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신환 전 미래통합당 의원은 총선 후 긴 휴가를 보내는 대신 '정치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세상의 모든 질문이 모이는 곳'이라는 뜻의 'HOW's'가 정치권 최초 협동조합이 될 전망이다. /여의도=이새롬 기자 |
4·15 총선이 끝나고 어느덧 4개월여가 흘렀다. 당선자는 국회로 입성했지만, 낙선한 이들은 국회의원 생활을 정리하고 '일반인' 신분으로 돌아갔다. 20대 국회를 지낸 '전 의원'들은 어떻게 생활하고 있을까. '한 번 정치인은 영원한 정치인'인 걸까. 다른 길을 찾아 나선 이들은 없을까. <더팩트>는 원외에서 새롭게 활동하는 '전 의원'들을 만나는 [나는 '원외'다] 코너를 통해 일반인으로 돌아간 그들을 근황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정치 협동조합 'HOW's' 창립…"세상 모든 질문이 모이는 곳"
[더팩트|여의도=문혜현 기자] "이 여의도에, (임기가) 끝나면 거의 오지 않을 줄 알았다. 임기가 끝난 뒤에 전직 의원들이 국회에 오는 모습이 좀 그렇더라. 그런데 의외로 국회에 들어갈 일이 많고, 여의도를 매일 오다시피 한다. 이 '공간'이 만들어지면 더할 거다."
4·15 총선 당시 서울 관악을에서 패배한 뒤 여의도를 떠난(?) 오신환 전 미래통합당 의원은 웃으며 말했다. 관악을에서만 3승 3패 하며 정치 험로를 걸어온 오 전 의원은 최근 정치권 최초로 협동조합 형태의 '정치 플랫폼'을 만들고 활동에 나섰다.
낙선 후 곧바로 몸풀기에 나선 오 전 의원은 국회 앞 서여의도의 한 카페를 인수해 '협동조합'이 운영하는 'HOW's : 세상의 모든 질문들이 모이는 공간'(이하 '하우스')을 여는 꿈에 부풀어 있다. 오는 10월 문을 열 '하우스'는 카페와 서점을 결합한 형태의 새로운 정치 공간이어서 벌써부터 주목을 끈다.
4개월여 만에 만난 오 전 의원은 전보다 훨씬 건강한 모습이었다. 20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되기 전 몸무게로 돌아가면서 총 8kg을 감량한 그는 "과거엔 시간에 쫓기며 지냈다. '내 시간'이란 게 없었고, 여유도 없었다. (지금은) 시간적 여유도 있고 해서 먹는 것도 덜 먹고, 생각도 하고, 운동도 했다"고 근황을 알렸다.
일주일에 서너 번 고정으로 방송에 출연 중인 오 전 의원은 여전한 '정치인의 습관'을 갖고 있다. 그는 "늘 정치 이슈에 민감하고, 언론 기사를 관찰하고 반응도 본다"며 "제 생각을 정리하고 이걸 어떻게 전달해야 하는지 생각하는 과정이 계속 돌아가고 있다. 그런 습관이 여전히 남아 있다"며 웃었다.
<더팩트>는 지난 25일 조만간 새롭게 거듭날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일반인'으로 돌아온 오 전 의원을 만나 약 1시간 동안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하우스'와 낙선 후 근황에 대해 들었다.
'일반인'이 된 오 전 의원은 전보다 한층 밝은 모습이었다. 기성 정치인의 계파를 위한 포럼보다는 새로운 인물이 성장할 수 있는 '정치 플랫폼'을 구상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
◆"선거 패배, 충격이었지만 '변화와 혁신' 필요했다"
오 전 의원은 지난 총선 당시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밀려 고배를 마셨지만, 쓴맛보다 '변화'에 집중했다. 그는 "선거 패배로 인한 일시적인 충격이 있었지만, 지금의 보수 진영이 새롭게 바뀌어야 된다는 (생각이 있었다)"며 "큰 틀에서 한 개인의 정치인으로서 지역에서 어떤 정치를 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진영 전체가 다시 재건하기 위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봤다"고 밝혔다.
그 과정에서 '하우스'를 구상한 오 전 의원은 "정치인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어서 활동하는 건 최초"라며 "현재 전·현직 의원 25명, 당협위원장들, 젊은 정치인과 정치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 범진영으로 보면 관심은 있되 어떻게 진입해야 하는지 모르는 청년들이 이 공간을 통해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양성된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하우스'는 오 전 의원과 가까운 통합당 유의동·김웅 의원, 김수민 전 의원과 함께 꾸미기 시작했다.
