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숙 미래통합당 초선 의원의 30일 국회 본회의장 5분 연설이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윤 의원은 연설에서 "집주인이 2년 있다가 나가라 그러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을 달고 살고 있다"는 임차인들의 현실적 고민을 털어놔 국민으로부터 공감을 이끌어 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희숙 의원 블로그 갈무리

덜덜 떨던 윤희숙 "우리는 무엇을 점검했을까?" 호소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윤희숙 미래통합당 초선 의원은 30일 본회의장 단상에 올라 덜덜 떠는 손을 붙잡고 "저는 임차인입니다"라며 5분간 호소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이른바 '임대차 3법' 의결을 앞두고서다. 하루가 지난 31일 윤 의원의 5분 연설은 인터넷에서 '레전드 영상'이라며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윤 의원의 연설이 '명연설'로 회자되는 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잇따라 실패했다는 합리적 비판이었기 때문이란 해석이다. 아울러 거대 여당 민주당의 의회 독주에 대한 일종의 국민 반감과 '임차인'이라는 윤 의원의 상황이 일반 서민의 '공감'을 끌어낸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또, 윤 의원이 서울대 경제학과, 미 컬럼비아대 경제학 박사를 거쳐 KDI(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과 국민경제자문회의 민간자문위원,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 등을 지낸 경제전문가라는 점도 설득력을 얻었다고 볼 수 있다.

윤 의원의 5분 발언을 본 누리꾼들은 "완전 사이다" "속이 뻥 뚫린다" "눈물 났다" "레전드 영상" "격앙되셔서 몸을 떠시는 것도 보이네요. 서민 누구나 다 같은 생각 같은 기분입니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윤 의원은 본인 연설에 대한 지지와 응원이 이어지자 본인의 블로그에 "응원에 감사드린다. 옳다고 생각한 바를 이야기 했을 뿐인데, 이렇게 많이들 공감해주셔서 조금 놀랐다"고 감사를 표했다.

그의 본회의장 연설은 임차인으로서 민주당의 임대차 3법이 가져올 후폭풍과 경제전문가로서의 시장 전망이 고스란히 담겼다.

윤 의원은 "제가 지난 5월 이사했는데 이사하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집주인이 2년 있다가 나가라 그러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을 달고 살고 있다"며 임차인이라면 누구나 하는 고민을 끄집어냈다.

그러면서 "그런데 오늘 표결된 법안을 보면서 제가 기분이 좋았느냐, 그렇지 않다. 저에게 든 생각은 4년 있다가 꼼짝없이 월세로 들어가게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이제 더 이상 전세는 없겠구나. 그게 제 고민이다. 제 개인의 고민이다"고 성토했다.

30일 윤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 단상에서 민주당의 임대차 3법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모습. /윤희숙 의원 블로그 갈무리

윤 의원은 또, 임차인을 보호하는 것을 반대할리 없고, 절대 찬성한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다만, 임대인에게 집을 세놓는 것을 두려워하게 만들어 시장은 붕괴시키는 방안이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문제가 나타났을 때 정말 불가항력이었다고 말씀하실 수 있습니까? 예측하지 못했다, 이렇게 말씀하실 수 있습니까?"라며 "불가항력이고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100번 양보해서 그렇다 칩시다. 그렇다면 이렇게 우리나라 1000만 인구의 삶을 좌지우지하는 법을 만들 때는 최소한 최대한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문제가 무엇인지 점검해야 한다. 그러라고 상임위원회의 축조심의 과정이 있다. 이 축조심의과정이 있었다면 우리는 무엇을 점검했을까요?"라고 물었다.

이어 "저라면, 저라면 임대인에게 어떤 인센티브를 줘서 두려워하지 않게 할 것인가, 임대소득만으로 살아가는 고령 임대인에게는 어떻게 배려할 것인가, 그리고 수십억짜리 전세 사는 부자 임차인도 이렇게 같은 방식으로 보호할 것인가, 이런 점들을 점검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의원은 마지막으로 민주당을 향해 "도대체 무슨 배짱과 오만으로 이런 것을 점검하지 않고 이거를 법으로 달랑 만듭니까?"라며 "이 법을 만드신 분들, 그리고 민주당, 이 축조 심의 없이 프로세스를 가져간 민주당은 오래도록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전세 역사와 부동산 정책의 역사와 민생 역사에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라고 경고하며 단상을 내려갔다.

