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겸손" 부각 이낙연, 이해찬표 '독주' 이미지 탈피?
입력: 2020.09.01 05:00 / 수정: 2020.09.01 05:00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겸손한 정당이라는 새로운 당 방향 기조에 맞춰 파격적인 인선을 단행했다. 이 대표는 또, 미래통합당에도 협치의 손길을 내밀었다. /배정한 기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겸손한 정당"이라는 새로운 당 방향 기조에 맞춰 파격적인 인선을 단행했다. 이 대표는 또, 미래통합당에도 협치의 손길을 내밀었다. /배정한 기자

24세 대학생 박성민, 최고위원 파격 발탁 등 쇄신 승부수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민주당을 유능하고 기민하면서도, 국민 앞에 겸손한 정당으로 개선해 가겠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의 '당 쇄신론'에 여야 정치권의 이목이 쏠린다. 총선 압승 이후 윤미향 사태와 박원순 전 시장 성추행 의혹 대응, 부동산 정책 입법 강행 등으로 굳어진 이해찬 전 대표 체제의 '독주' 이미지와 결을 달리하는 모습이다. 이 대표의 이 같은 행보가 자칫 차기 대권을 겨냥한 청와대와의 차별화 전략으로 부각되면 핵심 지지층이 등 돌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대표는 지난달 31일 당 대표 취임 후 가진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을 유능하고 기민하며 겸손한 정당으로 발전시키도록 지도부와 의원들이 함께 노력하겠다는 다짐의 말씀을 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의 '겸손한 정당' 첫 언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 7월 7일 당 대표 출마 선언 때도 당 위기극복을 차기 지도부의 핵심 과제로 거론하며 △책임정당 △유능한 정당 △공부하는 정당 △미래정당과 함께 "국민과 역사 앞에 언제나 스스로를 낮추는 '겸손한 정당'이어야 한다"고 방향을 제시했다.

8·29 전당대회 당 대표 선거 후보 등록을 마친 후에도 이를 구체화한 '국난극복 희망정당 이낙연의 7대 약속'을 발표하면서 "국민을 섬기고 당원과 소통하는 겸손한 정당이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지난달 29일 대표로 선출된 뒤 수락 연설에서도 "유능하고 기민하면서도 국민 앞에 겸손한 정당으로 개선해 가겠다"며 당 쇄신을 약속했다.

첫 인사하는 이낙연 당 대표와 최고위원들. /배정한 기자
첫 인사하는 이낙연 당 대표와 최고위원들. /배정한 기자

◆ 출마선언·수락연설 때도 강조한 "겸손한 정당"

이 대표는 이처럼 자신이 제시한 당의 나가야 할 방향에 자성의 의미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유능하다는 것은 할 일을 제때 하는 것이고, 기민하다는 것은 국민의 아픔이 있다든가, 새로 문제가 생겼을 때 제때 한발 빠르게 대처하는 것"이라면서 "겸손함은 어느 경우에도 국민 앞에서 자신을 낮추는 것이다. 민주당과 저 자신의 반성도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내부에선 불과 2주 전까지만 해도 미래통합당에 3년 10개월 만에 지지율이 역전되는 등 위기의식이 팽배했다. 이에 새 지도부의 출현을 지지율 반등의 기회로 보는 분위기였다.

