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조해진, '평범한' 소시민과 '비범한' 정치인 사이
입력: 2020.07.26 00:01 / 수정: 2020.07.26 00:01
조해진 미래통합당 의원은 지난 2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한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정치는 소명이라 여겨 긴 실패의 시기를 견뎌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국회=남윤호 기자
조해진 미래통합당 의원은 지난 2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한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정치는 '소명'이라 여겨 긴 실패의 시기를 견뎌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국회=남윤호 기자

화려한 이력 이면 긴 실패와 생활고…'소명' 의식으로 꿈 이어가

[더팩트ㅣ국회=허주열 기자] 서울대학교 법학과 출신, 박찬종 전 의원·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이명박 전 대통령 등 보수정치권의 거목(巨木)을 잇달아 보좌한 이력, 3선 국회의원(18·19·21대). 조해진 미래통합당 의원의 정치사를 되돌아보면 50대 후반 정치인 중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화려하다.

그러나 그의 정치 외길 인생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성공의 시기보다 실패의 시기가 더 길었다. 유년시절 생활보호대상자였던 조 의원에게는 돈도 백(백그라운드, 배경)도 없었고, 기나긴 실패의 시기엔 늘 생활고에 시달렸다.

지금까지 그를 지탱했던 것은 무엇일까. 또 그가 꿈꾸는 정치는 뭘까. 지난 2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조 의원을 만났다. 1시간가량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는 과거와 미래, 현안에 대한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정치는 '소명'이라 여겨 긴 실패 시기 견뎌"

"저에게 정치는 '소명'이었습니다. 서울대 법학과 3학년 때 법조인, 학자, 언론인, 기업 취직 등의 진로를 놓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습니다. 그때 다니던 교회 목사님이 설교에서 '모든 사람에게는 하나님이 정해놓은 인생의 길이 있다. 그걸 발견해서 평생을 투신하는 게 최선의 삶이다'라는 이야기를 여러 차례 했고, 뇌리에 박혔습니다."

조 의원은 자신에게 주어진 소명을 찾기 위해 고심했고, 가족·친지·이웃·어려운 이들에게 가장 많은 도움이 되는 삶을 살기로 결정했다. 연장선에서 좋은 정치인이 되어 좋은 정치를 할 때 가장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서울대 대학원 법학 석사학위를 취득한 후 1992년 당시 박찬종 의원 비서로 정계에 입문했다.

"정계에 입문해 박 의원을 6년 반가량 모셨고, 1998년부터는 이회창 총재 비서로 4년 반을 일했습니다. 이 11년은 실패의 연속이었습니다. 박 의원은 대통령 선거, 서울시장 선거, 나중엔 재보궐 선거에서도 떨어졌고, 이 총재도 두 번의 대선에서 실패했습니다."

정치인의 낙선은 그를 보좌했던 보좌진에게도 악몽이다. 순식간에 출근할 사무실이 사라지고, 수입이 끊겨 가족의 생계를 걱정하는 일이 반복됐다. 박근혜 대표가 이끌던 시절 한나라당 상근부대변인을 거쳐 2005년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 비서실 비서관으로 채용되기 전까지 생활고가 계속됐다.

조해진 통합당 의원이 지난 2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조해진 통합당 의원이 지난 2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조 의원은 "2005년 서울시 비서실 비서관으로 들어가면서 처음 안정적 월급을 받을 수 있었다"라며 "이 시장이 대통령이 될 때까지 비서관으로 함께 했고, 2008년 2월 25일 대통령 취임 후 4월에 저는 고향(경남 밀양)에서 국회의원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 전 대통령을 만나서 처음으로 성과가 좋았고, 그전까지는 어려움이 많았다"라며 "권력욕, 성취욕, 성공욕 등으로 정치를 했다면 실패의 과정을 견디지 못하고 다른 길로 갔을 수도 있다. 가족을 먹여 살리는 일에 늘 전전긍긍했었는데, 저에게 정치는 소명이라 여겼기에 그 시기를 견딜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돈을 벌 수 없고, 노후 보장도 안 되는 직업 '국회의원'"

국회의원이 된 후에도 늘 좋지만은 않았다. 조 의원은 "국회의원이라는 직업은 돈을 벌 수 없고, 노후 보장도 안 된다"라며 "국회의원은 낙선하면 갈 곳이 없다. 모든 걸 다할 수 있는 직업 같지만, 전문성이 없어 아무것도 못 한다. 20대 총선에서 3선 도전을 했다가 실패했을 때 재선까지 8년간 제가 얼마나 대책 없이 살았는지 완전히 노출됐다"라고 했다.

