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이해찬이 띄운 '행정수도 개헌론'…권력구조 개편 위한 노림수?
입력: 2020.07.28 05:00 / 수정: 2020.07.28 05:00
행정수도 이전 의제를 실현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론이 쏟아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개헌론에 힘을 싣고 있다. 권력구조 개편 논의로 확대하는 동시에 레임덕을 사전 방지하며 대선 국면을 유리하게 이끌고 가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지난 17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언론보도 스크랩을 보는 이해찬 대표(왼쪽)와 김태년 원내대표. /배정한 기자
'행정수도 이전' 의제를 실현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론이 쏟아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개헌론'에 힘을 싣고 있다. 권력구조 개편 논의로 확대하는 동시에 레임덕을 사전 방지하며 대선 국면을 유리하게 이끌고 가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지난 17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언론보도 스크랩을 보는 이해찬 대표(왼쪽)와 김태년 원내대표. /배정한 기자

'개헌 블랙홀'로 행정수도 논의 무산 우려도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여의도 정가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행정수도 이전' 이슈를 두고 다양한 방법론이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정치권 일각에선 '개헌론'이 권력구조 개편 논의에 드라이브를 걸기 위한 고도의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행정수도 이전 과제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4일 제안한 개헌론이다. 이 대표는 "헌법재판소(위헌) 결정이 여전히 실효성을 갖고 살아 있다"며 개헌을 통해 깔끔하게 위법 요소를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1대 총선 직후 개헌론에 대해 함구령을 내렸던 본인이 스스로 불을 지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여야가 합의해 '행정중심복합도시법’을 개정하는 방법으로 추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국민투표론'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당내 소장파 김해영 최고위원은 이날 "법률에 의한 방식의 경우 헌재의 판단을 다시 받게 될 것으로 보여지고, 헌법 개정에 의한 방법의 경우 다른 헌법적 쟁점으로 인해 여의치 않을 수 있다"며 '국민투표'를 제안했다. 그는 "국민 합의가 확인된다면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헌법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2004년 헌재의 위법 결정도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이에 힘을 보탰다. 심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국회에서 원내 정당이 '행정수도 이전 및 국가균형발전 특별위원회'를 함께 구성하고, 이곳에서 나온 합의안을 대통령께서 국민투표에 부의하는 방안을 제안 드린다"고 했다. 심 대표 역시 행정수도 이전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이 아닌 논의 범위를 권력구조 개편까지 확대할 경우 차기 대선 국면과 맞물려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충청권의 민주당 한 초선 의원도 "(행정수도 이전론이) 그 자체로는 대선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다만 권력구조 개편을 논하는 개헌으로 확대되는 경우 각 진영별로 유불리에 따라 (이슈가) 터져 나올 수 있는 구조여서 그게 훨씬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치권에선 "개헌을 추진하는 하나의 과정으로서 행정수도 이전 얘기가 나온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정권 하반기 권력구조 개편 논의에 야당을 끌어들이기 위한 민주당의 고도의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민주당은 4년 중임 대통령제를 주장하고 있고, 미래통합당은 내각제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민주당이 일각에서 제기한 '이익공유제'나 '토지공개념' 등 급진적인 안을 개헌안에 함께 담으며 통합당과 대립할 수 있다. 하지만 '행정수도 이전' 의제가 묶이면 통합당이 협상 테이블에서 이전처럼 발을 빼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도 개헌 블랙홀로 행정수도 이전 이슈가 뒤로 밀려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지난 17일 제72주년 제헌절 경축식에서 개헌론을 언급한 박병석 국회의장. /남윤호 기자
민주당 일각에서도 개헌 블랙홀로 행정수도 이전 이슈가 뒤로 밀려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지난 17일 제72주년 제헌절 경축식에서 개헌론을 언급한 박병석 국회의장. /남윤호 기자

실제 행정수도 이전 의제에 무반응이었던 통합당에선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노무현 정부 당시 행정수도 이전을 주도했던 김병준 통합당 세종시당위원장은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의심이 있지만 기왕에 이렇게 던졌으면 이것을 받아서 제대로 된 수도 이전의 대안을 마련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라며 "여당이 낼 수 없는 안을 내야 된다"고 했다. 5선의 정진석(충남 공주시부여군청양군) 통합당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여당의 국면전환용 꼼수가 분명하지만, 그럼에도 어차피 마주하게 될 수도 이전 논의를 당장 애써 외면하는 것은 상책이 아니라고 본다"며 "국민투표를 수반하는 헌법개정을 통하자"고 제안했다.

통합당으로선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충청권 민심을 뒤흔들 수 있는 의제에서 물러날 수 없는 분위기다.

개헌론 카드를 다시 꺼내든 배경이 정권 말기 레임덕 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시각도 있다. 개헌론이 불거지기 전까지 부동산 대책 실패와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이 연달아 터지며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은 지지율 급락 위기를 겪었다. 정부‧여당을 몰아붙이던 통합당도 행정수도와 개헌 의제를 연타로 맞으며 당론 정리에 돌입한 상황이다. 과거 정권에서도 개헌론은 정권 위기의 순간 마다 등장했었다. 이명박 정권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여파가 한창이던 집권 2년 차인 2009년 광복절 기념사에서, 박근혜 정권에선 '최서원 게이트(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지던 2016년 10월 개헌론을 꺼내든 바 있다.

정치권에선 여당이 행정수도 이전 문제에 진정성을 보여야 여론의 역풍을 맞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민주당이 행정수도 이전 이슈를 선점한 상태이지만 끝까지 (유리한 국면을) 이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민주당이 카드만 던져놓고 시간이 흘러 흐지부지할 경우 진정성을 의심받아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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