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무 7조' 조은산, 림태주에 "2천만 짓밟는 게 정의냐" 반격(전문)
입력: 2020.08.31 08:46 / 수정: 2020.08.31 08:46
청와대 청원 글 시무7조로 화제를 모은 조은산이 시인 림태주씨의 반박에 재반박하며 설전을 이어갔다. /조은산 청와대 청원글 갈무리
청와대 청원 글 '시무7조'로 화제를 모은 조은산이 시인 림태주씨의 반박에 재반박하며 설전을 이어갔다. /조은산 청와대 청원글 갈무리

"졸렬하고 억지" 비판에 재반박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풍자해 상소문 형식으로 청와대 청원 글 '시무(時務) 7조'를 쓴 '진인(塵人) 조은산'이 시인 림태주가 "졸렬하고 억지스럽다"고 비판하자 지난 30일 재반박에 나섰다.

조은산은 이날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백성 1조에 답한다'라는 글을 올렸다. 지난 28일 림태주가 쓴 '하교_시무 7조 상소에 답한다'라는 제목의 글에 대한 답변 성격이다.

림태주는 조은산이 지난 1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현 정부의 부동산, 인사 등 정책을 비판하는 글을 올리자 신하의 상소문에 답하는 형식의 글을 써 "문장은 화려하나 부실하고, 충의를 흉내내나 삿되었다. 언뜻 그럴듯 했으나 호도하고 있었고, 유창했으나 혹세무민하고 있었다. 편파에 갇혀서 졸렬하고 억지스러웠다"라고 했다.

이어 "너의 그 백성은 어느 백성이냐. 가지고도 더 가지려고 탐욕에 눈 먼 자들을 백성이라는 이름으로 퉁 치는 것이냐"라며 "나의 정치는 핍박받고 절망하고 노여워하는 이들을 향해 있고, 나는 밤마다 그들의 한숨소리를 듣는다"고 했다.

조은산은 신하의 상소문에 답변하는 형식으로 반박한 림태주를 향해 2000만의 세상을 짓밟는 것이 네가 말하는 정의냐라며 반격했다. /조은산 블로그 갈무리
조은산은 신하의 상소문에 답변하는 형식으로 반박한 림태주를 향해 "2000만의 세상을 짓밟는 것이 네가 말하는 정의냐"라며 반격했다. /조은산 블로그 갈무리

이에 대해 조은산은 "너의 백성은 어느 쪽 백성을 말하는 것이냐. 고단히 일하고 부단히 저축해 제 거처를 마련한 백성은 너의 백성이 아니란 뜻이냐"라며 "나는 5000만의 백성은 곧 5000만의 세상이라 했다. 너의 백성은 이 나라의 자가보유율을 들어 3000만의 백성뿐이며, 3000만의 세상이 2000만의 세상을 짓밟는 것이 네가 말하는 정의에 부합하느냐"고 반박했다.

조은산은 또 림태주가 "열 마리 양 가운데 한 마리를 잃은 목동이 그 한 마리를 찾아 헤매는 것이 이성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냐. 나에겐 그것이 지극한 이성이고 마땅한 도리"라고 비판한 데 대해서도 "감히 아홉의 양과 길 잃은 양, 목동 따위의 시덥잖은 감성으로 나를 굴복시키려 들지말라"고 비판했다.

​조은산은 일용직을 전전하던 자신의 과거를 밝히며 "나는 정직한 부모님의 신념 아래 스스로 벌어먹었다"며 "그러나 가진 자를 탓하며 '더 내놓으라' 아우성치지 않았고 남의 것을 탐하지 않았다. 비켜라, 강건한 양에게 목동 따위는 필요없다"고 했다.

이어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에게 부탁한다. 시인 림태주의 글과 나 같은 못 배운 자의 글은 비교할 것이 안 된다. 정치적 입장을 배제하고 글을 평가해주길 바란다"라며 "(림태주에) 건네는 말을 이어받으면서 경어를 쓰지 못했다. 내가 한참 연배가 낮다.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글을 마무리했다.

한편 1994년 등단한 림태주는 '시집 없는 시인' 'SNS 스타' 등으로 더 유명하다. 그가 지난 2014년 출간한 산문집 『이 미친 그리움』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림태주 시인의 글에서는 밥 짓는 냄새, 된장 끓이는 냄새 그리고 꽃내음을 맡을 수 있다"는 추천사를 쓴 사실이 밝혀져 눈길을 끌고 있다.

아래는 조은산의 '백성 1조에 답한다' 전문이다.

너의 글을 읽고 너를 찾았다

지난 날 네가 남긴 글을 보니나에게 던져진 독설은 독설이 아님에 고마웠다

​나는 너의 글을 읽었지만 그 안에 담긴 이치와논리를 배제하고 네 글에 담긴 유려함을 먼저 보았다

​문단과 문장의 절묘한 배분을 보았고일곱의 문단을 나눈 고작 여섯의 공백을 보았다읽고자 하는 이의 노고를 무시하는 듯한 너의기백에 한 발 물러섰으나 장강의 수세와 같은단절없는 흐름에 나는 압도되어 빨려 들어갔다

​백색의 바탕에 물 들이듯 언어를 채워너의 이치와 논리를 자박자박 즈려밟음에접속사는 부러지는 소리 하나 없고형용사는 그 자리에 오롯이 깊어나는 설산에 이어진 너의 뒷모습을 길게 그렸다

너는 무엇을 먹고 자랐는가너는 무엇을 보고 듣고 느끼며 살아왔는가너의 글을 보니 묻고자 함이 절실하다

추레한 나의 속곳에 흉적을 남겨부끄러운 것이 너의 탓임을 알라

너의 글 앞에 무너진 나는 너를 미치도록 닮고 싶으나어찌 거울을 들어 남의 얼굴을 비출 수 있으랴!너를 닮지 못함이 분통해 거울을 깨트리듯내 너의 글을 깨트릴 것이니 노여워 말고 새겨 들어라

