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정치9단' 박지원 청문회, '학력위조'·'적과 내통' 놓고 '설전'
입력: 2020.07.27 15:07 / 수정: 2020.07.27 15:07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선 학력위조 의혹과 북한 대북송금 문제 등을 두고 설전이 이어졌다. /국회=남윤호 기자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선 학력위조 의혹과 북한 대북송금 문제 등을 두고 설전이 이어졌다. /국회=남윤호 기자

'4·8 경제협력 합의서 서명했느냐' 주호영 질문에 "기억 안나"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저는 조선대에 다니지 않았다. 광주교대 2년을 다니고 단국대에 편입했다. 저는 학적 정리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리고 성적을 가리고 제출해달라는 건 대학에서 할 일이지 제가 할 일이 아니다."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의 '학력위조 의혹' 제기에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는 이같이 답했다.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정원장 인사청문회에선 박 후보자의 '학력위조 의혹'과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가 언급한 '적과 내통한 자'라는 발언 및 북한 문제가 주로 다뤄졌다. 박 후보자는 의원들의 질의를 능수능란하게 받아내면서도 날카로운 질문엔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날 청문회에서 하 의원은 박 후보자를 향해 "성적표를 공개하라"며 공세에 나섰다. 하 의원은 "후보자의 학력위조는 다른 사건과 달리 '권력형'이라는 말이 붙는다"며 "이미 2000년 권력 실세일 때 후보자는 어두운 과거를 은폐하기 위해 단국대를 겁박해서 다시 한번 학력을 위조했다"고 주장했다.

박 후보자는 "단국대에서 학점을 인정하고 졸업하라고 했으니까 했지, 학점이 안 되니까 졸업하지 말라고 했다면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하 의원이 계속해서 성적표 제출 여부를 놓고 질의를 이어가자 박 후보자는 "55년 전이면 존경하는 우리 하 의원님이 태어나지도 않은 시절"이라며 "그때의 사회적 개념과 오늘날 21세기의 개념은 많은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자 장내엔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하태경 통합당 의원(왼쪽)과 박지원 후보자는 학력위조 의혹을 놓고 설전을 이어갔지만 박 후보자가 55년 전이면 하 의원이 태어나지도 않은 시절이라고 하자 장내엔 웃음이 번졌다. /남윤호 기자
하태경 통합당 의원(왼쪽)과 박지원 후보자는 '학력위조 의혹'을 놓고 설전을 이어갔지만 박 후보자가 "55년 전이면 하 의원이 태어나지도 않은 시절"이라고 하자 장내엔 웃음이 번졌다. /남윤호 기자

반면 여당에선 주 원내대표가 박 후보자를 향해 '적과 내통한 사람'이라고 표현한 것을 두고 비판을 내놨다. 앞서 지난 19일 주 원내대표는 이승만 전 대통령 55주기 추모식에서 "(국정원은) 대한민국을 최전선에서 지키는 정보기관인데 (국정원장 후보자가) 적과 내통하는 사람이다? 그 개념 자체가 잘못됐다"고 했다.

한 의원이 이에 대한 입장을 요구하자 박 후보자는 "저도 모욕적으로 받아들였다"며 "이미 언론을 통해서 유감표명을 했고 대통령께서도 간접적으로 그런 말씀을 하신 걸로 안다. 일반적으로 언론에서도 옳지 않다는 평가가 있었고, 존경하는 주호영 원내대표도 이후 이렇다 하는 말씀이 없기 때문에 저는 유감스럽지만 이해를 하는 쪽으로 정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박 후보자는 '북한 송금 사건'과 관련해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하지만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날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박 후보자에게 김대중 정부 시절 대북송금 사건에 연루된 것을 언급했다. 박 후보자는 "북한에 불법송금한 사실이 없다"면서 "2000년 6·15 때 정부 돈이 1달러도 들어간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박 후보자는 당시 대북송금에 관여했다는 이유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금강산 관광 등 7가지 사업의 대가로 현대가 지불했다고 하는 것은 이미 역사적으로 사법적으로 밝혀진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제가 옥고를 치르게 된 것은 이 과정에서 현대가 북한으로 송금하는 과정에 국정원 계좌를 활용했다는 것이지만, 저는 지금도 당시도 어떠한 계좌를 통해서 현대가 북한으로 송금을 했다는 것은 모르는 사실"이라며 "대법원의 최종판결을 순종하지만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통합당 의원들은 대북송금 사건을 비롯해 남북경제협력 합의서 등 의혹을 중점으로 박 후보자를 몰아세웠다. 왼쪽부터 하태경, 이철규, 조태용, 주호영 청문위원. /남윤호 기자
통합당 의원들은 대북송금 사건을 비롯해 남북경제협력 합의서 등 의혹을 중점으로 박 후보자를 몰아세웠다. 왼쪽부터 하태경, 이철규, 조태용, 주호영 청문위원. /남윤호 기자

조태용 통합당 의원은 박 후보자의 전문성과 정치 개입 우려를 지적했다. 조 의원은 "후보자의 국정원장 임명은 북한과 국제사회에 대해서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며 후보자의 대북송금 사건 연루 사실을 언급했다.

이어 "본 의원은 또다시 불법송금과 같은 방법으로 정상회담을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하지만 북한은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혹시 정상회담을 하려 하지 않을까 하는 잘못된 메시지로 받아들일 수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또 조 의원은 "후보자는 제가 보기에는 국정원 업무 전반에 대한 전문가는 아니다"라며 "후보자가 임명되면 아마도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국정원장이 되실 것 같은데 임기 말에 정치인 출신이 국정원장을 맡는 것은 저는 일반적인 원칙으로써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박 후보자는 "물론 조 의원님은 청와대 NSC 차장, 외교부 차관 등 전문외교관으로서의 모든 식견을 갖췄다고 생각한다"며 "그렇지만 때로는 그러한 전문 분야가 아닌 곳에서도 일할 수 있고 의정활동을 하다 보면 여러 가지 폭넓게 이해가 되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답변했다.

또한 '전문성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오히려 정치인이기 때문에 국정원의 과거의 잘못 정치 개입은 단연코 하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번 의원님께 말씀드리면서 의원님도 그러한 이해를 해 주시리라고 믿는다"고 했다.

오전 질의 끝무렵 이어진 주 원내대표의 질의에선 '남북 경제협력 합의서'를 둘러싼 공방이 펼쳐지기도 했다. 주 원내대표는 합의서 사본을 화면에 띄우며 "합의사항에는 상부상조 정신에 입각에 북측에 25억 달러의 투자 및 차관을 제공하고 이와 관련한 실무적 문제는 차후에 합의한다고 돼 있는데 서명한 적이 있는가"라고 질의했다.

박 후보자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주 원내대표는 "5억 달러가 어떻게 (북한에) 갔는지 다 나와 있는데, 이런 중요한 일이 기억에 없을 수 있는가"라고 추궁했다. 박 후보자가 재차 "서명한 적이 없다"고 하자 주 원내대표는 "그럼 이 서류가 위조 서류인가"라고 했다. 박 후보자는 "대답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맞받았다.

오후 질의에서 통합당은 '남북 경제협력 합의서'를 둘러싼 공방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학력위조 의혹 등에 대해 "논쟁거리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moon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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