오 전 의원은 '협동조합' 형태를 선택한 이유로 '지속가능성'을 꼽았다. 그는 "보통 여의도의 공간이라고 하면 개인이 돈을 펀딩해서 사무실을 얻고, 일주일에 한 번 포럼을 하고, 기자회견과 보도자료를 내는 게 일반적"이라며 "우리는 이런 것들이 지속가능하지 않고 사람을 체계적으로 네트워킹하기엔 부족하다는 판단이 돼서 형태를 고민하다가 이런 걸 생각했다"고 했다.
그는 "(단체가) 자생력을 길러야 한다"며 "기본적으로 여기 들어가는 비용을 자체로 충당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공간을 활용해서 어떤 콘텐츠가 그 안에서 만들어져야 할지 고민하다가 이렇게 결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총선 뒤 보름이 지난 시점부터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사람들을 만나 130명의 조합원을 모집했다. 오 전 의원은 "출자금이라는 게 있다. 조합이라고 하는 건 출자금을 모아서 사업에 나서는 것"이라며 "우리는 정치 소비자 협동조합이니 그 사람들에게 이 공간을 소비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 전 의원은 "국회는 대한민국 정치 1번지인데도 인근에 서점이 없다"고 지적하며 카페와 회의룸, 서점 공간 계획을 설명했다. /이새롬 기자 |
◆"누가 얼마를 내든 1인 1표…모두가 평등한 협동조합"
'하우스'를 통해 오 전 의원은 '1인 1표' 원칙의 평등한 정치공동체를 만들고자 했다. 그는 "협동조합이 하나의 회사라고 하면 주식회사들도 결국 주주가 주인이고, (회사를) 대주주들이 운영하기도 하지만 전문 경영인이 하기도 한다. 그런 방식으로 어떤 개인의 공간이 아니라 '모두가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의 공간'"이라며 "그리고 주식회사의 경우 1원이 1주라고 한다면 여기는 1인이 1주다. 출자금 300만 원을 내든, 3000만 원을 내든, 한 사람이 내면 한 표밖에 없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굉장히 평등한 구조"라며 "자기가 돈을 많이 냈다고 해서 목소리가 커지는 게 아니라, 조합원 모두가 평등하게 돼 있다. 그 속에서 총회를 통해 임원을 구성하고 운영하며, 모든 조합원들이 이 공간을 활용할 수 있게끔 만드는 역할을 맡게 된다"고 덧붙였다.
'하우스'의 가장 큰 목표는 '정치문화운동의 플랫폼'이 되는 거다. 오 전 의원은 "일단 편안한 공간, 철학이 있는 공간이었으면 좋겠다"며 "국회가 우리 대한민국의 정치 1번지인데도 인근에 정치인문사회과학 서점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여기 서점이 들어올 거다. 서점과 카페가 함께 결합된 공간이고, 다른 쪽엔 무대를 세울 거다. 약간 단을 세워서 작은 문화 공연도 하고, 전체 창립특강도 고려하고 있다"며 "다른 쪽엔 50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독립적 강좌 공간, 20명이 들어갈 수 있는 회의실을 만들어서 공간을 소비하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카페와 서점이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공간이 되긴 하지만 공간을 잘 활용해 그 안의 콘텐츠가 중요한 거다. 그래서 공간 계획을 세운것"이라고 했다.
특히 '회의룸'과 관련해 오 전 의원은 "국회 안으로 들어가지 않으면 (여의도에) 회의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 원외 정치인들에겐 그런 공간이 필요한데, 국회 아니고선 할 수 없다"며 "국정감사 때는 공무원들도 많이 와 있는데, 그분들이 있을 만한 공간을 우리가 편안하게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하우스'는 미래통합당 소속 조합원이 대부분이지만 진영 구분을 두진 않는다. 오 전 의원은 "당에서 일체의 지원을 받지 않는다"며 "우리가 독자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새롬 기자 |
'하우스'는 15명의 추진위원단을 꾸려 실무단을 중심으로 기획·설계됐다. 우선 창립총회를 마쳤고, 오는 9월 15일 인테리어 작업을 시작해 10월 중순 개업할 예정이다.
'하우스' 조합원들은 우선 미래통합당 안팎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정치 주체들로 구성됐다. 오 전 의원은 "청년들이 지인을 통해 홍보에 나섰고, 자발적으로 들어온 사람도 있다. 우리가 청년과 네트워킹 하면서 앞으로도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경우는 연락해서 일부러 오게끔 하기도 했다"며 "당에 참여하거나 외부에서 청년시민운동 하는 친구들, 또 관심은 있지만 아직 정치권과 거리가 있는 사람들이 왔다"고 밝혔다.
