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확대경] 폐지론 들끓는 '여가부', 과거와 주요 활동 살펴보니
입력: 2020.07.26 00:01 / 수정: 2020.07.26 00:01
여성가족부를 폐지하라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이 10만 명의 동의를 얻어 소관 상임위원회로 안건이 넘어갔다. 존폐 기로에선 여가부의 위기는 스스로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정옥 여가부 장관이 지난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여성폭력방지위원회 긴급회의를 열고 모두 발언을 하는 모습. /임영무 기자
"여성가족부를 폐지하라"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이 10만 명의 동의를 얻어 소관 상임위원회로 안건이 넘어갔다. 존폐 기로에선 여가부의 위기는 스스로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정옥 여가부 장관이 지난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여성폭력방지위원회 긴급회의를 열고 모두 발언을 하는 모습. /임영무 기자

김대중 정부서 정부 부처 승격…잇단 '헛발질'로 위기 자초

[더팩트ㅣ국회=허주열 기자] "하는 일은 없고 세금만 낭비하며, 남녀갈등을 조장하는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기 위한 청원입니다."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가 존폐 기로에 섰다. 지난 17일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올라온 이 글은 4일 만인 21일 오전 11시 36분 10만 명의 동의를 얻어 소관 상임위원회인 행정안전위원회와 관련 위원회인 여성가족위원회 및 국회운영위원회에 회부됐다.

청원인인 은모 씨는 여가부 폐지 청원 이유에 대해 "성평등 및 가족, 청소년 보호 등을 위해 만들어졌지만, 하라는 성평등 정책은 하지 않고 남성혐오적이고 역차별적인 제도만을 만들며 예산을 낭비했다"라며 "원래의 해야 할 일 중 하나인 여성인권 보호조차도 최근의 정의기억연대(이하 정의연) 사건과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건 등에서 수준 이하의 대처와 일 처리 능력을 보여주면서 제대로 여성인권 보호를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여가부 폐지에 대한 국회 논의가 이제 막 시작된 상황에서 본회의에 이 안건이 오르고, 실제 가결까지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다만 여가부의 존재에 대한 싸늘한 국민들의 시선이 있다는 것은 이번에 확인됐다.

국민동의청원에 올라온 여가부 폐지 청원글. /국민동의청원 누리집 갈무리
국민동의청원에 올라온 '여가부 폐지' 청원글. /국민동의청원 누리집 갈무리

◆여가부에 대한 싸늘한 국민 시선

여가부가 탄생한 이유는 무엇이며, 왜 이런 비판을 받는 부처로 전락했을까.

여가부에 따르면 여성 정책을 다루는 국가기구의 본격적 출발은 1988년 2월 설치된 정무장관실(제2실)부터라고 할 수 있다. 이곳에선 사회·문화에 관한 업무를 대상으로 하되, 특히 여성 분야에 중점을 두고 전반적인 여성 정책에 대해 총괄·조정하는 역할을 했다.

이후 1998년 김대중 정부가 출범하면서 대통령소속 여성특별위원회가 설치돼 여성 정책에 대한 종합적인 기획·조정에 관한 사무를 관장했다. 그러나 이 위원회는 조직과 기능, 인력과 예산 등 여러 가지 한계를 갖고 있었고, 2001년 '여성부'가 신설되면서 정부 부처로 승격됐다.

여성부는 기존의 여성특위 업무와 함께 보건복지부로부터 가정폭력, 성폭력 피해자의 보호, 성매매 등의 방지업무 및 일제하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생활안정지원 사무를 이관받고, 노동부에서는 일하는 여성의 집 사무를 이관받아 수행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4년 보건복지부로부터 이관받은 영·유아 보육업무까지 수행하게 된 여성부는 여성 정책의 기획·종합, 남녀차별의 금지 및 구제 등 여성의 지위와 권익향상뿐만 아니라, 여성 인적자원의 성장동력화를 통하여 국가경쟁력 제고 및 양성평등사회의 구현이라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국가기구로 성장했다.

이 시기 우리나라가 저출산·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전통적 가족구조와 역할이 변화하고 가족해체 문제가 심각해졌고, 이를 예방하고 새롭게 형성되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가족공동체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이 시급해짐에 따라 노무현 정부는 2005년 정부조직법을 개정해 여성부가 수행하는 기능 이외에 통합적 가족 정책을 수립하고 각 부처의 가족 정책을 조정·지원하는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여성가족부'로 개편했다.

이후 이명박 정부에서 여성부로 다시 환원했다가 2010년 재차 여성가족부로 이름을 바꿔 지금에까지 이르렀다.

