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로 당 대표 후보가 코로나19 자가격리에 돌입하면서 일각에서 29일 전당대회 선거 일정을 연기하자는 말이 나왔지만 그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7월 24일 민주당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대회에 참석한 이낙연 의원과 박주민 의원, 김부겸 전 의원(왼쪽부터) /배정한 기자 |
김부겸 순연 요청에도 '코로나 위기' 부담 커…29일 그대로 진행할 듯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8·29 전당대회가 '3無(관심·논쟁·비전)' 지적에 이어 유력 당권주자 이낙연 의원의 자가격리로 빨간불이 켜졌. '어대낙(어차피 대표는 이낙연)' 분위기 속에 예정된 일정이 줄줄이 취소돼 김부겸·박주민 등 후발 주자들 사이에선 역전의 기회 없이 맥빠진 전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민주당은 21일 최고위원회에서 전대 연기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지만, 당 지도부와 전당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 등은 일정을 변경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전국대의원대회준비위원장은 "전대 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6월 9일 민주당 전국대의원대회준비위원회 제1차 회의에 참석해 개의 알리는 안 위원장, 이해찬 민주당 대표.(왼쪽부터)/배정한 기자 |
안규백 민주당 전준위원장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여러 가지를 고려했을 때 지금으로선(일정 내용과 형식을) 보완할 순 있겠지만, 전대 자체를 연기할 순 없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미루게 되면 (변경에 따른) 공고 시간 등 여러 절차가 필요해 2~3주 시간이 소요된다. 다음 주부터 권리당원 온라인 투표(24~25일)와 전국대의원대회 투표(26~27일), 재외국민 투표(24~26일)에 들어간다. 언택트 전당대회 시스템이 구축된 상태에서 전대를 순연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당 내부에서도 전대를 일정대로 진행하자는 기류가 강하다. 우상호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어차피 지금 전당대회를 체육관에서 대규모로 사람을 모아놓고 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이 됐기 때문에 (전대 연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고, 김종민 최고위원 후보도 "사실 원래 정상적으로 본다면 선거를 연기해야 할 상황"이라면서도 "(연기하면) 사실상 지도부 공백 상태가 된다"며 "국가적인 위기 상황에 맞게 빨리 전당대회를 치러서 새로운 지도부가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좀 지도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일각에선 확진자 밀접접촉자로 분류된 이 후보가 2주간 자가격리에 들어가 오프라인 당 대표 후보 토론회나 합동 연설회를 비롯, 29일 전대 현장에도 참석이 불가능해지자 전당대회를 연기하자는 말이 나왔다. 특히 수해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전대 일정이 대폭 축소되면서 '이낙연 대세론'에 맞선 후발주자들 사이에선 구도를 뒤집을 역전의 기회조차 빼앗겼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김 후보 측은 우선 전대 선거 일정 연기를 당에 공식 요청했다. 이와 관련, 김 후보는 이날 KBS 라디오에서 "후보 한 분이 못하고 있는데 저 혼자 뛴다, 이런 모습도 좀, 저나 박 후보가 뛴다는 것은 조금 말이 안 되는 것 같다"라고 했다.
박주민 후보 측은 이날 당대표 후보 '100분 토론'이 취소되자 후보 측 유튜브 계정을 통해 '1인 100분 토론'을 열었다. /박주민 선거 캠프 제공 |
김부겸 캠프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TV 토론도 안 되고, 당원과 일반 국민이 후보를 비교해 알 수 있는 기회가 그만큼 없어져 버린 것이다. 당원들의 권리와 후보 세 명에 대한 공평한 기회 보장 측면에서 당이 일단 일정을 중단하고 대안을 제시해줘야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번 전대 일정은 합동연설회 등이 줄줄이 취소되며 차질을 빚었다. 앞서 집중호우로 광주·전남(8일), 전북(9일), 대전·세종·충남(14일), 충북(16일) 지역 대의원대회와 후보자 합동연설회가 취소됐다. 이날 예정했던 MBC 주관 당대표 후보 TV토론도 취소됐다. 당은 후보자들의 선거운동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22일 수도권 합동회 연설과 27일 KBS 전국 방송토론회를 화상회의 등의 방식으로 예정대로 실시하고, ‘씀TV’를 통해 토론회를 추가로 진행하는 등 방안을 내놓았지만 다른 김·박 후보 측은 당이 확실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후보 측은 "당에서 토론회를 기획하고 전국 순회를 하도록 한 취지가 있는데 그게 제대로 안 되고 있으니 당연히 (선거 결과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겠나"라며 "당이 (전대를 29일 확정)으로 결정하면 이후에 또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오후 열린 민주당 중앙당선거관리위원회와 각 당 대표 후보자 측과의 간담회에서도 김 후보 측은 불참했다. 당 지도부가 전대를 예정대로 추진하는 데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안 위원장은 전대 일정 차질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그건 당원들이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 후보 측은 전대 연기는 (코로나19 상황에서) 부담을 줄 수 있다면서 당 선관위에 방역수칙을 준수하고,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면 방송과 유튜브 방송을 이용한 토론 등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캠프 측은 이날 취소된 MBC 토론회에 준하는 토론회를 권리당원 투표일(24일) 전에 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당은 이를 반영해 당초 27일 계획했던 KBS 토론회를 앞당기고, 오는 23일께 씀TV를 통해 후보 토론회를 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