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일사천리' 부동산 입법에 야당 '반발'…"국회, 통법부로 전락"
입력: 2020.07.31 00:00 / 수정: 2020.07.31 00:00
30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주택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과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미래통합당 의원들의 반발 속에 가결됐다. 통합당 의원들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국회=배정한 기자
30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주택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과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미래통합당 의원들의 반발 속에 가결됐다. 통합당 의원들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국회=배정한 기자

"부동산 과열 야당탓은 '정치화'", "꼼짝없이 월세살게 생겼다"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위원도 모르는 법안이 통과되는 일, 이런 일이 어떻게 민주주의와 의회민주주의가 뿌리 깊이 정착한 국가에서 가능하다는 말인가. 다수결의 원칙을 따르더라도 과정과 절차를 지키는 게 민주주의의 대원칙이다. 대통령이 주문한 입법 속도전을 무조건 밀어부치는 것, 여당 스스로 삼권분립의 한 축인 국회를 통법부로 전락시킨 거다."

조수진 미래통합당 의원은 격분한 목소리로 민주당의 부동산 관련 법안 본회의 상정을 비판했다. 30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주택임대차보호법과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켰다. 관련 법안은 지난 29일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돼 여당 과반 찬성으로 가결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최근 연이은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관련 입법 마련에 속도를 올리면서 각 상임위에선 관련 법안이 여당 단독으로 상정되고 다수결로 통과됐다. 이날 본회의에서도 백혜련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주택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과 정부가 제출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가결됐다. 이에 통합당 의원들은 찬반토론과 5분 자유발언을 통해 항의의 뜻을 드러냈다.

조수진 미래통합당 의원은 격앙된 목소리로 법사위원회의 부동산 관련 법안 상정과 통과를 꼬집었다. /배정한 기자
조수진 미래통합당 의원은 격앙된 목소리로 법사위원회의 부동산 관련 법안 상정과 통과를 꼬집었다. /배정한 기자

찬반토론에 나선 조 의원은 "법사위 전체회의 시작 전 이미 국회 전산망에는 여당이 처리하려는 안건들이 처리됐다라고 떠 있었다. 여당이 도상계획을 만들어 놓고 군사작전하듯 실행에 옮기려 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소위원회 심사, 찬반토론 한 번 없었다. 국회법 절차는 '해야 한다'는 강제조항이 아니라는 이유로 여당은 이런 절차를 깡그리 무시했다"며 "전 정권, 전전 정권을 적폐로 규정 짓고 청산의 대상으로 삼았다면 완전히 새로운 모습을 보여 줘야 하지 않겠나. 군사정권 시절 법안을 날치기 처리할 때도 법안 내용은 공개됐었다. 하지만 작금의 여당은 군사정권 시절에도 보지 못했던 일들을 태연하게 벌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의원은 "주택임대차보호법, 이름은 정말 근사하다. 그러나 한 꺼풀만 걷어내면 문제점이 보인다"며 전세 시장 혼란, 위헌 소지 등을 이유로 반대 의견을 펼쳤다. 이날 조 의원은 발언시간을 넘겨 마이크가 꺼진 후에도 민주당과 정부의 부동산 입법을 비판했다. 그러자 여당 의석 측에선 "내려오라", "잘 안들린다"는 고성이 나왔다. 야당 의석 측에선 "야박하다", "마이크를 켜 달라"며 박병석 국회의장을 향한 불만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한 차례 고성이 지난 후 찬성 측 토론자로 송기헌 민주당 의원이 나서 발언대에 섰다. 송 의원은 지난 29일 법사위 전산망에 백 의원의 대안 법안이 먼저 올라간 것에 대해 "법사위 운영회의과정의 사무착오라는 것이 설명됐다. 반대의 이유가 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송 의원이 토론에 나서자 통합당 의원들은 조 의원을 제외하고 모두 퇴장했다.

이어 "소위 심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하는데, 소위를 구성하지 못해 심사하지 못했다. 소위를 구성하지 못한 건 바로 통합당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국가는 국민 여러분께 안정된 주거환경을 갖게 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개정안은 시장 혼란을 최소화하고 임차인의 갑작스런 부담을 최소한 줄이기 위한 보장 장치를 뒀다는 점을 말씀드린다"며 "무엇보다 부동산 시장이 불안정한 상태에서 임차 위원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최소한의 안정된 주거를 보장할 수 있는 최소 개정안이 이번 주택임대차보호법"이라고 설명했다.

