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여야, '삽질'도 좋지만 국회 내 대책 논의 좀…
입력: 2020.08.13 00:00 / 수정: 2020.08.13 00:00
수해 원인을 둘러싼 여야 공방이 수일째 이어지자 싸울때가 아니다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11일 충청북도 음성군 호우 피해지역을 찾아 봉사활동에 나선 민주당 의원들. /남윤호 기자
수해 원인을 둘러싼 여야 공방이 수일째 이어지자 "싸울때가 아니다"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11일 충청북도 음성군 호우 피해지역을 찾아 봉사활동에 나선 민주당 의원들. /남윤호 기자

'4대강·태양광 사업' 놓고 수일째 갑론을박…"지금이 싸울 땐가"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최근 기록적인 폭우로 전국 곳곳에 피해가 발생하는 가운데 정치권이 책임공방 대신 대안 마련에 머리를 모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번 홍수와 산사태 피해를 두고 지난 정권의 '4대강 사업', 문재인 정부의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논쟁이 격해지자 '지금이 싸울 때인가'라는 비판 목소리가 제기됐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4대강 사업을 둘러싼 갑론을박은 피해 발생 초기부터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4대강 사업의 홍수조절 기여 여부 조사'를 지시하자 야당 의원들은 즉각 반발했다.

12일 권성동 무소속 의원은 "홍수를 4대강 탓으로 돌릴 것이 아니라 가뭄과 홍수 예방에 자신 있다면 지금 즉시 4대강 보를 파괴하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YTN 라디오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4대강 사업이 홍수와 가뭄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것은 지역 농민들은 다 인정하고 있다"면서 "장마전선 집중호우로 발생한 홍수의 원인이 4대강 탓인 것으로 몰아가는 것은 잘못된 행태로, 이는 모든 것을 지난 정권 탓으로 돌리는 책임회피"라고 꼬집었다.

지난 11일 하태경 통합당 의원도 "4대강 사업의 녹조 문제는 비판 받을 점이 있을지 몰라도 홍수 예방 효과는 지극히 이해하기 쉬운 산수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강바닥을 수 미터(펑균 4미터) 더 깊이 파서 강물 그릇이 더 커졌다면 당연히 빗물 저장량도 많아진다. 그 전에 비해 범람 가능성이 줄어든 것"이라고 했다.

4대강 사업은 2009~2011년 이명박정부에서 예산 22조원을 투입한 대표적 사업이다. 수해 예방 및 수자원 확보를 위해 4대강에 16개 보를 설치하고, 강바닥에 쌓인 흙을 퍼내는 준설이 핵심으로 꼽힌다.

이 전 대통령과 함께 일했던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와 조해진 통합당 의원 등도 4대강 덕에 피해를 줄였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공방은 거세지고 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야권 인사들은 문재인 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산사태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3일 한강홍수통제소를 방문한 김 위원장. /이선화 기자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야권 인사들은 문재인 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산사태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3일 한강홍수통제소를 방문한 김 위원장. /이선화 기자

반대편에선 문재인 정부의 무리한 태양광 사업 확대가 산사태 피해를 키웠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는 "산사태 발생지역 중 태양광이 설치된 곳은 1%에 불과하다"고 반박했지만 관련한 주장은 야권 내에서 확산하고 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0일 국회에서 "집중호우와 함께 산사태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는데 태양광 발전시설의 난개발 지적도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같은날 태양광 발전시설과 산사태 등 수해 연관성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제안하기도 했다.

박진 의원은 지난 11일 국회 토론회에서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총 집결체인 원전을 포기하고 태양광을 설치해 산사태를 일으키고 그에 따른 피해가 커졌다"며 "국회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권에서 국정조사·감사원 감사 요구가 일어나자 민주당은 '정치 공세'라며 반박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같은날 충북 음성군 수해 현장 방문에서 "기록적 폭우 앞에 정쟁 요소로 끌어들여서 논쟁하자고 달려드는 것은 점잖지 못하다"며 "태양광도 지난 정부 때 허가가 너무 많이 났었다"고 밝혔다.

이낙연 의원도 "경사도를 훨씬 엄격하게 해 평지나 다름없는 곳에 태양광을 설치했는데 그 때문에 산사태가 생겼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태양광이 설치된 곳은) 산사태 면적의 1%도 안 된다. 과장"이라고 선을 그었다.

정치권의 책임공방이 가열되자 국회 차원의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폭우 피해를 입은 충북 음성의 한 농가. /남윤호 기자
정치권의 책임공방이 가열되자 국회 차원의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폭우 피해를 입은 충북 음성의 한 농가. /남윤호 기자

이번 수해 피해로 여야 지도부는 현장을 방문해 봉사 활동에 나서고, 주민을 위로하는 등 행보를 보였지만 피해 원인을 놓고 갑론을박이 거세지자 '여야가 싸우지 말고 힘을 모을 때'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종훈 명지대 교수는 "지금 책임공방 벌일 때인가"라며 "대안제시 쪽으로 갔으면 좋겠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야당 쪽에선 (수해 원인을) 이슈화 해서 당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싶은 심정일 것"이라며 "여당은 또 '여기서 밀리면 끝'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여당은 빨리 국면전환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최대한 야권에서 제기하는 이슈를 역으로 활용해 국면을 돌파해보려고 한다고 봐야 한다"며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승함 전 연세대 교수도 "가능한 뒤에서 해야할 일을 열심히 해야 한다"며 "지금 당장 수해 복구에 대한 추경안도 유보하기로 했으니 대책을 논의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그는 통화에서 "과학적으로 검토해 그 결과로 이야기해야 한다. 근거 없는 이야기로 주장만 해서 그렇더라"라며 "책임공방을 가열시키는 건 좋지 않다"고 제언했다.


moon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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