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주간政談] 전광훈발 '코로나 불똥'에 국회·청와대도 '비상'
입력: 2020.08.22 00:01 / 수정: 2020.08.22 00:01
코로나19 2차 대유행 위기가 커지면서 정치권도 비상이 걸렸다. 특히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와 가까웠던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가 최근 확진 판정을 받고, 교회 관계자 수백 명도 함께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정치권에선 책임론을 둘러싼 공방이 펼쳐지기도 했다. 전 목사가 지난 1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8·15 광화문 국민대회에서 정부를 규탄하는 모습. /임영무 기자
'코로나19' 2차 대유행 위기가 커지면서 정치권도 비상이 걸렸다. 특히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와 가까웠던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가 최근 확진 판정을 받고, 교회 관계자 수백 명도 함께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정치권에선 책임론을 둘러싼 공방이 펼쳐지기도 했다. 전 목사가 지난 1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8·15 광화문 국민대회'에서 정부를 규탄하는 모습. /임영무 기자

<더팩트> 정치팀과 사진영상기획부는 여의도 정가, 청와대를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TF주간 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 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파는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민주당, '전광훈-통합당 한 몸(?)설' 제기…통합당 "엮지 말라"

[더팩트ㅣ정리=허주열 기자] -'코로나19' 2차 대유행 위기가 커졌던 한 주입니다. 14일부터 21일까지 8일 연속 세 자릿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해 이 기간 누적 확진자는 1900명에 달했습니다. 특히 21일의 경우 324명의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166일 만에 하루 확진자가 300명 대에 진입했습니다. 정치권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여야 의원들이 확진자와 간접 접촉해 코로나19 검사를 받았고, 결과가 나오기까지 대기하는 시간 동안 많은 정치권 관계자가 가슴을 졸였습니다.

-다행히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전당대회(8월 29일) 이후인 31일까지 자가격리에 들어갔습니다. 청와대와 국회는 비상 체제에 돌입하기도 했는데요, 이에 따라 정치권의 현장을 취재해 보도하는 언론계도 앞다퉈 비상 조치를 내놨습니다. 이 가운데 코로나19 재확산 책임론을 두고 여야는 '네 탓' 공방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먼저 국회 이야기부터 들어볼까요.

지난해 11월 당시 목숨 건 단식에 돌입했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단식 첫날을 문재인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한기총 집회와 함께했다. 황 대표, 전광훈 한기총 대표회장,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왼쪽부터)가 한기총 집회 현장에 마련된 단상에 올라 발언하는 모습. /허주열 기자
지난해 11월 당시 '목숨 건 단식'에 돌입했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단식 첫날을 문재인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한기총 집회와 함께했다. 황 대표, 전광훈 한기총 대표회장,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왼쪽부터)가 한기총 집회 현장에 마련된 단상에 올라 발언하는 모습. /허주열 기자

◆'전광훈 목사'와 엮이는 게 억울(?)한 통합당

-전광훈 목사가 담임목사를 맡고 있는 사랑제일교회와 보수단체들이 지난 15일 주최한 광화문 집회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20일 오후 6시 기준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는 739명, 광화문 집회 관련 확진자는 60명인데요, 최근 확진 판정을 받은 전 목사와 그를 따르는 이들이 광화문 집회에 대거 참석해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민주당은 "코로나19 2차 대유행 위기의 주범인 전 목사와 통합당은 한 몸"이라고 공세를 펼치고 있고, 통합당은 적극 부인하고 있는데 어떻게 된 일이죠?

-네, 이번 광화문 집회에는 극우 성향의 개신교 인사가 다수 참석했는데요. 민주당은 "극우 개신교 세력이 세를 확장하는 데 통합당이 큰 자양분을 제공해 전 목사와 통합당 일각이 한 몸이 돼 움직였다", "통합당은 집회에 참여한 소속 정치인과 당원들에 대해 수수방관하고 있다" 등의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황교안 전 대표가 전 목사와 가까이 지냈던 게 지금에 와서 통합당의 발목을 잡고 있는 셈입니다.

-전·현직 통합당 의원들이 실제 광화문 집회에 참석했고, 21대 총선에서 '세월호 막말' 논란을 일으켰던 차명진 전 의원의 경우 집회에 참석한 이후 코로나19 확진 판정까지 받았는데, 통합당은 어떤 입장이죠?

-통합당은 자신들이 주최한 집회도 아니고, 전 목사와도 지금은 아무 관련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황 전 대표가 전 목사와 가까이 지낸 것은 사실이지만, 그는 이미 지난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당을 떠난 인사라는 이야기입니다. 또 집회에 참석한 현역 의원은 홍문표 의원이 유일하고, 김진태·민경욱·차명진 전 의원 등 총선에서 낙선해 당에서 멀어진 일부 인사가 개인적 선택으로 참석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유일한 현역 의원 참가자인 홍 의원도 "지역구에서 몇 분이 서울로 왔다고 해서 집회 장소 인근에서 이들과 4~5분가량 만나 대화를 나눈 뒤 자리를 떴고, 전 목사는 알지도 못한다"고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이와 관련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21일 국회에서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은 정부가 안일하게 대처해서 벌어진 일로, 인제 와서 새롭게 발생한 코로나19 사태를 정쟁으로 일삼는 여당이 유치하다"고 역공을 가하기도 했고요.

