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주열의 정진기(政診器)] 민주당의 '입법 폭주', '더불어'와 '민주'는 어디로?
입력: 2020.08.01 00:00 / 수정: 2020.08.01 00:00
지난달 3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과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가결되고 있다. /배정한 기자
지난달 3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과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가결되고 있다. /배정한 기자

'협상·양보·타협', 민주주의 필수 요소 외면한 '거대 여당'

[더팩트ㅣ국회=허주열 기자] 21대 국회에서 176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이 마치 전체 국회 의석(300석)을 다 가진 듯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28~29일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등 11건의 부동산 관련 법안이 야당의 반발·퇴장 속 민주당의 밀어붙이기로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했다. 이 중 2건은 지난달 30일 본회의에서도 가결됐다.

미래통합당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관련한 후속 3법(인사청문회법·국회법 개정안,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의 운영 등에 관한 규칙안)도 지난달 29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민주당과 열린민주당 의원만이 참여한 가운데 통과됐다. 민주당은 앞서 각 상임위를 통과한 부동산법 9건과 공수처 후속 3법도 법사위에서 같은 방식으로 통과시킨 후 오는 4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민주적인 절차는 무시됐다. 통상 법안은 상임위 소위원회 논의, 여야의 대체토론, 유사 발의 법안 병합심사 등을 거쳐 상임위에서 의결된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 모든 절차를 건너뛰고 소속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만 따로 뽑아서 상정해 본인들 주도로 처리했다. 전례를 찾기 어려운 거대 여당의 입법 폭주가 여러 상임위에서 벌어졌고, 앞으로도 같은 일이 되풀이될 것으로 보인다.

오죽했으면 민주당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여 온 정의당에서도 "작금의 상임위는 당정협의, 민주당 의원총회장과 다를 바 없다", "국회의 균형과 견제가 실종됐다", "오로지 정부안 통과만을 목적으로 한 전형적인 '통법부'의 모습으로, 이런 일이 앞으로 다시는 반복되어선 안 된다"는 말이 터져 나왔다.

민주당이 다른 정당 의원들을 배제한 채 밀어붙인 법안이 꼭 효과를 볼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부동산값 폭등을 억제하기 위해 22차례나 대책을 내놨지만, 결과는 역대급 폭등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민주당은 더 강력한 규제만이 답이라 확신하고, 야당의 의견에는 귀를 닫은 채 다수결의 힘을 앞세워 밀어붙이고 있다.

그러면서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의 책임을 야당과 전 정부로 돌리면서 '남 탓'을 하는 황당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공식 석상에 "지난해 야당의 반대로 12.16 부동산 대책의 후속 입법이 통과되지 못한 후유증이 지금의 부동산 시장 과열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고, 2014년 통합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이 주도한 부동산 3법이 아파트값 폭등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왼쪽 두 번째)과 주호영 원내대표(가운데)를 비롯한 통합당 의원들이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민주당의 일방적인 법안 처리에 항의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배정한 기자
김종인 비대위원장(왼쪽 두 번째)과 주호영 원내대표(가운데)를 비롯한 통합당 의원들이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민주당의 일방적인 법안 처리에 항의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배정한 기자

지난 총선에서 국민들이 민주당에 176석을 몰아준 것은 300석을 가진 것처럼 독주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우리나라는 민주당을 지지하는 국민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통합당(103명), 보수성향 무소속(4명), 정의당(3명), 국민의당(3명)을 지지한 국민도 엄연히 존재한다. 민주당에 야당을 지지한 국민은 국민도 아닌 것일까.

야당과 더불어 협치를 하려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대화와 타협, 소수 의견 존중이라는 민주적 가치를 무시하는 일이 되풀이되는 모습을 보면서 야당과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 국민들은 '더불어민주당'에 '더불어'와 '민주'가 없다는 말을 심심찮게 하는 게 현실이다. 나아가 "최근 민주당의 모습을 보면 선출된 권력이 어떻게 민주주의를 파괴하는지 전형을 보여주는 것 같다"는 말도 나온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21대 국회 개원연설에서 "가장 큰 실패는 '협치의 실패'였다고 생각한다"며 "21대 국회는 대결과 적대의 정치를 청산하고 반드시 '협치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전 세계적인 위기와 격변 속에서 협치는 더욱 절실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청와대의 정책에 적극 보조를 맞추는 민주당이 문 대통령의 '협치 호소'를 외면하는 것은 대통령의 협치 발언이 대외적 쇼였거나, 청와대의 입법 하명 시한 준수와 협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전자를 택한 것이 아닐까 싶다. 아니면 둘 다 이거나.

협상·양보·타협은 민주주의 국가가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필수 요소다. 소수의 의견을 존중하고, 다양성을 인정해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풀어가는 게 민주주의의 '가치'이고, 다수결은 이것이 안 될 경우 마지막에 사용하는 '수단'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 가치를 지키기 위해 민주주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모든 국가의 정치인이 어려움을 겪는다. 하지만 그 제약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비판의 장벽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다. 문 대통령과 민주당은 지금 그러한 노력을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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