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선중앙TV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황해북도 은파군 대청리 일대 홍수 피해 현장을 방문, 유사시에 사용하기 위해 비축한 전시 예비 물자와 식량을 수재민 지원에 활용하도록 지시했다고 7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차량 운전석 쪽에서 문을 열고 주민들을 바라보는 모습. /조선중앙TV 캡처 |
"올바른 관계설정 뒤 수해지원 제안해야"
[더팩트ㅣ통일부=박재우 기자] 미국 역사상 가장 젊은 나이로 대통령에 당선된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이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 보여줬던 전술은 외교가에 널리 알려져 있다.
쿠바 미사일 위기는 '핵 전쟁' 직전까지 갔던 인류상 가장 아슬했던 위기이다. 1962년 10월 16일부터 28일까지 13일간 소련의 핵탄도미사일을 쿠바에 배치하려는 시도를 둘러싸고 미국과 소련이 대치해 핵전쟁 발발 직전까지 갔다.
이 과정에서 케네디 전 대통령은 국제적 압박, 공군을 이용한 공습, 쿠바 연안에 대한 해상봉쇄 등을 통해 '배수의 진'을 쳤다. 동시에 동생 로버트 케네디와 소련 대사를 밀사로 보내 극적인 철수 타결을 맺었다. 분위기 반전을 이끌어내는 전형적인 케네디식 '평화 외교'였다.
정작 우리 정부가 북한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정반대의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할 당시에도 비난의 화살을 대북전단을 살포한 탈북민 단체에게 돌리며 북한에는 별다른 항의를 하지 않았다. 특히, 통일부 관계자는 우리 세금을 단숨에 날려버렸는데도 북측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남북관계 특수성상 사법 절차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만 답했다.
사진은 지난 6월 16일 북한이 '남북협력'의 상징이자 판문점 선언의 대표적인 성과로 꼽힌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당시. /노동신문 캡처 |
또, 이젠 북한의 황강댐 방류를 놓고도 논란이 되고 있다. 기존의 합의를 깨고 무단방류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11일 북한에서 황강댐 상류의 댐 2개를 붕괴시켰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 와중에 통일부의 태도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통일부는 부인도 하지 않고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뿐이다. 이와 함께 대북 수해지원에 대한 원칙적인 입장도 밝히기도 했다. 정부가 우리 국민의 안전보다 북한 주민의 안전을 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통일부는 북한과의 대화채널이 단절된 상황에서 메시지 전달이라는 미명아래 '대화 일변도'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물론, 물밑 협상에 대해 당국자가 아닌 이상 알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대답 없는 상대방을 향해 꾸준히 구애하는 태도는 이해할 수 없다.
재난대응 선진국으로서 북한에 수해지원은 꼭 필요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홍수 등 악재가 겹친 상황이고 북한의 홍수 상황은 2007년 보다 심각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피해 이틀 만에 직접 렉서스를 끌고 나타나 침수 피해지를 둘러보기도 했다.
지난 2018년 4월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처음 만나 악수를 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한국공동사진기자단 |
북한에 손을 내미는 것은 한 민족으로서, 또 이웃국가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통일부가 발표한 것처럼 정치·군사적 상황은 이유가 되지 않는다. 이 원칙에 반대하는 국민들은 없을 것이다.
다만, 중요한 것은 전략과 타이밍이다. 서로에게 놓인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꼬여있는 관계 속에서 북한에 수해 복구 지원을 제안한다면 아무리 북한 상황이 최악이라고 해도 지난번과 같은 상황이 벌어지지 않으리라 장담할 수 없지 않을까.
우리 속담에 '어려울 때 친구가 진짜 친구'라는 말이 있다. 단순한 생색내기·보여주기 형식이 아닌 유연한 전략과 올바른 관계설정에서의 수해지원 제안이 효과가 있지 않을까? 원래 돕겠다고 말만 하던 친구보단, 적재적소에서 어려울 때 친구가 되는 친구가 속담에 나오는 진짜 친구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