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상승세에 올라탄 미래통합당이 '전광훈 리스크'에 봉착했다. 여당은 이때다 싶어 코로나19 재확산을 보수진영 집회를 막지 않은 통합당 책임으로 돌렸다.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과 주호영 원내대표. /이새롬 기자 |
통합당 한발 늦은 '선긋기'에 "극우세력 잘라내야" 지적도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코로나19 2차 대유행 조짐 우려가 정치권으로 넘어와 정국 주도권 다툼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최근 지지율 하락세로 위기에 빠진 여당은 광복절 집회를 주도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와 미래통합당을 엮어 총공세를 펼쳤다. 통합당은 뒤늦게 '선 긋기'에 나섰지만 더불어민주당을 이탈한 중도층을 껴안기 위해선 이번을 계기로 '전광훈 리스크'를 완전히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8일 민주당 등 여권은 전 목사가 이끈 8·15 광화문 집회에 보수 진영 인사들이 참석한 것을 두고 '통합당 책임론'을 들고나왔다. 통합당은 전신인 자유한국당 시절 황교안 전 대표가 '장외 투쟁'할 때 전 목사 주도 집회에 여러차례 참여해 강경보수 세력에 힘을 실어준 바 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과거 광화문 집회에 통합당이 참석했던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이 있음을 인식하고 적극적인 참석 금지 조치를 취해야 옳았다. 통합당은 방역을 위해 금지된 8.15 집회를 사실상 방조한 것"이라며 통합당의 사과를 요구했다. 서울시가 집회 금지조치를 내렸음에도 홍문표 의원 등 통합당 전·현직 의원들이 집회에 참석했고 통합당은 개별 당원 자율에 맡겼을 뿐, 참석 불가 방침을 내리지 않았다는 게 이유다. 김 원내대표는 또 통합당에 "전 목사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전 목사를 대변하는 정치인들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라고도 했다.
통합당이 코로나 재확산 사태를 독려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논리도 나왔다. 설훈 최고위원은 BBS 라디오에서 "통합당은 사태를 수수방관한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독려한 게 아닌가"라고 했고, 한병도 의원은 페이스북에 "통합당이 사죄하지 않는다면, 극우세력과의 결탁 의혹을 자인하는 꼴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공세 배경에는 최근 민주당 지지율이 급락한 가운데, 광화문 집회에 대한 부정 여론이 형성돼 코로나19 재확산에 대한 정권 부담은 덜고 국면 전환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통합당 내부에선 극우세력과 확실한 결별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8월 15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8.15 광화문 국민대회'에서 정부를 규탄하고 있는 전 목사. /임영무 기자 |
민주당의 공세에 통합당은 뒤늦게 '선 긋기'에 나섰다. 지지율 상승세를 이어가며 외연 확장에 나서고 있는 마당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통합당은 올해 2월 유승민계, 안철수계 일부 의원들 합류로 새로 창당된 이후 전 목사 등과 거리를 뒀는데 이번 사태로 다시 '강성 보수' 이미지가 굳어질 수 있다며 우려하는 분위기다.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1주기 추도식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광화문 집회가) 야당하고 무슨 관련이 있나"라며 여권이 제기하는 통합당-전 목사 결탁설을 일축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이날 CBS라디오에서 "방역 측면에서 보면 광화문 집회는 잘못된 것이고 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고 선을 그었다. 황 전 대표 시절 당 조직부총장을 지낸 원영섭 통합당 윤리위원회 부위원장도 페이스북을 통해 "이제 선을 그어야 한다. 여야 막론하고 자가 격리 위반은 엄중한 사항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했다.
여권이 코로나 재확산에 '통합당 책임론'을 들고나온 데 대해선 반박했다. 김기현 통합당 의원은 KBS 라디오에 나와 "야당에 프레임을 씌우려고 한다. 코로나 이슈를 가지고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하는가"라며 "참 웃기는 분들"라고 했다. 김은혜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통합당은 전광훈 목사와 아무 관계가 없다. 또 함께한 적도 없다. 말이 안 되는 걸 굳이 엮으려고 애쓰는 게 안쓰러워 보일 뿐"이라며 "국민 건강마저 정치공학으로 활용하는 구태"라고 지적했다.
다만 당 안팎에선 통합당 지도부가 사태를 키웠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8·15 광복절을 앞두고 지도부는 당 차원의 집회 참여가 없다고 밝혔지만 그보다 강력한 금지 조치를 내렸다면 여당에 공격 빌미를 제공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이번 논란을 계기로 통합당이 극우보수 세력과 확실히 결별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선 긋기만 할 게 아니라 잘라내야 한다. 당의 좌표를 변화시킬 뿐만 아니라 인적 청산이 함께 가야 한다. 이번 기회에 당내 극우세력, 친박세력을 잘라내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코로나19 재확산 우려에 국회도 비상이 걸렸다. 우선 오는 29일 잠실 올림픽체조 경기장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민주당 전당대회가 '완전 비대면'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안규백 전국대의원대회준비위원회 위원장은 "지금 현재로선 코로나 사태에 당이 적극적으로 선도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이런 점((온라인 전당대회)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민주당은 19일 전준위에서 '온라인 전당대회' 여부를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국회 차원에선 오는 11월을 목표로 '영상회의 시스템' 구축에 나선다. 현행법상 본회의·상임위는 '온라인상 표결 효력'이 인정되지 않아 관련 국회법 개정도 추진할 예정이다. 또 각 상임위원장 회의장에는 참석자 명단을 사전 제출해 등록된 인원만 출입하도록 제한하며, 의원회관 회의실과 세미나실도 참석자를 50명 이내로 제한하는 등 방역 조치를 강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