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사과 못 한다는 강경화, '외교 문제'로 번지나?
입력: 2020.08.26 13:07 / 수정: 2020.08.26 13:07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주뉴질랜드 대사관 외교관의 성추행 논란과 관련해 국민과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과했지만, 뉴질랜드 당국엔 사과를 못한다고 밝혀 파장이 일고 있다. 25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을 하는 강 장관. /배정한 기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주뉴질랜드 대사관 외교관의 성추행 논란과 관련해 국민과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과했지만, 뉴질랜드 당국엔 사과를 못한다고 밝혀 파장이 일고 있다. 25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을 하는 강 장관. /배정한 기자

뉴질랜드 성추행 문제로 '진실공방' 예고

[더팩트ㅣ외교부=박재우 기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주뉴질랜드 대사관 외교관의 성추행 논란과 관련해 국민과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과했지만, 뉴질랜드 당국엔 사과를 못한다고 밝혀 파장이 일고 있다. 특히 "사실관계를 더 파악할 필요가 있다. 피해자의 말이 다 맞는지 안 맞는지(따져 봐야 한다)"라고 답하면서 이 사안이 '외교문제'로 번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25일 강 장관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뉴질랜드 정부, 국민, 피해자에 대해서는 사과를 안 하는 것인가"라고 묻자 이같이 답했다.

앞서, 뉴질랜드 방송 '뉴스허브(Newshub)'는 지난달 25일 성추행 의혹이 있는 뉴질랜드 전 부대사 김 씨의 신상과 얼굴을 공개해 국내에도 알려졌다. 아울러,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지난달 28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 통화에서 한국 외교관의 성추행 사건을 언급해 '외교 망신'이라는 비판까지 나왔다.

한국 고위급 외교관인 김 씨는 2017년 말 뉴질랜드 대사관에서 근무하던 당시 현지 남성 직원을 세 차례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외교부는 2018년 하반기 감사 과정에서 피해자의 진술을 확인하고, 2019년 2월 '감봉 1개월'의 경징계 처분을 내린 바 있는데, 최근 논란이 되자 필리핀 대사관에서 근무 중인 김 씨를 귀임조치시켰다. 현재 김 씨는 무보직 상태로 본부 근무 발령을 받았고, 방역규정에 따라 2주 자가격리를 진행 중이다.

그동안 해당 외교관에 대한 비판에 침묵을 지키던 외교부였지만, 이번 강 장관의 발언으로 뉴질랜드와의 진실공방이 예고된 셈이다. 사진은 성추행 논란에 휩싸인 한국 고위급 외교관을 공개한 뉴질랜드 현지언론 보도 내용. /뉴질랜드 언론 뉴스허브 캡쳐
그동안 해당 외교관에 대한 비판에 침묵을 지키던 외교부였지만, 이번 강 장관의 발언으로 뉴질랜드와의 '진실공방'이 예고된 셈이다. 사진은 성추행 논란에 휩싸인 한국 고위급 외교관을 공개한 뉴질랜드 현지언론 보도 내용. /뉴질랜드 언론 뉴스허브 캡쳐

그동안 해당 외교관에 대한 비판에 침묵을 지키던 외교부였지만, 이번 강 장관의 발언으로 뉴질랜드와의 '진실공방'이 예고된 셈이다. 뉴질랜드 언론들도 강 장관의 발언에 대해 관심있게 보도하면서 뉴질랜드 당국의 입장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강 장관은 외통위에서 정상 간 통화에서 뉴질랜드 총리의 성추행 사건 언급에 "뉴질랜드 측에서 요청한 통화였다"면서도 "통화 의제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뉴질랜드 측은 이 의제를 다룰 거라고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말해 뉴질랜드 측에서 외교 프로토콜을 어겼다고 주장했다.

또한, 현재 뉴질랜드 정부가 요구하고 있는 현지 공관과 직원에 대한 '면책특권 포기'는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관이 불가침성을 누리는 것은 주권국가의 핵심권리이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다"며 "면책특권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전제로 직원들이 자발적인 조사에 응하고, 자료를 제출할 수 있다고 제의했지만, 뉴질랜드 측이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양국 간 외교적 문제가 됐기 때문에 이 문제를 처리하면서 우리의 국격과 주권을 지키면서 할 필요가 있다. 상대국에 대해서 사과하는 부분은 쉽사리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외교장관이 다른 나라에 대해 사죄하는 것은 정말 다른 차원의 문제다"라고 밝혔다.

이 사건의 책임과 관련해서 외교가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업무보고하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모습. /배정한 기자
이 사건의 책임과 관련해서 외교가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업무보고하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모습. /배정한 기자

반면, 뉴질랜드 언론 스터프(Stuff)는 25일 보도에서 한 소식통을 인용해 A 씨가 경찰 조사가 시작되기 전에 두 차례나 한국 정부의 조사를 받았으나 지난 2018년 한국으로 돌아갔다며 경찰이 조사에 착수했을 때 한국 측은 외교관 면책특권 등을 거론하며 수사에 협조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해당 사건의 피해자로 알려진 뉴질랜드 국적 W 씨측은 자국 언론을 통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성폭력 인권운동가 루이스 니콜라스는 뉴질랜드 방송 뉴스허브에 "피해 고소인이 그 문제로 대단히 괴로워하고 있다"며 "그에게 사과 같은 것을 하지 않은 것은 대단히 실망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 사건의 책임과 관련해서 외교가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전 외교관 A 씨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뉴질랜드와 같은 서방국가들은 성 문제에 대해 과도할 정도로 민감하다"면서도 "주권국가로서 뉴질랜드만의 이야기를 듣고 이를 따르는 것도 적절해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외교 관련 B 교수는 "뉴질랜드 총리가 발언한 것은 예외적인 상황이지만, 그만큼 뉴질랜드 측에서 많이 화가 났다고 봐야 한다"면서 "다만, (강 장관이) 국격까지 운운해야 할 상황인지는 모르겠다. 정확하게 법리적 판단을 해야지 외교관 개인의 행위를 갖고 국격을 거론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강 장관의 주장이 논리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교부가 이미 해당 외교관에게 '감봉 1개월' 처분을 내려 사실상 잘못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또, 언론 보도를 통해 논란이 되자 해당 외교관을 귀임조치시키고 무보직 상태로 본부 근무 발령을 내리면서 추가 조사나 징계를 예고해 '책임추궁'의 형식을 갖췄다.

jaewoopar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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