다음은 윤 의원은 5분 연설 전문이다.

존경하는 박병석 국회의장님, 그리고 동료 선배 의원 여러분 저는 서초갑 윤희숙 의원입니다. 저는 이 자리에 오늘 표결된 주택 임대차법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려고 나왔습니다.

저는 임차인입니다. 제가 지난 5월 이사했는데 이사하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집주인이 2년 있다가 나가라 그러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을 달고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표결된 법안을 보면서 제가 기분이 좋았느냐, 그렇지 않습니다. 저에게 든 생각은 4년 있다가 꼼짝없이 월세로 들어가게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이제 더 이상 전세는 없겠구나. 그게 제 고민입니다. 제 개인의 고민입니다.

임대 시장은 매우 복잡해서 임대인과 임차인이 서로 상생하면서 유지될 수밖에 없습니다. 임차인을 편들려고 임대인을 불리하게 하면 임대인으로서는 가격을 올리거나 시장을 나가거나입니다. 그러면 제가 임차인을 보호하는 것을 반대하느냐, 절대 찬성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정부가 부담을 해야 합니다. 임대인에게 집을 세놓는 것을 두려워하게 만드는 순간 시장은 붕괴하게 돼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전세 제도는 여러분이 모두 다 아시겠지만 전 세계에 없는 특이한 제도입니다. 고성장 시대에 금리를 이용해서 임대인은 목돈 활용과 이자를 활용했고 임차인은 저축과 내 집 마련으로 활용했습니다. 그 균형이 지금까지 오고 있지만 저금리 시대가 된 이상 이 전세 제도는 소멸의 길로 이미 들어섰습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은 전세를 선호합니다. 그런데 이 법 때문에 너무나 빠르게 소멸되는 길로 들어설 수밖에 없게 된 것입니다. 수많은 사람을 혼란에 빠트리게 된 것입니다. 벌써 전세 대란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제가 오늘 여기서 말씀드리려고 하는 것은 이 문제가 나타났을 때 정말 불가항력이었다고 말씀하실 수 있습니까? 예측하지 못했다, 이렇게 말씀하실 수 있습니까? 30년 전에 임대 계약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렸을 때, 2년으로 늘렸을 때 단 1년 늘렸는데 그 전 해부터 89년 말부터 임대료가 오르기 시작해서 전년 대비 30% 올랐습니다. 1990년은 전년 대비 25% 올랐습니다. 이렇게 혼란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5%로 묶어놨으니 괜찮을 것이다? 지금 이자율이 2%도 안 됩니다.

제가 임대인이라도 세놓지 않고 아들, 딸한테 들어와서 살라고 할 것입니다. 조카한테 들어와서 살라고, 관리비만 내고 살라고 할 것입니다. 불가항력이고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100번 양보해서 그렇다 칩시다. 그렇다면 이렇게 우리나라 1000만 인구의 삶을 좌지우지하는 법을 만들 때는 최소한 최대한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문제가 무엇인지 점검해야 합니다. 그러라고 상임위원회의 축조심의 과정이 있는 겁니다. 이 축조심의과정이 있었다면 우리는 무엇을 점검했을까요?

저라면, 저라면 임대인에게 어떤 인센티브를 줘서 두려워하지 않게 할 것인가, 임대소득만으로 살아가는 고령 임대인에게는 어떻게 배려할 것인가, 그리고 수십억짜리 전세 사는 부자 임차인도 이렇게 같은 방식으로 보호할 것인가, 이런 점들을 점검했을 것입니다.

도대체 무슨 배짱과 오만으로 이런 것을 점검하지 않고 이거를 법으로 달랑 만듭니까? 이 법을 만드신 분들, 그리고 민주당, 이 축조 심의 없이 프로세스를 가져간 민주당은 오래도록 오래도록 기억될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전세 역사와 부동산 정책의 역사와 민생 역사에 오래도록 기억될 것입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cuba20@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