너는 나의 글이 부실하고 삿되었으며 감히임금의 수신을 논하였다 말했다호도하며 혹세무민하고 졸렬하여 억지스럽고작위에 휩쓸려 사실과 의견을 구분 못하였다 말했다

​도처에 도사린 너의 말들이 애틋한데그럼에도 너의 글은 아름답다그러나 그 안에 것은 흉하다

​塵人 조은산이 묻는다

너의 백성 1조는 어느 쪽 백성을 말하는 것이냐뺏는 쪽이더냐 빼앗기는 쪽이더냐임대인이더냐 아니면 임차인이더냐다주택이더냐 아니면 일주택이더냐

​네 스스로 너의 백성은 집 없는 자들이고언제 쫓겨날지 몰라 전전긍긍 집주인의 눈치를 보는세입자들이고 집이 투기 물건이 아니라가족이 모여 사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자들이라 했다

그렇다면 고단히 일하고 부단히 저축하여제 거처를 마련한 백성은 너의 백성이 아니란 뜻이냐

나는 오천만의 백성은 곧 오천만의 세상이라 하였다그렇다면 너의 백성은 이 나라의 자가보유율을 들어삼천만의 백성 뿐이며 삼천만의 세상이 이천만의 세상을 짓밟는 것이 네가 말하는 정의에 부합하느냐

나는 가진 자의 세금을 논하지 않았다나는 가진 자의 세율을 논하였고민심의 척도라 정의했다

​나는 백성의 하나됨을 내세웠고경상의 멸치와 전라의 다시마를 들어한 그릇 가락국수로 내 소망을 대신 전했다

또한 너는편전에서 분분하고 저잣거리에서 분분한다지만정작 너는 지상파 채널에서 무엇을 볼 수 있느냐전 대통령으로 분해 대사를 읊는 전 정권의개그맨들은 어디서 분분하고 있는지 나는 궁금하다

​나의 천한 글이 벽서가 되어 이리 붙고 저리 붙어사방팔방에 퍼짐이 네가 말한 활짝 핀 헌법의 산물이더냐

나는 피를 토하고 뇌수를 뿜는 심정으로 상소를 썼다정당성을 떠나 누군가의 자식이오 누군가의 부모인그들을 개와 돼지와 붕어에 빗대어 지탄했고 나는스스로 업보를 쌓아 주저 앉았다 너는 내가 무엇을걸고 상소를 했는지 가늠조차 할 수 없다

​감히 아홉의 양과 길 잃은 양, 목동 따위의시덥잖은 감성으로 나를 굴복시키려 들지말라

네가 아무리 날고 기는 시인이라 한 들초야에 묻힌 목소리가 더 한이 깊은 법,나의 감성이 드러나면 너는 물러설 것이다

​나는 다섯에서 스물의 나이에 이르기까지난방이 되는 집에서 살아 본적이 없으며단칸방에서 온 가족이 몸을 맞대었고중학교에 다닐 무렵부터 배달일을 시작해공사판을 전전하여 살아남았다

​나는 정직한 부모님의 신념 아래 스스로벌어먹었으며 가진 자를 탓하며 더 내놓으라아우성치지 않았고 남의 것을 탐하지 않았다그것이 네가 말하는 조은산의 진실이고 삶이었다

시인 림태주여!마지막으로 너에게 꼭 듣고 싶은 것이 있다작심하여 물으니 엄중히 답하라

겨울, 창고를 뜯어고쳐 만든 단칸방에서언 발을 동동 구르며 형제를 부둥켜 안았던가난한 소년에게 목동은 왜 오지 않았는가

너는 나의 가난을 아는가목동은 나에게 따스한 구들장을 내어주었는가

어두운 차로를 급히 내달리던어느 소년의 위태로운 밤에 목동은 어디 있었는가너라도 하나의 별이 되어 그의 앞길을 비춰주었는가

공사장의 매연에 질식해 검은 가래를 토하던먼지같은 청년의 하루를 목동은 함께 하였는가너라도 너의 푼돈을 나누어 공수를 채워주지 않고어디서 무얼 하였는가

나는 너를 끝까지 찾을 것이다이것이 나의 대의이고,나의 실리이고,나의 이성이다 라고 너는 말하였는 바,

너의 대의와 실리와 이성은소년의 추위보다 못한 것이고청년의 가난보다 못한 것인가

나는 나의 순수했던 가난이 자랑스러워힘껏 소리 높여 고한다비켜라 강건한 양에게 목동 따위는 필요없다

시인 림태주여

이 곳 저 곳 너의 글이 올랐다나 역시 그렇듯 너의 글에 관한 악평에 상처받지 말라

너 또한 네 편에 선 내 글을 보았다면명문이오 달필이라 평했을 것이고너의 글은 내 편이 아니니다만 천문이자 졸필로 폄하될 것이다

정치가 무어냐는 너의 물음에 마지막으로 답한다지금의 정치가 바로 그런 것이다

이천이십년 팔월

인천 자택의 어두운 골방에 처박혀塵人 조은산이 답하였다

-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께 부탁드립니다시인 림태주 님의 글은 저와 같은 못배운 자의 것에비할 바가 아닙니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써글에 대한 혹평은 저 또한 그렇듯 큰 상처입니다정치를 놓고 글을 들어 평가해 주시길 바랍니다

시인 림태주 선생님

펜과 펜이 부딪혀 잉크가 낭자한 싸움에잠시 인과 예를 잊었습니다 또한건네는 말을 이어받음에 경어를 쓰지 못했습니다제가 한참 연배가 낮습니다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용서해주십시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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