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23일 (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전 비서에게 위로의 뜻을 전한다는 첫 입장을 밝힌 가운데 향후 문재인 대통령도 관련 입장을 표명할지 주목된다. /청와대 제공 |
靑 "피해자 위로 말씀…대통령 모든 발언 소개 못 해"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청와대가 23일 (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전 비서에게 위로의 뜻을 전한다는 첫 입장을 밝혔다. 박 전 시장 사건과 거리를 둬온 청와대가 사건 발생 2주 만에 목소리를 낸 배경과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 표명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피해자가 전날(22일) 밝힌 입장문 가운데 '적법하고 합리적인 절차에 따라 진실이 밝혀져야 하고, 본질이 아닌 문제에 대해 논점을 흐리지 말아달라'는 대목에 대해 공감한다"며 "피해자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또 "고위공직자의 성 비위에 대해서 단호한 입장이고, 피해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할 것이라는 것은 청와대의 원래 입장"이라고 했다.
지난 9일 박 전 시장이 성추행 혐의로 피소당했다는 사실이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진 이후 청와대가 사건과 관련해 가장 높은 수준으로 언급한 것이다. 청와대는 2차 가해를 중단해달라는 짤막한 당부 메시지를 낸 적은 있지만, 피해자를 직접 거론하며 위로의 말을 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영민 비서실장은 지난 10일 박 전 시장의 조문을 마친 뒤 "문 대통령께서 너무 충격적이란 말씀을 하셨다"고 전했다. 박 전 시장의 사망 소식에 놀란 감정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됐다. 피해자에 대한 직접적인 전언은 없었다.
이와 비슷하게 청와대도 극도로 말을 아껴왔다. "차분히 (진상규명) 조사 결과를 지켜볼 때"(15일), "별도로 드릴 말씀은 없다"(13일) "청와대 차원에서 다른 입장 발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12일)라고 했었다. 사실상 침묵에 가까웠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23일 "피해자에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청와대는 고위공직자의 성비위에 대해 단호한 입장이고 피해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뉴시스 |
그런 모습의 청와대가 침묵을 깬 것은 최근 부동산 논란과 더불어 박 전 시장의 사건이 국정운영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야당과 여성계는 문 대통령이 박 전 시장 성추행 사건에 대해 입장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국 중심에 있는 두 현안의 영향으로 최근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내림세를 보이며 민심 이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이 페미니스트를 자임했던 것과 상반된 모습을 보인다는 미국 CNN의 비판도 제기됐다. '미투' 운동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했던 2018년 2월 문 대통령은 "피해사실을 폭로한 피해자들의 용기에 경의를 표하며, 미투 운동을 적극 지지한다"며 강자인 남성이 약자인 여성을 힘이나 지위로 짓밟는 행위는 형태와 지위를 막론하고 엄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낸 바 있다.
피해자에 대한 청와대의 반응은 다소 뒤늦은 감이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19일 "국민에게 송구하고, 피해자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고,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5일 "통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청와대는 이보다 더 늦은 시점에 피해자에 대해 언급했다.
더구나 강 대변인의 언급은 청와대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 인권위원회의 진상 규명이 이뤄지고 난 뒤 그 결과로 사실관계가 특정되면 청와대가 보다 뚜렷하고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게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성 평등과 여성 인권에 대한 해결 의지를 내비쳐온 문 대통령이 박 전 시장 사관과 관련해 의견을 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제 시선은 문 대통령으로 쏠린 만큼 인권위의 진상 규명 결과를 지켜본 뒤 입장을 낼 전망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의 모든 발언을 제가 다 소개해 드릴 수는 없다"면서 "적절할 때 적절한 내용을 아마 전해드릴 수 있을지, 그건 아마 진상 규명 결과가 나와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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