그는 "이곳은 정치역량을 길러내고 기본적인 토대를 만드는 곳"이라며 "'여의도 클라스'라고 이름 붙인 인문사회과학 강좌를 유연하게 운영하려고 한다. 필요하면 국회 보좌진들을 대상으로 사진 특강도 할 수 있고, 아니면 제가 메쏘드 액팅이나 독백 수업을 할 수도 있다"며 웃었다.
그렇다면 조합원 대부분이 속해 있는 미래통합당과 '하우스'는 어떤 관계가 되는 걸까. 오 전 의원은 "우리가 꼭 진영에 함몰돼 협동조합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했다.
그는 "오히려 외연을 넓히고 유연하게 해야 많은 좋은 분들이 참여할 거다. 확장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기존 시작은 주변 지인들을 중심으로 해서 그럴 수 있지만 벽을 쳐서 하진 않을 생각이다. 당으로부터도 일체의 지원을 받거나 의견을 받아 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독자적으로 한다"고 선을 그었다.
오 전 의원은 "전체 틀이 정치문화운동 플랫폼의 공간 기반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보수 진영이 조금 더 외연을 확장하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라며 "또한 사유하고 철학이 있다면 좋겠다. '생각 놀이터'가 될 거다. 국회를 보면 싸우기만 하는데 바깥에서 객관자적으로 조명하기도 하고, 토론하며 정치적인 소양을 길러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 전 의원은 '하우스'의 체계로 '하우스'스러운 인재들을 양성하고자 했다. 그는 '하우스'를 "보수 진영의 귀한 첫 걸음"이라고 평가했다. /이새롬 기자 |
◆'HOW's스러운' 사람 만들기…"정치 인재들 배워나가길"
'하우스'에서 오 전 의원은 '물렁물렁한 정치'를 실현하고자 했다. 그는 "단순히 '정치'라고 하면 너무 딱딱하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고, 우리가 가교 역할을 할 것"이라며 "정치가 국민과 호흡하고 그 안에서 살아있어야 하는데, 여의도라는 섬 속의 국회 안에 갇혀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오 전 의원은 "최종적인 목표는 '하우스'스러운 정치인, '아 저 사람은 하우스 출신이다'란 인상을 주고 싶다"며 "'하우스'스럽다고 하는 게 무엇인지 만들어내고 싶다. 이 안에서 정치 이슈와 언론 이슈를 만들어내도록 하고 싶다"고 밝혔다.
오 전 의원은 긴 호흡으로 단기 목표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그는 "우선 이 곳을 5년 계약했다"며 "그래서 이게 잘 돼야 한다. 카페와 서점 경영은 독립적으로 하고, 현장 매니저도 따로 채용할 거다. 그렇게 준비한 뒤에 우리는 사무국을 통해 아까 언급한 강좌, 아카데미 콘텐츠를 만들고 실행할 수 있는 액션 플랜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다만 우려스러운 건 최근 재확산세가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다. 당초 국회 의원회관에서 창립총회를 열려던 '하우스'는 지난 27일 오후 보훈회관에서 최소 인원만 모인 채 언택트로 진행됐다. 오 전 의원은 "우리가 원래는 회관 3층 중앙홀에서 문화적 요소를 가미한 피에스타(Fiesta)를 하려고 했다. 김예지 통합당 의원이 처음으로 국회에서 피아노 특주를 해주기로 했는데 그게 없어졌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만약 10월 보름날 '하우스'를 오픈할 때쯤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공연을) 할 것"이라며 "유의동 통합당 의원 동생이 오보이스트다. (창립총회 때) 목관 5중주를 하기로 했었는데 다 취소했다. 너무 아쉬웠는데, 나중에 (하우스) 문을 열면 여기서 해볼까 한다"고 말했다.
오 전 의원은 끝으로 '하우스'를 "보수 진영의 굉장히 귀한 첫 걸음"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이 공간이 플랫폼이 되어 많은 뜻을 같이하는 정치 인재들이 본인 스스로 역량을 기르고, 사람들과 네트워크를 할 것"이라며 "배워가는 게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오신환 전 통합당 의원은 누구?☞1971년 서울 관악구 신림동 출생.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연극학을 전공하고 연극극단 연우무대에서 배우로 활동했다. 2006년 서울특별시의회 시의원에 당선돼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2015년 상반기 관악을 재보궐 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돼 19대 국회에 입성했다. 20대 국회에서도 관악을에 당선됐다. 박근혜 탄핵정국 당시 바른정당으로 합류했고, 국민의당과 합당한 바른미래당에서 원내대표를 지내기도 했다. 21대 총선직전 새로운보수당으로 당적을 옮겼지만 보수 통합 절차로 새누리당 전신인 미래통합당 후보로 관악을 3선에 도전했고, 정태호 민주당 후보에게 밀려 낙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