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지지율 하락과 높아진 '정권교체' 여론으로 위기감에 휩싸였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태가 터진 직후인 지난 7월 10일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굳은 표정을 짓고 있는 이해찬 민주당 대표. /남윤호 기자 |
부동산 정책도 야당과…"당 재정비하고 협치" 주문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지지율 급락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당 내부에선 초선·중진 의원 모두 입을 모아 부동산 정책 혼선과 고위 공직자들의 태도 논란을 지지율 하락 원인으로 꼽았다. 당 대표 교체기에 나타난 일시적 현상으로, 새 지도부가 진열을 가다듬으며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지지율 역전의 근본 원인을 '거대 여당의 독선'으로 진단하며 야당과의 협치를 주문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 '탄핵 국면' 전으로 돌아간 지지율...중진·초선 입 모아 "부동산 때문"
2017년 대선과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 승리하며 지지율 고공행진을 이어온 민주당이 총선이 끝난 지 네 달 만에 지독한 슬럼프에 빠졌다.
'국민만 믿고 가겠다'며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 같던 당에 경고등을 울린 건 '최악' 수준으로 떨어진 지지율이다. 당 지지율은 미래통합당에 뒤처지고,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도 40%선 아래로 무너졌다. 1년 뒤부터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 경쟁을 펼쳐야 하는데 '정권 교체' 여론도 높아졌다.
민주당은 21대 국회 개원 직후부터 윤미향 의원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후원금 유용 의혹, 이상직 의원의 이스타항공 임금체불 및 편법증여 논란, 오거돈 전 부산시장과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혐의 등 각종 논란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다주택 처분 논란'을 빚은 청와대 고위 공직자의 일괄 사의로 정부의 "집값 잡겠다"는 정책 신뢰성이 훼손되면서 민심 이반에 불을 질렀다는 분석이 중론이다.
당 내부에선 이런 여론조사 결과에 당혹스러워하면서도 '일시적 현상'으로 보고 있다. 최근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어긋난 청와대 일부 고위 공직자들의 태도로 '실망'한 것이지 완전히 등을 돌린 건 아니라는 것이다. '통합당이 잘해서 지지율이 오른 건 아니다'라는 진단도 한몫했다.
민주당 중진 A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일시적 역전에 대해 긴장은 해야 하지만, 지지율이야 오르고 내리는 것이니 호들갑 떨 일은 아니다. 과거 지지율 20%대를 생각해보면 최근까지 고공행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라며 "지지율 하락의 본질은 회복할 수 없을 정도의 실망과 분노층이 아닌 일시적 실망층이 생긴 것인데 새로운 지도부 중심으로 접근하면 다시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통합당은 희희낙락하고 있지만 반사이익이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특별히 잘했다고 하기엔 점수 줄 만한 게 없다. 아마도 위기의식을 느낀 보수가 탄핵 이후 분열됐다가 지급 다시 총결집한 것 같다. 반면 우리는 부동산 등 몇몇 정책적 측면, 몇몇 고위 공직자들의 접근 방식이 여러 물의를 일으킨 점이 있었다. 양쪽 다 위기와 기회가 같이 온 것"이라고 했다.
초선 B 의원도 "전체적으로 보면 아무래도 고위 공직자들의 다주택 논란이 영향을 많이 미쳤다고 본다"며 "지금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있고 전당대회 와중이라 정비해가는 시기다. 우리 내부에서 좀 더 진용을 가다듬는 노력이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싶다"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차기 지도부 출범을 반등의 기회로 노리고 있다. 지난 7월 24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에비경선대회에 참석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박주민 의원, 김부겸 전 의원(앞줄 왼쪽부터). /배정한 기자 |
◆새 지도부의 리더십·야당과의 협치 관건
민주당이 위기 국면에 놓였다는 진단에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향후 극복 방향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다.
당내에선 지지율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부동산 정책'을 오히려 앞으로도 지속해서 밀고 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A 의원은 보수 야당과 당내 일각에서 제기하는 '부동산 정책 재검토' 주장에 대해 "그러면 진짜 망한다. 옛날 노무현 전 대통령 말기에도 부동산 정책으로 (지지율이 떨어지는 걸) 봤는데 (그때처럼) 우왕좌왕하면 반드시 망한다. 원래 노 비서실장 논란 전까지 강남 아파트값이 7주 연속 하락했다고 보도됐었다. 부동산은 심리다. 노 비서실장이 다주택을 보유한 청와대 참모진들에게 '한 채 남기고 팔라'고 지시한 게 실수였다. 마치 부동산 정책 실패가 집을 안 판 참모들 문제인 것처럼 치환되게 방치해버렸다. 자기 발에 자기 다리가 걸려 넘어진 꼴"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차기 지도부'가 당 위기를 극복할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A의원은 "새로운 지도부를 뽑고 있는 게 하나의 기회요인이다. 정당은 지도부 쇄신을 통해 새로운 반전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 하지만 지도부가 새로 들어온다고 해서 무조건 반전하는 건 아니고 지도부가 어떤 계획을 짜서 어떻게 접근하느냐가 매우 중요해진 상황이다. (차기 지도부가 들어서고 나서도) 계속 실수하고 실정하면 (지지율이) 확 무너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B 의원도 "아마도 당 위기 극복이 차기 지도부의 첫 번째 과제이자 임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당대회를 거치는 기간 내부에서 새로운 동력들이 만들어져야 하지 않나 생각된다"고 했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선 지지율 하락의 또 다른 요인인 '거대 여당의 일방 독주' 행보를 멈추고 협치에 나서는 게 우선이라고 진단한다. 176석을 보유한 민주당은 지난 6월 5일 21대 국회를 사실상 단독 개원했고 1948년 제헌 국회 출범 이후 국회의장단과 상임위원장 선출을 여당 단독으로 진행했다.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 입법을 강행해 집값 폭등의 책임도 온전히 떠안게 됐다.
고진동 정치평론가는 "지금은 사실 돌파구가 없다. 일단 협치를 위해 야당에 손을 뻗고, 공통분모를 찾아 경제 현안에 대해 소통하면서 새로운 대책을 만들어나갈 필요가 있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협치 모델을 만드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지난 10일 문 대통령이 수석비서관 인사를 단행하며 노 비서실장은 유임시키고, 정무수석에 최재성 전 의원을 앉힌 것은 청와대가 향후에도 '협치'보다 '국정과제 추진'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뜻으로 읽히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당 내부에 다양한 목소리를 담되, 통일된 메시지를 내는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고 평론가는 "의원들이 많다 보니 메시지가 통일되지 않고 의원 각자 독자 행동들을 한다. 의견의 다양성이 아닌 복잡성을 야기해 거기에서 오는 국민 피로감이 크다. 이런 부분들이 자제돼야 한다"며 "더 걱정은 새로운 지도부가 만들어지면 지도력이 더 떨어질 텐데 집단 지성을 발휘해 여당으로서 책임 있는 모습을 갖추도록 노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동안 민주당은 '원팀'을 강조하며 인사, 정책 등 대다수 면에서 청와대와 보조를 함께 해왔지만 앞으로는 새 지도부가 당·청 관계를 재설정해 대중에 한 발짝 더 다가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친문 세력이 주축인 당내에서 강한 리더십을 발휘하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높다. 향후 검찰 수사 결과 발표가 임박한 윤 의원 논란, 소속 지자체장의 성추행 문제로 치르는 보궐 선거 공천 문제, '권력기관 개혁' 등의 과제를 차기 지도부가 어떻게 풀어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