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확대경] '빨간불' 민주당, 고개 드는 '당청 관계 재정비론'
입력: 2020.08.11 15:00 / 수정: 2020.08.11 15:00
176석 거대 여당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미래통합당과 근소한 차이로 좁혀지며 당 내부에도 비상이 걸렸다. 당내에선 새로운 당청관계를 모색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는 이해찬 대표. /배정한 기자
176석 거대 여당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미래통합당과 근소한 차이로 좁혀지며 당 내부에도 비상이 걸렸다. 당내에선 새로운 당청관계를 모색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는 이해찬 대표. /배정한 기자

차기 지도부도 '친문 눈치보기' 당분간 이어질 듯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부동산 정책 혼선과 청와대 고위직 공무원의 '집 처분' 논란 후폭풍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며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당 내부에서는 여당이 청와대의 '여의도 출장소'로 전락하지 않도록 차기 지도부부터 당청관계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민주당 지지율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리얼미터가 10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YTN 의뢰, 조사 기간 3일부터 7일까지, 전국 유권자 2520명 대상,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2.0%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관리여론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민주당과 통합당 지지율 격차는 0.5%포인트로 좁혀졌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도 지난주보다 2.5%포인트 떨어져 43.9%로 민주당과 동반 하락했다. 앞서 발표된 다른 지지율 여론조사들에서도 민주당 하락세와 통합당의 상승세가 뚜렷하다. 여권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최악인 상황이다. 조만간 뒤집힐 수 있다"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당내에선 부동산 대책 관련 당·정·청 불협화음과 청와대 참모진 일괄 사의 표명 등이 지지율 급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의 '반포 아파트' 논란이 불거지면서 볼멘 목소리들이 일찌감치 나왔다. 이번 청와대 참모진 사의 표명으로 부정 여론이 정점을 찍었다는 것이다.

여당 입장에선 야당으로부터 '청와대 거수기'라는 비판까지 들으며 부동산 대책과 입법을 강행했는데 청와대발 악재로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됐다는 반응이다. 실제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7월 임시국회를 통과한 부동산 관련 세제개편안과 정부 공급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청와대와 정부가 먼저 결정하고 당에 입법 협조를 구하는 방식에 불만을 드러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와 정부의 성급한 부동산 정책 추진에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정부가 발표한 공급대책은 빨라야 4~5년 걸려 시행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을 위한 후속 입법을 먼저 해야 했는데 너무 성급했다. 초조하면 실수하게 돼 있다. 이럴 때일수록 돌아가야 한다"며 "또, 사실 내 집 마련하고 팔 때 집값 오르길 기대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이런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를 거스르는 정책이 잘 될지 의문"이라고도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지지율 슬럼프에서 벗어나려면 당·청 관계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그동안 지지율 높은 청와대 의견을 그대로 따르면서 여당이 야당과의 협치 등 정치력을 발휘할 공간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특히 8·29 전당대회의 당 대표 선출 시기와 지지율 하락 국면이 맞물려 향후 새로운 지도부가 자연스럽게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과거에도 여당 내 강력한 차기 주자가 대통령과의 거리두기로 당 주도권을 쥐고 자신의 입지를 넓혀왔다.

차기 당권주자들도 최근 당 지지율 하락과 관련해 '집 처분' 관련 청와대의 안이한 대처를 비판했다. 이낙연 후보는 지난 7일 KBC 광주방송 토론회에서 "고위공직자들이 '집 하나만 가지라'고 해놓고 자기들은 굼뜨게 대처했다는 것에 (국민들이) 몹시 속상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 후보는 당 대표 출마선언에서 당·청관계와 관련해 '건설적인 협력관계'를 언급했었다.

차기 지도부가 선출된 후에도 당청 관계에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5월 국무회의에 입장하는 노영민 비서실장, 문재인 대통령, 이낙연 국무총리(왼쪽부터). /청와대 제공
차기 지도부가 선출된 후에도 당청 관계에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5월 국무회의에 입장하는 노영민 비서실장, 문재인 대통령, 이낙연 국무총리(왼쪽부터). /청와대 제공

다만 현재까지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민주당 지지율보다 높고, '친문 세력'이 민주당 주류를 형성하고 있어 차기 당 대표가 청와대와 각을 세우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자칫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간 구도가 되면 조기 레임덕(정권 말기에 나타나는 대통령 등 지도자의 지도력 공백 상태) 현상이 가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민주당 당원 게시판에도 '문 대통령 조기 레임덕 조짐' 관련 보도에 "쥐가 갉아 대듯 민주당 기둥 하나하나 갉아대고 있는데 뭐 하느냐"며 당을 질타하는 글이 올라왔다. 민주당은 과거 참여정부 시절인 2006년 3월 이해찬 당시 국무총리 골프 논란 이후 총리 교체 문제 조율 과정에서 여당이 반발하면서 청와대가 치명타를 입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레임덕에 빠졌던 아픔을 경계하고 있다.

친이낙연계로 분류되는 민주당 한 재선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당·청관계 재정립 전망에 대해 "이낙연 후보는 '문 정부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고 성공에 주력하겠다'고 했다. 이 후보가 당 대표가 된다면 이런 대원칙하에서 당을 운영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그 기준은 변함 없을 것"이라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았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지금까지는 청와대가 부동산 정책을 주도하고 당이 이에 동의하는 관계였다. 당은 정권 재창출을 위한 야전사령부가 되고, 정책으로 문 정부의 성과를 만들어내야 두 세력이 상생할 수 있는데 지금은 거꾸로다. 당 차원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이번에 완전히 재정비해야 한다"라며 "이를 위해 당 대표 후보자들이 목소리를 내야 하는데 (민주당은) 친문 패권주의가 정착된 곳이라 쉽지 않아 보인다"라고 내다봤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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