일각에선 이 대표의 겸손한 정당론이 '독주' 이미지의 이 전 대표 체제와 결별하기 위한 메시지라고 분석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이 대표의 '겸손한 정당'에는 대내외적 메시지가 있다. 우선 원내에서 이 전 대표-김태년 원내대표로 이어진 언행은 옳고 그름을 논외로 하더라도 일방적이었다. 국민은 다수 의석을 줬지만 야당과 끝까지 대화하고 양보도 해가면서 하길 원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그렇지 않았다. 이 대표는 어느 정도 야당과 머리를 맞대는 행보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어 "대외적으로는 조국 전 장관, 윤미향 사태 때 국민의 눈높이와 다른 오만한 모습들이 많이 나왔다. 당에 반대하는 사람은 악이라는 이분법적이고 내로남불 경향이 있는 당내 분위기를 일소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다운 점잖은 표현"이라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지명직 최고위원에 24세의 박성민(사진) 전 청년대변인을 파격 발탁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발탁 배경으로 최근 당 소속 주요 인사들의 성비위 및 2030 젊은 층을 겨냥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박성민 전 대변인 페이스북 갈무리
이 대표는 지명직 최고위원에 24세의 박성민(사진) 전 청년대변인을 파격 발탁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발탁 배경으로 최근 당 소속 주요 인사들의 성비위 및 2030 젊은 층을 겨냥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박성민 전 대변인 페이스북 갈무리

'겸손한 정당'이라는 방향과 발맞춰 인선도 파격적이다.

우선 이 대표는 메시지실을 신설해 실장에 박래용 전 경향신문 논설위원을 임명했다. 박 실장은 지난 6월까지 칼럼을 통해 文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며 쇄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왔다. 그는 지난 2019년 3월 "정권이 바뀌면 달라지리라 믿었다. 그러나 개혁은 철벽에 가로막힌 듯 힘을 잃고 있다"고 했고, 조 장관 사퇴 이후인 같은 해 10월 "이제 '조국 정국'을 매듭짓고 새 출발을 하자는데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넘어갈 수는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지명직 최고위원에 24세인 박성민 전 청년대변인을 파격 발탁한 점도 정치권에선 "의외"라는 평가다. 이 대표는 이에 대해 "이번 인선에선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청년과 여성이 당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도록 제도화하겠다는 제 거듭된 약속을 이행해 가는 것이었다"라고 했다. 당이 최근 소속 주요 인사들의 성비위 행위로 강한 비판을 받아온 만큼 상징적인 인물을 지도부에 앉혀 이 전 대표 체제와 다른 모습을 보이겠다는 포부로 읽힌다.

이 대표는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가 민주당이 독식한 상임위원장 재배분을 요청한 것과 관련해 김태년 원내대표에게 금명간 주 원내대표를 만나 협의하도록 말씀드렸다고 밝혀 대여 관계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31일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하는 이 대표. /배정한 기자
이 대표는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가 민주당이 독식한 상임위원장 재배분을 요청한 것과 관련해 "김태년 원내대표에게 금명간 주 원내대표를 만나 협의하도록 말씀드렸다"고 밝혀 대여 관계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31일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하는 이 대표. /배정한 기자

◆ "진의 파악이 먼저" 협치의 공은 통합당에

원내에도 고개를 숙이고 '협치'에 한발 다가서는 모양새다.

이 대표는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가 민주당이 독식한 상임위원장 재배분을 요청한 것과 관련해 "김태년 원내대표에게 금명간 주 원내대표를 만나 협의하도록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그는 수락 연설 때 "야당에 양보할 것은 하겠다"고 협치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 전 대표 체제에서 민주당은 상임위원장 자리를 모두 차지하고 주요 법안들을 일방 처리하면서 '거여 독재' 비판을 받아왔다.

다만 이 대표가 협치에 적극적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당내에선 약 1년 남은 문재인 정부의 후반기 국정운영 과제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친문 진영의 목소리가 강하다. 이 대표는 당 대표 선출 직후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당·정·청이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할 것"이라며 당·청 '원 팀'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표도 "통합당의 말이 일관된 것은 아니었기에 (상임위원장 재배분 요청에 대한) 진의 파악이 필요하다. 7월까지 계속됐던 우여곡절을 반복하는 일은 현명하지 않다"라고 한발 물러섰다. 그러면서 향후 협치 방안에 대해 수락연설 때 제안한 비상경제, 균형발전, 저출산, 에너지 4개 특위의 조기가동을 언급하며 "이런 것들을 해가면 실질적인 협치가 될 것"이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unon89@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