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김종인 비대위 체제 미래통합당이 호남 끌어안기 행보가 본격화한 가운데 21대 총선 낙선자들의 선거보전비용 일부를 호남지역 지원에 활용하는 방안이 한 달 전부터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비대위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이새롬 기자 |
전국정당 도약을 위한 김종인 비대위 '호남 플랜' 일환
[더팩트ㅣ국회=허주열 기자] 미래통합당이 21대 총선 낙선자들의 '선거보전비용'(이하 보전비) 일부를 정치적 취약 지역인 호남 지원에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법상 조건을 충족해 낙선자들이 돌려받은 보전비는 통상 소속 정당으로 귀속되고, 해당 지역 당협 활동비 등으로 사용돼왔다.
21대 총선에서 통합당 후보로 서울 노원병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이준석 전 최고위원은 14일 <더팩트> 취재진에게 "낙선자들이 돌려받은 보전비 중 후원금 부분은 당에 귀속되는데, 그 액수가 통상 수천만 원에 달한다"며 "당에선 이 자금을 당협에서 쓸 수 있게 배려하는데, 이번엔 한 달쯤 전에 김선동 사무총장이 요청해서 그중 10% 이상은 호남을 위해서 쓰자고 얘기해서 다 동의한 걸로 안다"고 말했다.
공직선거법 제122조 2항(선거비용의 보전 등)에 따르면 대통령 선거,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 지방의회의원 및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의 경우 후보자의 득표수가 유효투표 총수의 100분의 15 이상(득표율 15% 이상)인 경우 후보자가 정당하게 지출한 선거비용 전액을, 10~15% 득표 시 지출한 선거비용의 50%를 보전받을 수 있다.
또한, 정치자금법 제58조(후보자의 반환기탁금 및 보전비용의 처리)에는 정당추천 후보자는 후원회 후원금 또는 정당의 지원금으로 기탁금을 납부하거나 선거비용을 지출한 이후 돌려받은 보전비(자신의 재산으로 지출한 비용은 모두 공제한 잔액)를 소속 정당에 인계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 통합당이 지난 12일 비상대책위원회 산하에 발족하기로 한 국민통합특위 위원장을 맡기로 내정된 호남 출신 정운천 의원(재선)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사무총장 쪽에서 호남 지역에서의 통합당 활성화를 위해 보전비를 호남에 쓰도록 (낙선자들의) 동의를 받아보자는 이야기가 있었다"라며 "구체적인 결과를 받아보지는 않았는데, 국민통합특위가 진행되면 해당 내용이 구체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보전비를 낙선자 지역이 아닌 다른 지역에 사용하는 게 당사자의 동의를 받을 일이 아니라는 주장도 나왔다. 통합당 핵심 관계자는 "정당에 귀속된 보전비를 당에서 타 지역 당무 활동에 사용하는 것은 동의를 구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호남은 당협위원장이 없는 곳이 많은 우리 취약 지역인데, 그동안 관심을 갖지 못했다"라며 "김종인 비대위 체제가 출범한 이후 호남이 우리를 실망시킨다고 원망할 것이 아니라 호남 사람들의 마음이 무엇인지 헤아리도록 노력하자는 분위기가 당 전반에 형성됐고, 그런 측면에서 보전비 활용도 논의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비대위가 출범하면서 (당을 바꾸기 위한) 여러 로드맵이 나왔는데, 호남의 아픔을 우리가 함께해야 한다는 것도 포함돼 있다"라며 "국민 속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우리는 그간 호남에는 들어가지 못했다. 현 정권이 당리당략만 생각해 (국민을 지역별로) 갈라치기 하는 것을 보고 우리는 거기서 반면교사로 호남 속으로 더 들어가자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덧붙였다.
사진은 지난 10일 통합당 김종인 비대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전남 구례군 구례읍 구례 5일 시장 수해 침수피해 지역을 관계자들과 함께 둘러보던 당시. /뉴시스 |
통합당 지도부 한 관계자도 "보전비 호남 지원은 김 위원장의 호남 프로젝트 안에 포함된 것"이라며 "호남 명예 의원을 통한 인력 지원, 지속가능한 활동을 위한 자금 지원, 문화적 측면에서 계속 동진했던 우리가 앞으로 서진을 하면서 전국정당의 다시 모습을 갖추기 위한 움직임 등 큰 틀에서 호남에 다가서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통합당은 호남 끌어안기를 본격화하고 있다. 새 정강·정책에 5·18 민주화 운동을 명기하고, 오는 19일에는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광주를 방문해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고 국민통합을 강조하는 대국민 메시지도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비대위 산하에 만들기로 한 국민통합특위도 사실상 호남 민심을 겨냥한 특위라는 내부 평가가 나왔다. 특위 한 관계자는 "국민통합특위는 실질적으로 호남 특위다"라며 "호남에 국한하는 것보다 이름은 확대해서 짓자고 해서 국민통합으로 이름이 정해졌는데, 앞으로 호남을 배려하는 여러 방안이 발표될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당 한 재선 의원은 "보전비의 경우 10%가 아니라 절반이라도 우리가 호남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그쪽에 지원해야 한다"며 "호남에 계신 분들은 분명 아픔이 있고, 우리 정권 시절 인사 불이익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현 정부에선 역으로 인사 불이익을 하고 있지만, 이제는 그런 것이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