-야당 쪽에선 최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통합당에 지지율 역전을 당했던 민주당이 광화문 집회와 코로나19 재확산을 계기로 다시 지지율이 회복되는 등 국민 전환이 되고 있다는 판단에 전 목사와 집회를 고리로 공세를 지속하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다만 여러 문제를 일으켰던 일부 당원이 이번에도 논란의 장소에서 논란이 될 만한 일을 한 것도 분명해 통합당이 민주당에 공격의 빌미를 제공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왔습니다.

-통합당이 김종인 비대위 체제에서 당의 근간부터 바꾸는 혁신 작업을 추진 중인 과도기적 상태에서 과거와 현재가 혼재해 혼란스러운 당내 상황을 이번 광화문 집회 사태가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통합당 일각에선 "극우 세력과 선을 그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는데요, 통합당이 혁신하는 과정에서 극우 세력과의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할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 주 국회 취재진 사이에선 최형두 미래통합당 원내대변인(오른쪽)의 코로나18 진단검사가 화제를 모았다. 최 원내대변인이 지난 6월 8일 국회 의장실 앞에서 국회상임위원회 위원정수에 관한 규칙 개정 특위 구성 촉구의 건을 복기왕 국회의장 비서실장에게 제출하는 모습. /뉴시스
이번 주 국회 취재진 사이에선 최형두 미래통합당 원내대변인(오른쪽)의 코로나18 진단검사가 화제를 모았다. 최 원내대변인이 지난 6월 8일 국회 의장실 앞에서 '국회상임위원회 위원정수에 관한 규칙 개정 특위 구성 촉구의 건'을 복기왕 국회의장 비서실장에게 제출하는 모습. /뉴시스

◆국회 취재진 벌벌 떨게 한 '형두 샌드위치'

-이번 주는 지난 주말부터 시작된 수도권 코로나19 확산세로 정치권도 비상이 걸렸는데요, 특히 통합당 원내대변인인 최형두 의원의 코로나19 진단검사에 국회 취재진도 초긴장 상태였다고요?

-그렇습니다. 최 원내대변인은 지난 1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스튜디오에 출연했는데요, 18일 최 원내대변인에 1시간 앞서 이 방송에 출연한 CBS 기자가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난리가 났습니다. 이 방송에는 최 원내대변인에 앞서 민주당의 유력한 차기 당 대표 후보인 이낙연 의원도 출연했습니다. 특히 이 의원은 확진자가 사용했던 자리에 앉아 같은 마이크를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최 원내대변인은 3m 거리의 맞은편 의자에 앉았고요. 다행히 이 의원과 최 원내대변인 모두 '음성' 판정이 나왔습니다. 다만 이 의원은 확진자와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2주간 자가격리를 통보받고 자가격리에 들어갔습니다.

-최 원내대변인은 이날 라디오방송 출연 후 국회 소통관에서 출입기자들에게 샌드위치를 나눠주기도 했는데요, 이후 다음 날 CBS 기자의 확진 판정이 나오면서 소란이 일었습니다. 소식을 접한 기자들은 "최 원내대변인이 준 샌드위치를 먹었다. 제발 음성이길 바란다", "최 원내대변인이 양성이면 국회 폐쇄해야 한다" 등의 격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와 함께 "'형두 토스트' 먹은 사람은 재택조치한다"며 각 언론사 대응 현황도 취재진 사이에서 공유됐습니다. 자세한 내막을 모르는 이들은 이 같은 정보글에 "형두 토스트 가게에서 확진자가 발생한 것이냐", "형두 토스트는 처음 들어봤다"라고 하는 등 웃지 못할 반응도 나왔습니다.

-최 원내대변인이 음성 판정을 받아 정말 다행입니다.

-네, 당사자도 마음고생을 많이 한 것 같습니다. 최 원내대변인은 음성 판정을 받은 직후 "어제 하루동안 걱정을 끼쳐 송구하다"며 "'확진'이라는 지라시가 돌아다녀 자가 격리 중 마산과 전국 각지에서 걱정 전화를 해와 하루 종일 지친 날이었다"고 섭섭한 마음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CBS 코로나19 확진자 여파로 회의 도중 자리를 떠난 의원도 있었죠?

