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여당발 행정수도 이전·개헌론 바라보는 文대통령 시선
입력: 2020.07.27 05:00 / 수정: 2020.07.27 05:00
더불어민주당이 행정수도 이전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지난 24일 개헌을 통한 행정수도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방분권 실현과 개헌이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 상황을 예의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제공
더불어민주당이 '행정수도 이전'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지난 24일 개헌을 통한 행정수도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방분권 실현과 개헌이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 상황을 예의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제공

靑, 신중한 태도 속 국정과제 완수 기대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청와대, 국회, 정부 부처 등을 모두 세종시로 이전하는 이른바 '행정수도 이전론'이 정치권 정국 이슈로 부상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이 논의에 드라이브를 거는 가운데 청와대는 반응을 자제하며 신중한 모습이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2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행정수도 이전 필요성을 언급한 이후 청와대는 '관망 모드'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국회의 논의와 국민 여론을 살펴봐야 할 문제라는 입장만 밝혔다.

여론은 행정수도를 이전해야 한다는 쪽에 무게추가 쏠린다. 오마이뉴스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21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성인 남녀 500명 응답자 가운데 53.9%가 찬성했다. '반대'는 34.3%로 집계됐으며 '잘 모름'은 11.8%였다.

전문가들은 여야의 이해득실을 떠나 수도권 과밀화 현상을 해소하고 국가의 백년대계를 고려하면 행정수도를 이전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취지의 목소리를 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행정수도를 옮기는 것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심각한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방법이고 한국의 새로운 100년을 위한 새로운 설계"라고 말했다.

허훈 대진대 행정학과 교수는 부동산 정책과 별개라고 단서를 달며 "행정수도를 옮겨 행정력 낭비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2004년) 헌법재판소의 행정수도 이전 위헌 결정을 존중받아야 하지만, 시대와 상황이 좀 변했다는 점에서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 새로운 판단을 받아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고 언급했다.

참여정부 때인 2004년 헌재는 행정수도 이전 정책에 대해 '관습헌법'에 위배된다는 취지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여당은 16년이 지났고 법 개정으로 행정수도 이전을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에서 더 나아가 지도부는 개헌론을 꺼내든 상황이다.

청와대, 국회, 정부 부처 등을 모두 세종시로 이전하는 이른바 행정수도 이전론이 정치권 정국 이슈로 부상했다. 정부세종청사 전경. /임영무 기자
청와대, 국회, 정부 부처 등을 모두 세종시로 이전하는 이른바 '행정수도 이전론'이 정치권 정국 이슈로 부상했다. 정부세종청사 전경. /임영무 기자

드라이브를 거는 여당과 달리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는 말을 아끼고 있다. 국회 논의 과정이 선행돼야 하고 헌재의 위헌 결정이 나왔던 터라 청와대가 주도해나가기는 현실적으로 부담스러워서다. 가뜩이나 야당이 행정수도 이전론을 두고 부동산값 폭등과 관련한 국면 전환용이라는 공세를 벌이고 있어 청와대로서는 현 단계에서 여당에 힘을 실어줄 필요성마저 적다.

다만 문 대통령으로서는 행정수도 이전론에 반대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국가균형발전은 문재인 정부 국정 철학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월 신년기자회견에서 "(인구가) 계속 수도권으로 편중되다가는 지방은 고사하겠다라는 것은 단순히 비명은 아닐 것"이라며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다시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1일에도 정부의 중점 추진 사업인 '한국판 뉴딜'과 연계한 지역 발전 의지를 드러내면서 대규모 투자를 언급했다. 특히 "한국판 뉴딜은 국내 공간적으로는 수도권 중심에서 지역 중심으로 국가발전의 축을 이동시키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고 했다. 사실상 여당의 '행정수도 완성' 카드에 힘을 실어준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개헌 문제도 마찬가지다. 문 대통령은 개헌을 시대적 과제로 제시했고, 실제 취임 2년 차인 2018년 문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청와대는 당시 기본권과 지방자치 분권을 강화한 개헌안을 만들었다. 하지만 20대 국회 야 4당이 표결에 불참하면서 정족수 미달로 부결됐다.

개헌 동력을 잃은 이후에도 문 대통령은 개헌 기대감을 몇 차례 나타냈다. 지난 5월에는 앞으로 개헌 논의가 이뤄진다면 헌법 전문에 5·18 민주화운동 정신이 반드시 담겨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1월에는 국회에서 개헌이 추진된다면 국민이 동의할 수 있는 여부를 검토한 뒤 입장을 정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다만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개헌안 재발의 가능성을 일축한 바 있다.

행정수도 이전과 개헌 문제는 야당의 협력이 필수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두 사안의 실현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하지만 여대야소 구도와 국민 여론이 나쁘지 않다는 점에서 여당은 당분간 행정수도 이전 카드를 계속 밀어붙일 전망이다. 지방분권 실현과 개헌이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도 예의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2년여 임기를 남겨둔 상황에서 국정 과제를 실현할 기회가 올지 주목된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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