송기헌 민주당 의원은 최소한의 안정된 주거를 보장할 수 있는 개정안이 이번 주택임대차보호법이라며 법 개정의 정당성을 역설했다. /배정한 기자
송기헌 민주당 의원은 "최소한의 안정된 주거를 보장할 수 있는 개정안이 이번 주택임대차보호법"이라며 법 개정의 정당성을 역설했다. /배정한 기자

이날 토론에 나선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교섭단체 중심으로 운영되는 국회 의사일정에 항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강 의원은 "오늘 정의당이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했지만, 의사진행발언이 접수되지 않았다. 원내교섭단체가 논의되지 않았기 때문에 의장님께 전달되지 않은 것"이라며 "이 국회에는 교섭단체만 있는 게 아니다. 정의당을 지지해준 국민이 있고 열린민주당을 지지해준 국민이 있고 국민의당을 지지해준 국민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회가 교섭단체 중심으로 흘러가지만, 적어도 본회의장 의사진행발언을 하도록 열어둬야 한다"며 소수정당의 입법권을 주장했다.

강 의원은 "4주전 3차 추경을 처리할 때 국민이 (의원에게) 부여한 예산심사 권한이 사라졌다면 이번엔 모든 의원의 입법권한이 증발했다. 상임위는 당정협의, 본회의장은 민주당 의총장으로 변했기 때문"이라며 "공수처 3법과 임대차 3법의 시급함엔 공감한다. 그러나 이렇게 중요한 과제라면 우리 당 심상정 의원이 대표발의한 임대차 보호법을 왜 뺐나"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한 이날 토론 발언 후 자리를 비운 통합당 의원들을 향해 "지금 통합당이 가진 100석, 정의당이 그 반의 반이라도 가졌다면 지금 국회 모습은 달랐을 것"이라며 "통합당이 의석이 적어 아무것도 못한다는 말을 믿는 국민은 없다. 국토위원장도 통합당이 가져갈 수 있었다. 하지만 반대의사를 표하고 퇴장했고, 결국 또 자가격리를 선택했다"고 꼬집었다.

통합당 의원들은 이날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윤희숙 통합당 의원은 5분 자유발언을 통해 무슨 배짱과 오만으로 점검하지 않고 법으로 만드는 건가라고 민주당 의원들을 비판했다. /배정한 기자
통합당 의원들은 이날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윤희숙 통합당 의원은 5분 자유발언을 통해 "무슨 배짱과 오만으로 점검하지 않고 법으로 만드는 건가"라고 민주당 의원들을 비판했다. /배정한 기자

토론이 끝나고 부동산 관련 입법은 표결에 부쳐졌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재석 187명 중 찬성 185인, 기권 2인으로 가결됐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재석 187명 중 찬성 186인, 기권 1인으로 국회 문턱을 넘었다.

윤희숙 통합당 의원은 5분 발언을 통해 재차 반대 의견을 전했다. 윤 의원은 "저는 임차인이다. 이사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2년 있다가 나가면 어떡하나란 걱정을 달고 살았다"며 "그런데 오늘 표결된 법안을 보면서 제가 기분이 좋았느냐, 그렇지 않다. 제가 한 생각은 4년 있다가 꼼짝없이 월세로 가겠구나 했다. 그게 제 고민이다. 개인적인 고민이다"라고 토로했다.

윤 의원은 "임대시장은 임대인과 임차인이 상생하면서 살 수밖에 없다"며 "임대인을 불리하게 하면 임대인은 가격을 올리거나 시장을 나간다. 임대인에게 집을 세놓는 것을 두려워하게 하는 순간 시장은 붕괴하게 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세대란 등 전세시장의 혼란을 언급하면서 "그렇게 하라고 (상임위) 축조심의가 있는 거다. 우리는 무엇을 점검했는가"라며 "무슨 배짱과 오만으로 점검하지 않고 법으로 만드는 건가. 법 만든 분들, 축조심의 없이 법안을 가져간 민주당은 오래도록 기억될 거다. 부동산 역사에 오래 기억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당의 항의 목소리가 터져나왔고 야당 의원들은 "들으시라"며 견제했다. 윤 의원의 발언은 야당 의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마무리됐다.


moon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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