친이(친이명박)계, 친유(친유승민)계로 분류됐던 조 의원은 20대 총선 공천을 앞두고 새누리당에서 불거졌던 진박(진실한 친박) 논란 속 공천에서 탈락했다. 이후 무소속 후보로 지역구인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에 출마했지만, 엄용수 새누리당 후보에게 2.9%p 차이로 패배해 낙선했다.

조 의원은 "지난 4년 저도 생활고에 부딪히고, 어떤 참모는 생계유지를 위해 공사판에 가서 일해야 했다"며 "저를 위해서 수년간 헌신한 사람들이 먹고살 기반을 마련해주지 못했고, 가족들에게도 미안한 시기였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어릴 때 극빈 가정에서 자랐다. 그냥 못 산 정도가 아니라 거지 비슷하게 살았는데, 그래서 지금도 가족의 생활을 안정시키고, 주변의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다"라며 "문제는 정치를 해선 그걸 이룰 방법이 없다. 만약 3선 임기가 끝나고 지난번처럼 정치를 일시적으로 중단하게 되면 똑같은 상황이 또 벌어질 것"이라고 했다.

조 의원이 21대 총선 당시 신고한 재산은 5억4100만 원으로 그의 나이와 이력을 생각하면 결코 많다고 할 수 없는 수준이다. 21대 국회의원 300명 중 그의 재산 순위는 230위권 밖에 위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의원은 인터뷰에서 21대 국회에선 통합당을 살리고, 나라를 살리는데 몸을 던지려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남윤호 기자
조 의원은 인터뷰에서 "21대 국회에선 통합당을 살리고, 나라를 살리는데 몸을 던지려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남윤호 기자

조 의원은 "소명을 받은 사람으로 보람도 있지만, 경제적 부분은 늘 아쉽고 제가 이룰 수 없는 것으로 생각한다"라며 "다행히 제가 딸만 셋인데, 건강하고 바르게 잘 자라줘서 기쁘게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가족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생계유지에 대한 고민을 안고 정치인의 삶을 지속하는 조 의원이 정치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지 궁금했다.

그는 "18·19대 의원일 때는 모범적이고, 성실하고, 일 잘하고, 깨끗한 의원이 되는 것이 목표였는데, 21대에선 당을 살리고, 나라를 살리는데 몸을 던지려고 한다"라며 "문재인 정권의 실정을 정리하고, 다음 대선에서 승리해 다시 도약하는 희망의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앞장서고 싶다"고 말했다.

◆"통합당과 나라 살리는데 몸 던질 것"

이 말은 조 의원이 21대 총선 공천 심사 면접에서도 했던 말이다. 하지만 통합당이 총선에서 참패하면서 다음 대선까지 문재인 정권을 견제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워졌다.

이에 대해 조 의원은 "통합당은 우선 당을 쇄신하고, 이미지를 바꾸고, 콘텐츠 역량을 살려서 수권 능력을 갖춰야 한다"며 "여기에 일조해 2년 뒤 대선에서 정권을 되찾고, 21대 국회 후반기 2년은 집권여당의 중진으로서 문재인 정권 5년 동안 완전히 무너진 나라를 일으키는 일에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연장선에서 조 의원에게 '문재인 정권에 대해 총평을 해 달라'고 했다. 그는 "좋은 점수를 주기가 힘들다"며 "역대 정권마다 공과가 다 있지만, 크게 보면 역사를 조금씩 발전시켰다. 초반에 잘 나가다가 후반에 지지율이 떨어지고, 레임덕에 빠지고, 막판에 권력형 비리가 터지면서 정권이 몰락하는 형태로 임기를 마쳤다. 문재인 정권도 역대 정권과 똑같은 궤적을 밟고 있다"고 했다.

