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기획-의원들의 기부] 민주당, 11억 기부…정의당, 절반만 지켜진 약속<하>
입력: 2020.08.25 05:00 / 수정: 2020.08.25 05:00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운데)와 김태년 원내대표(왼쪽)가 지난 6월 3일 국회에서 코로나19 극복 근로복지진흥기금 전달식을 갖고 강순희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에게 4~5월 소속 의원 91명의 세비 50%를 모은 기부금을 전달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운데)와 김태년 원내대표(왼쪽)가 지난 6월 3일 국회에서 코로나19 극복 근로복지진흥기금 전달식을 갖고 강순희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에게 4~5월 소속 의원 91명의 세비 50%를 모은 기부금을 전달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역대급 수해. 두 재앙이 겹치며 많은 국민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이에 정부기관 신뢰도 압도적 꼴찌(국회 19.7%, 통계청 '2019 한국의 사회지표')의 주역이면서도 연봉은 기업 고위 임원에 이어 2위에 해당하는 국회의원(1억4052만 원, 한국고용정보원 '2018 한국의 직업정보')들은 고통 분담과 위기 극복을 위해 앞다퉈 '세비 기부' 약속을 내걸었다. 하지만 정치인의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에 그친 경우는 무수히 많았다. 이번 공약은 제대로 지켜지고 있을까. <더팩트>가 세비 기부를 약속한 정당들의 이행 상황을 조명했다. <편집자 주>

민주당, '코로나19' 자율·'수재의연금'은 전원 기부…정의당, 4~5월 세비 30%만 기부

[더팩트ㅣ국회=허주열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3월 25일 의원총회에서 "수당의 50%를 4~5월 코로나19 성금으로 기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기부를 강제하지는 않고,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의원을 대상으로 하기로 했다.

이후 4월 20일 당시 정춘숙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을 돕기 위해 지난달 25일 의원들의 자율적 참여 방법으로 세비 환원을 결정했다"라며 "91명이 참여했으며, 2개월간의 세비(월 1인당 374만 원)를 모아 6억8233만 원의 기부금을 마련해 코로나19 위기 대응 및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에 쓰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4·5월 '코로나19' 9월 '수재의연금' 총 11억 이상 기부

결과적으로 이 약속은 당초 예고한 기부금액을 넘어서는 금액을 기부하는 방식으로 지켜졌다. 민주당은 지난 6월 3일 국회에서 코로나19 극복 근로복지진흥기금 전달식을 갖고 20대 국회 민주당 소속 91명의 4~5월 세비에서 모은 7억5700만 원을 근로복지공단에 기부했다.

당시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근로복지공단에 기부된 금액은 취약계층의 생활안정 및 고용촉진에 활용될 계획"이라며 "특히 고용보험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특수형태 근로종사자, 프리랜서, 영세자영업자들을 지원하는 데 사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해찬 대표와 민주당 지도부가 지난 5월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긴급재난지원금 기부를 약속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의 긴급재난지원금 기부는 자율적으로 이뤄져 몇 명이 기부를 했는지는 당도 파악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윤호 기자
이해찬 대표와 민주당 지도부가 지난 5월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긴급재난지원금 기부를 약속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의 긴급재난지원금 기부는 자율적으로 이뤄져 몇 명이 기부를 했는지는 당도 파악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윤호 기자

민주당 소속 21대 국회의원들은 코로나19 대신 최근 발생한 역대급 수해 복구를 위한 세비 30% 기부를 약속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은 지난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소속 의원 전원이 9월 세비 중 기본급 30%를 기부하기로 해서 각 의원의 동의를 받았다.

