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이 통과된다면, 북한이 움직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인영 통일부장관이 26일 오후 서울 중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를 찾아 정세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과 면담하고 있다. /뉴시스 |
전문가 "북한 북미대화 우선시…움직이지 않을 것"
[더팩트ㅣ박재우 기자]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전임 통일부 장관과 만나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과 관련해 확고한 추진 입장을 밝혔다. 특히, DJ·노무현 정부 당시 장관이었던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현재의 남북관계 교착상황이 '대북전단 금지법'제정이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책임을 돌렸다.
정 수석부의장의 말에 따라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이 통과된다면, 북한이 움직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에 대한 현실 가능성을 두고 회의적으로 보는 시선도 존재한다.
정 수석부의장은 이날 면담에서 "통일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계속해나가면 북한도 진정성을 인정할 것"이라며 "지금은 진정성을 인정 못 하는 단계 아닌가. (대북전단 금지)법이 안 만들어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이 장관도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은) 안건조정 단계에 들어갔고, 그 시간이 종료되면 제가 몸 담은 정당의 의지도 분명하기 때문에 결론이 나올 것"이라고 호응했다.
북한이 탈북자들의 대북전단 살포가 9.19 남북 군사합의 파기라면서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자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부전단 살포 금지법에 대한 검토에 나섰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사진을 노동신문에 공개한 사진. /노동신문 캡처 |
앞서,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은 지난 6월 북한이 탈북자들의 대북전단 살포가 9.19 남북 군사합의 파기라면서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자 정부가 적극적으로 검토에 나섰다. 통일부는 접경지역 주민의 안전과 대북관계 발전을 위해 전단을 금지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남북교류협력법에 따라 대북전단살포 등을 규제하자는 취지이다.
야권에서는 이 같은 제한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거나 '김여정 하명법'이란 비판을 받고 있지만, 여당이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국회에서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은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27일엔 이 장관이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 추진 방침을 밝히자마자 북한 노동당 선전선동부에서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대외매체 '우리민족끼리'도 이를 거들었다. 이 때문에 북한의 반응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리민족끼리는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에 반대 입장을 나타낸 태영호 미래통합당 의원을 향해 "추악한 인간쓰레기"라고 비판하면서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 반대는 '천벌을 받을 일'이라고 꼬집었다.
몇몇 전문가들은 이에 따른 미래를 내다볼 순 없지만, 과거의 관행으로 봤을 때 '전단살포 금지 법'을 통과시킨다고 하더라도 북한이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 전망했다.
이인영 통일부장관이 26일 오후 서울 중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를 찾아 정세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과 면담하고 있다. 정 수석부의장은 이날 면담에서 "통일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계속해나가면 북한도 진정성을 인정할 것"이라며 "지금은 진정성을 인정 못 하는 단계 아닌가. (대북전단 금지)법이 안 만들어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뉴시스 |
신범철 한국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북한의 대전략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발언에 달려있다"면서 "현재 북한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북미관계로 남북관계는 북미관계의 하위 수단"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이 연초부터 정면돌파를 선언했고, 한국 등 외부로부터 지원을 받지 않겠다고 천명했다"면서 "내년 1월달에 당대회를 연다고 하면서 미국 대선을 고려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때까지 전략기조를 바꾸지 않겠다는 것이 북한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대북전단 살포와 관련된 이슈는 북한 당국이 한국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것인데, 법안까지 만들어버리면 나쁜 남북관계 선례가 될 것"이라며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단 원칙을 갖고 현실을 잘 파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곽길섭 원코리아센터 대표도 통화에서 "우선 대북전단 금지법을 만든다고 해서 영구적인 조치는 아니"라며 "정부가 바뀌고 법 제정을 통해 바뀔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남북관계 경색은 대북전단이 근본적인 원인이 아니"라면서 "북한이 남한의 성의는 봐주겠지만 이 때문에 남북관계가 개선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 배경으로 "북한은 김여정 담화에도 나왔듯 미국 대선 이후를 노리는 것"이라면서 "미국 대선 이후 북미 대화 이후 남북대화로 이어지는 선순환이면 모를까 현재로선 구조상으로 남북대화가 한반도 정세에 물꼬를 트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