여가부 2020년 예산과 주요 활용 계획. /여가부 누리집
여가부 2020년 예산과 주요 활용 계획. /여가부 누리집

이 과정에서 여가부의 업무는 다른 부처에서도 충분히 소화가 가능한데 굳이 따로 둘 필요가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왔다. 하지만 현실로 투영되지는 못했다.

올해 여가부 예산은 전년 대비 4.3% 증가한 1조1264억 원이다. 여가부는 이 예산을 △한부모가족 자녀 양육비 지원 등 가족 관련 사업에 6615억 원 △지자체 내 청소년안전망팀 신설 등 청소년 관련 사업에 2323억 원 △여성폭력 예방 및 피해자 보호·지원 등 여성 권익 관련 사업에 1168억 원 △경력단절 예방 및 취·창업 지원 등 여성 관련 사업에 755억 원을 사용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여가부의 주요 업무는 △여성 정책 기획·종합 및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 △정책의 성별 영향 분석·평가 △여성 인력의 개발·활용 △청소년 정책의 협의·조정 △청소년 활동 진흥 및 역량개발 △유해환경으로부터의 청소년 보호 △위기청소년 등의 보호·지원 △가족 및 다문화가족 정책의 기획·종합 △양육·부양 등 가족기능의 지원 △다문화가족의 사회통합 지원 △성폭력·가정폭력 예방 및 피해자 보호 △성매매 예방 및 피해자 보호 △아동·청소년 등의 성보호 △이주여성·여성장애인 등의 권익보호 등이다.

외형만 보면 여가부는 여성, 청소년, 다문화가족 등을 위해 우리나라에 꼭 필요한 업무를 하는 걸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여가부는 '16세 미만 청소년의 인터넷 게임을 차단하도록 한 셧다운제 도입', '김치녀는 혐오발언이지만 김치남은 혐오 발언이 아니다' 주장 등 여론과 동떨어지고, 남녀갈등을 조장하는 행보를 잇달아 선보이면서 위기를 자초했다.

또한 장자연 사건의 증인이라 주장했던 윤지오 씨를 법적 근거도 없는 상태에서 적극 지원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반면 문재인 정권과 관련된 인사들이 연루된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정의연 회계부정 의혹에 대한 국회의 자료 제출 거부,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대한 소극적 대처로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특히 박 시장 의혹과 관련해선 뒷북 입장문을 내놓은 데 이어 오는 28~29일에서야 서울시의 성희롱·성폭력 방지조치 등에 대한 현장점검을 예고해 스스로 논란을 키웠다.

지난 23일 여가부는 폐지론이 나오는 것에 대해 여가부의 역할과 정책에 대한 더 큰 기대감에서 출발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장관이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여성폭력방지위원회 긴급회의를 열고 모두 발언을 하는 모습. /임영무 기자
지난 23일 여가부는 폐지론이 나오는 것에 대해 "여가부의 역할과 정책에 대한 더 큰 기대감에서 출발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장관이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여성폭력방지위원회 긴급회의를 열고 모두 발언을 하는 모습. /임영무 기자

◆'폐지론' 명분 자초

폐지론이 들끓고 있지만, 실제 폐지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 여가부의 전신이 현 정권의 시초 격인 김대중 정부에서 생겼고, 여가부가 진보 정부의 상징과 같은 면도 있어 국회 내에서 절대과반을 차지한 민주당이 폐지 청원을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설령 본회의를 통과하더라도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는 문재인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일 리가 없다.

여가부도 폐지론이 현실화되지는 않을 것이라 기대하는 모양새다. 최성지 여가부 대변인은 지난 23일 정례브리핑에서 '여가부 폐지론'에 대한 질문에 "여가부 폐지를 주장하는 일부 의견은 여가부의 역할과 정책에 대한 더 큰 기대감에서 출발했다고 생각한다"라며 아전인수식 답변을 내놨다.

이어 최 대변인은 "여가부의 기능이나 타 기관과의 협업체계를 강화하고 법 개정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라며 "국민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용해 공감과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통합당의 한 여성 의원은 통화에서 "여가부는 여성의 공익, 성폭력 예방 및 피해자 보호가 주요 업무인데, 여권 광역단체장의 성추문에 대해선 활동이 보이지 않다가 박 전 시장 사건에는 뒤늦게 마지못해 나섰다"며 "사람을 가리는 이런 행태에 국민이 분노하면서 폐지론이 나오고 있다. 여러 면에서 활동에 대한 근본적인 재점검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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