-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인데요. 자신이 18일 출연한 TBS 라디오에 CBS 확진자의 간접접촉자가 출연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용 의원실 관계자는 "TBS 쪽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간접접촉자에 대한 방역지침이 있는지, 검사 및 자가격리 대상자인지 찾아봤지만 대상자는 아니었다. 하지만 상황이 워낙 심각해서 혹시 모르니 해당 간접접촉자의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대기해야겠다고 생각해 급하게 이석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사실 19일 김대지 국세청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첫 청문회라 준비도 많이 하고 질문할 부분도 있었는데 하나도 못 하고 나왔다. 의원도 아쉬움이 굉장히 컸다"며 "나중에 TBS 쪽으로부터 간접접촉자가 음성 판정이 나왔다고 하니 의원이 굉장히 신나했다. 의원실 안에서 계속 혼자 있어서 하루 내내 답답했었다"라고 심경을 알려왔습니다.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회 행전안전위원회 전체회의가 일부 취재진만 현장에 자리한 상황에서 진행되고 있다. /남윤호 기자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회 행전안전위원회 전체회의가 일부 취재진만 현장에 자리한 상황에서 진행되고 있다. /남윤호 기자

◆국회 취재진도 코로나19 비상…'재택근무' 매체 속출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재확산이 나타나면서 국회사무처도 방역 강화 조치를 내놨습니다. 20일부터 기자들이 상주하는 소통관 기자회견장 및 프레스라운지 좌석을 평시 30% 수준으로 축소 운영하고, 지정석을 이용하는 언론사의 경우에도 필수 인원을 제외한 기자들은 재택 또는 국회 외부 근무를 통해 언론사별 좌석 수의 50% 미만으로 운영되도록 권고했습니다. 이외에 각종 회의도 사전에 기자단 협의를 통해 최소 인원만 현장 취재를 하도록 했습니다. 이에 따라 국회에 상주했던 취재진 상당수는 재택근무에 들어갔죠?

-그렇습니다. 연초 코로나19 확산 때도 있었던 일이지만, 국회 내 어떤 매체들이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지 목록이 만들어져 공유되기도 했습니다. 예컨대 'KBS-전원 출근, MBC-전원 재택, YTN-절반 재택' 이런 식으로 각 회사의 재택근무 상황이 취재진 사이에 공유되며 각 언론사가 코로나19 확산세를 얼마나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는지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웃픈(?)건 재택근무를 하지 않는 매체의 취재진이 "왜 우리 회사는 재택근무를 하지 않느냐", "출입처에 가지 말고 회사로 오라고 하더라"라는 하소연이 나온 겁니다. 지난 21일 서울 지하철 2호선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하는 등 상황이 심각해지는 가운데 재택·순환 근무의 필요성은 절실해 보입니다.

-특히 국회 같은 경우 수십 개의 기자회견과 상임위원회 회의, 당 회의가 열리기 때문에 취재 현장은 더욱 위험하다고 볼 수 있는데요. 방역 수칙과 장비가 준비돼 있지만, 마냥 안심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때문에 다수 언론사들이 비대면 회의 원칙, 현장 취재 자제, 대면 취재 자제 등 지침을 내리고 있는 상황인데요. 향후 확산세 추이에 따라 상황은 계속 변할 듯합니다. 어려운 시기 취재진도 감염 예방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겠습니다.

◆"모임 자제"…靑, 코로나19 유입 '촉각'

-청와대도 코로나19 재확산 여파가 있었죠?

-네, 사랑제일교회 교인들과 광화문 집회에 참여한 이들에게서 확진자가 급속히 늘어나면서 광화문 인근에 위치한 청와대 내부에서도 외출과 외부활동 등을 최대한 삼가라는 지침이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상향된 이후 춘추관도 기자들을 상대로 검역을 한층 강화했습니다. 애초 발열 검사를 춘추관 내부 현관에서 했지만, 정부의 고강도 거리두기 방침 이후부터는 춘추관 밖 출입문에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 마스크를 실내에서도 써야 하고, 미착용 시 애초 출입 자체가 불가능해졌습니다. 아울러 기자들도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면 사적 모임을 취소하라고 했습니다.

지난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보수단체가 주도한 광화문 집회 참가자들 중 일부가 청와대로 이동하려는 모습. /남용희 기자
지난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보수단체가 주도한 광화문 집회 참가자들 중 일부가 청와대로 이동하려는 모습. /남용희 기자

-기자들은 직업 특성상 취재 때문에 감염 위험에 더 노출될 것 같기도 한데요?

-춘추관 측에서는 타 출입처 병행 출입을 제한했습니다. 외신기자는 아예 춘추관 출입 자체를 일시 중지했습니다. 춘추관에 상주하는 기자들 수만 수십 명에 달하다 보니 충분히 전파 위험은 있습니다. 무증상 감염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기도 하고요.

-기자들은 춘추관의 방침에 불만은 없는 듯합니다. 워낙 코로나19 상황이 엄중하기에 이러한 춘추관의 협조 요청을 이해하고 잘 따르는 모양새입니다. 대면 방식의 브리핑 횟수도 지난주보다 줄었습니다.

-연일 세 자릿수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데요. 이런 때 서로가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소 불편하고 사생활에도 영향이 있겠지만, 한마음 한뜻으로 정부의 지침을 잘 따르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하루빨리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재우 기자, 박숙현 기자, 문혜현 기자(이상 정치팀), 장우성 정치사회 에디터, 임영무 기자, 배정한 기자, 이새롬 기자, 남윤호 기자, 이선화 기자, 임세준 기자(이상 사진영상기획부)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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