들을 응원하는 글을 올렸다. 이후 댓글에는 대통령 메시지를 비판하는 격한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문 대통령 페이스북 갈무리
문 대통령이 2일 페이스북에 간호사들을 응원하는 글을 올렸다. 이후 댓글에는 대통령 메시지를 비판하는 격한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문 대통령 페이스북 갈무리

특히 의사로 추정되는 반박 글이 눈길을 끈다. 코로나19 방역 최일선에서 사투를 벌이다 체력에 한계가 온 의료진을 '대부분 간호사'라고 언급한 부분에서 현장을 지키는 의사들을 무시한 언사라는 비판이다.

이모 씨는 "선별진료소와 인천공항에서 식사도 거르며 수백 명의 승객을 일일이 검사하고, 방호복을 입으며 탈진할 만큼 일했다"라며 "나라를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일했는데, 의사인 저는 그 자리에 없었나 보다"고 꼬집었다.

그는 "대통령께는 제가 국민도 아니었고, 의료진도 아니었나 보다"라며 "간호사들이 수고한 것을 비하하려는 것이 아니라 제가 있는 곳은 거의 다 의사였고, 간호사들도, 의사들도 함께 싸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재확산 국면에서 의료계에 강경한 태도를 보여왔다. 지난달 31일 의료계에 강한 유감을 밝혔고, 그보다 앞선 27일에는 전시 상황에서 군인들이 전장을 이탈하는 것에 비유하며 의료 현장을 떠난 의료인들을 직격하기도 했다.

그간 문 대통령이 보인 강경한 발언과 이번 간호사들을 향한 격려 메시지에서 의사들을 간접 비판하는 것처럼 읽히는 부분이 연결돼 '편 가르기' 논란이 불거진 측면이 있어 보인다.

야당에서도 문 대통령의 메시지가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SNS 메시지에 의료진으로 표현되지만, 대부분이 간호사였다. 대통령이 국민을 상대로 좌표를 찍었다. 의사를 향한 대리전을 간호사들에 명하신건가"라며 "헌신한 '의료진' 그 짧은 세 음절마저 '의사와 간호사' 분열의 언어로 가르는 대통령, 다음엔 누구를 적으로 돌리실 셈인가"라고 비꼬았다.

4대 의료 정책 중단 문제를 두고 정부와 의료계의 입장은 평행선을 그리면서 의료계 집단 파업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다. 일각에선 엄중한 시기라는 측면에서 정부가 유연함을 발휘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이 제기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정부는 간호사들이 업무 가중으로 고생하는 원인을 고민해봐야 한다"라며 "코로나 비상 상황에서 의사들이 의료활동에 집중하게끔 해야 함에도, 추후 논의해도 될 정책을 두고 의료계와 소위 '밀당'하는 태도는 올바른 접근 방식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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