특히 그는 "문재인 정권은 과거 정권을 답습하는 차원을 넘어서 나라의 근본을 무너뜨리고 있다"라며 "소득주도성장이라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이론을 가져와 경제 틀을 뒤집었고, 정치는 군사정권 이후 이런 식의 독주·독재가 없었다. 민주주의가 후퇴한 정도가 아니라 기본 틀인 삼권분립, 의회주의, 사법정의가 다 무너지고 국민은 편을 갈라 싸우게 한다. 문재인 정권은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국민은 국민이 아닌 것처럼 한다"고 꼬집었다.

이 과정에는 통합당이 잘못도 크다는 게 조 의원의 판단이다. 그는 "나라가 이렇게 된 것은 60%가 집권 세력 책임이고, 40%는 우리의 책임"이라며 "통합당이 이렇게 허약하지 않았으면 나라가 이렇게까지 무너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내부 분열과 계파 갈등을 반복했고, 시대의식과 역사의식은 빈약했다. 또 국민과 소통할 줄도 몰랐다"고 자조했다.

조 의원은 인터뷰에서 대한민국이 이렇게 된 것은 60%가 집권 세력 책임이고, 40%는 우리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남윤호 기자
조 의원은 인터뷰에서 "대한민국이 이렇게 된 것은 60%가 집권 세력 책임이고, 40%는 우리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남윤호 기자

◆"대한민국 위기, 40%는 통합당 책임"

다만 그는 21대 국회에선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조 의원은 "다행히 21대 국회 들어선 조금씩 당의 체력을 회복하고 있는 것 같다"며 "여론 지표를 봐도 바닥을 치고 올라가고 있는데, 아직 해결할 과제가 많다. 우리 당이 도달할 목표, 정권을 되찾을 점수를 100점으로 보면 지금은 0에서 출발해서 30점 정도까지 온 것 같다. 나머지 70점을 2년 안에 채우면 다음 대선에서 정권을 되찾아 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13~17일 전국 유권자 2516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통합당 지지율은 31.0%로 창당 이후 더불어민주당(35.3%)과 가장 작은 격차를 보였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0%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소명을 갖고 정치를 지속하는 조 의원이 지금까지의 정치활동에 대해 스스로 어떤 평가를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그는 "많이 주면 60점, 아니면 50점 정도를 주고 싶다"며 "제 정치활동에 만족과 보람보다는 후회와 반성이 더 많다는 뜻이다. 앞으로 할 일도 많고. 21대 국회를 마칠 때쯤엔 70~80점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이어 "정치를 끝냈을 때는 사심 없이 나라와 국민을 위해 헌신한 정치인, 또 올바르게 하려고 늘 노력한 정치인, 구체적 성과를 놓고 보면 한반도를 선진 통일대한민국으로 만드는 데 밀알 역할을 한 정치인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최종 목표까지 밝혔다.

인터뷰 말미에 조 의원은 국민에게 하고 싶은 말도 남겼다. 그는 "잘 사는 나라는 국회의원 300명이 만드는 게 아니다. 깨어있는 국민이 만드는 것"이라며 "국민이 깨어서 함께 잘 사는 대한민국을 꿈꾸면서 노력했으면 좋겠다. 주권자로서 거짓과 선동에 휩쓸리지 말고 눈을 똑바로 뜨고 현실을 직시하면서 옳고 그름을 분별해 주권자답게 행동하면 주권자의 힘으로 살기 좋은 대한민국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해진 미래통합당 의원은 누구? 1963년 경상남도 밀양군(현재 밀양시)에서 태어나 밀양고등학교, 서울대학교 법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1992년 박찬종 의원 비서로 정계에 입문해 박 의원,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 이명박 서울시장을 차례로 보좌했다. 정계에 입문한 지 16년 만인 2008년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경남 밀양·창녕 선거구에 출마, 당선돼 첫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19대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했으나, 20대 총선에선 진박 공천 논란 속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으로 출마했다가 2위로 낙선했다. 그리고 절치부심 준비한 21대 총선에선 통합당 공천을 받고 출마해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 여야 전체 득표율 1위, 전체 지역구에서 득표수 기준 3위로 당선돼 3선에 성공했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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