이와 관련 민주당 관계자는 지난 19일 <더팩트>와 통화에서 "지도부에서 의원들의 기본급 30%를 수재지원금으로 월급에서 기부하기로 해 동의서를 받고 있다"며 "이번 주까지 동의서를 다 받아서 기부할 계획이다. 1인당 200만 원가량의 금액을 여러 복지재단,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에 보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홍정민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20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소속 의원들이 수재의연금 기탁으로 수해로 실의 빠진 수재민에 작은 힘을 보태도록 할 것"이라며 "전원에 동의서 제출을 받아 9월 급여에서 기본수당 30%를 선 선공제할 계획이다. (기부금액을) 정확하게는 모르겠는네 200만 원 넘는 정도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올해 국회의원의 기본급에 해당하는 월 일반수당은 675만 원이다. 이 금액의 30%는 203만 원으로 민주당 소속 176명의 의원의 9월에 기부할 예정인 수재의연금은 약 3억5700만 원이다. 앞서 20대 국회의원들이 낸 코로나19 기부금과 더하면 약 11억 1000만 원을 기부하는 셈이다.

여기에 별도로 기부하는 의원도 있어 민주당 의원들의 실 기부액은 이보다 조금 더 많다. 예컨대 정일영 민주당 의원은 6개월간 세비 50%를 기부한다는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지난 6월 22일 굿네이버스 인천본부를 방문해 처음으로 지급받은 세비 일부를 기부했다.

◆"코로나19 종식 때까지 기부"에서 21대 총선 후 입장 바꾼 정의당

정의당도 지난 3월 의원들의 세비 30%를 기부한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 약속은 절반만 지켜진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3월 22일 당시 정호진 정의당 선대위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정의당 의원 전원(6명)은 코로나19 확산 피해를 분담하기 위해 세비 30% 반납을 결정했다"라며 "정의당 의원 세비 반납 기간은 코로나19가 종식될 때까지 진행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의당은 당시 기부를 약속했던 의원 중 심상정 대표를 제외한 다른 이들이 21대 총선에서 낙선했다는 이유로 4~5월에만 이 약속을 이행했다. 특히 일부 전직 의원은 기부 약속 이행 여부를 잘 모르는 경우도 있었다.

정의당은 지난 3월 코로나19가 종식될 때까지 의원들의 세비 30%를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심상정 대표를 제외한 5명이 낙선하면서 이 약속은 5월까지만 지켜졌다. 심 대표가 지난 7일 오전 수해를 입은 경기도 안성 죽산면사무소를 방문해 피해상황 등을 청취한 뒤 발언하는 모습. /임영무 기자
정의당은 지난 3월 "코로나19가 종식될 때까지 의원들의 세비 30%를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심상정 대표를 제외한 5명이 낙선하면서 이 약속은 5월까지만 지켜졌다. 심 대표가 지난 7일 오전 수해를 입은 경기도 안성 죽산면사무소를 방문해 피해상황 등을 청취한 뒤 발언하는 모습. /임영무 기자

A 전 정의당 의원은 지난 20일 통화에서 "세비 기부 약속은 (의원) 개별로 하기로 당시 이야기를 했고, 개별로 진행했을 것"이라며 "구체적인 기부 횟수, 내역은 보좌관한테 물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A 전 의원을 보좌했던 B 보좌관은 "5월분 300만 원은 지역의 청소년교육단체에 제가 기부해서 확실히 기억이 나는데, 제가 회계 책임자가 아니어서 4월분은 어찌 됐는지 모르겠다"며 "다른 의원도 개별로 해서 5월까지 (기부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종철 정의당 선임대변인은 "지난 3월 기부를 약속했던 의원 중 심 대표만 21대에도 당선됐는데, 심 대표는 4~5월 300만 원씩 총 600만 원을 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라며 "다른 의원들도 각자가 여러 단체에 기부했다"고 말했다.

당초 정의당은 "의원 세비 30%를 코로나19가 종식될 때까지 기부한다"고 했다. 그리고 아직 코로나19가 지속되고 있지만, 약속했던 당사자 대부분이 낙선했다는 이유로 6월부터는 세비 기부를 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는 "그 상황(기부 약속)을 최근에 알았고, 20대 의원들은 임기 말까지 세비 기부를 완료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21대에선 기부와 관련해 원내에서 아직 논의한 바 없다"고 설명했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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