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野 "집값 11% 올라? 장난하나"…"죄송" 고개숙인 김현미
입력: 2020.07.24 00:00 / 수정: 2020.07.24 00:00
23일 국회에서 열린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는 최근 정부의 부동산 정책 혼선과 관련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며 청문회를 방불케 했다. /남윤호 기자
23일 국회에서 열린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는 최근 정부의 부동산 정책 혼선과 관련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며 청문회를 방불케 했다. /남윤호 기자

김현미·홍남기 "자리에 연연하지 않아"…'야유·탄성' 얼룩 경제 정책 공방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정책이 종합적으로 다 잘 작동하고 있다"고 자신만만했던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23일 국회 대정부질문은 사실상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인사청문회였다. 경제 부처 장관들이 총출동한 이날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야당 의원들의 관심은 김 장관에 쏠렸다.

미래통합당 등 야당 의원들 대다수는 자리를 지키며 부동산 정책 관련 김 장관의 안일한 발언에 탄성과 야유를 보냈다. '김 장관 해임' 요구에 대해선 여권이 진땀을 빼며 적극 방어에 나섰다.

이날 오후 2시 45분께부터 7시까지 4시간 가까이 진행된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는 정세균 국무총리와 홍남기 부총리를 비롯해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김현미 국토교통부·문성혁 해양수산부·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은성수 금융위원장 등 경제 부처 수장들이 자리했다.

하지만 이날 야당 의원들의 질문 공세는 부동산 정책 주무 부처 수장인 김현미 장관에게 쏟아졌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0여 차례 이상 부동산 정책을 내놓았지만 가파르게 상승하는 집값 해법과 최근 '그린벨트 해제' 여부를 둘러싼 정부의 오락가락 대책에 대한 맹공이 이어졌다.

통합당에서 서병수, 윤영석, 류성걸, 김희국 의원이 저격수로 나섰다.

김현미(오른쪽 아래) 국토부 장관이 부동산 집값 상승률에 대해 11%라고 말해 통합당 의석에선 야유가 터져나왔다. /남윤호 기자
김현미(오른쪽 아래) 국토부 장관이 부동산 집값 상승률에 대해 "11%"라고 말해 통합당 의석에선 야유가 터져나왔다. /남윤호 기자

첫 질의자로 나선 서 의원이 '집값이 어느 정도 올랐다고 보느냐'고 묻자 김 장관은 "(한국)감정원 통계로 11%가 올랐다고 알고 있다"고 했다. 이에 서 의원은 귀를 의심한 듯 "11%요?"라고 되물었고, 김 장관은 "네"라고 대답했다.

김 장관이 제시한 11%는 문재인 정부 3년간 서울 주택 가격 상승률을 말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달 23일 경제실천시민연합이 '정권별 아파트값 상승 실태' 자료를 통해 서울 아파트값이 문재인 정부에서 지난 5월까지 53% 올랐다고 발표하자 국토부는 '서울 전체주택' 변동률이 11.5%라고 설명자료를 배포한 바 있다.

이에 야당 의석에서 "뭐? 11%라고?" "장난하지 마세요" "에이 저게 무슨" 등 야유를 보내면서 장내가 술렁였다.

서 의원이 "한국감정원 기준으로 해서,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98개월 동안과 문재인 정부의 36개월 동안 부동산가격 폭등을 비교해 본 적 있냐"고 다시 묻자, 김 장관은 "우리 정부에서 과거 정부보다 올랐다는 건 알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김 장관은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고 하강하는 건 전체 경제 상황과 연동돼 있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비교하는 데는 문제가 있다"고 해명했다.

김 장관은 또 집값 상승의 원인을 박근혜 정부의 규제 완화와 세계적인 유동성 공급 과잉 탓으로 돌렸다. 그는 "노무현 정부 때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을 규제해 2007년 완성, 이명박 정부 때 작동해 2014년까지 안정됐다"면서 "2015년부터 우리나라 부동산이 대세 상승기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동성 과잉공급, 최저금리 지속이 있어 상승을 막는 데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미래통합당 의원들은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김현미 장관에 정책 실패에 따른 사임을 요구했다. 질문 답변하는 홍남기 부총리. /남윤호 기자
미래통합당 의원들은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김현미 장관에 정책 실패에 따른 사임을 요구했다. 질문 답변하는 홍남기 부총리. /남윤호 기자

이 같은 입장에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동조했다. 그는 "3000조 넘는 유동성도 영향을 미쳤고 저금리도 영향을 미쳤다. 시장에서 투기적 수요에 의해 단기차익을 노리려는 부동자산의 특성도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야당의 연이은 강공에 그동안 '정책 낙관론'을 견지해온 김 장관이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김 장관은 지난달 3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나와 "부동산 정책이 잘 작동하고 있다"고 말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었다.

김 장관은 '김현미 장관 말 안 들었으면 쉽게 몇억을 벌 수 있었다는 말이 떠돈다'는 윤영석 통합당 의원의 지적에 "집값이 오름으로 인해 젊은 세대와 시장의 많은 분이 걱정하는 것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도 "이런 걱정이 해결되기 위해서는 주택과 관련된 투기 수익이 환수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가 완비돼야 한다"고 법적 뒷받침의 미비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돌렸다.

김 장관은 또 정부가 최근 임대사업자 혜택을 돌연 폐지하며 '정책이 오락가락한다'는 지적을 받고 "임대사업자 제도는 세입자들이 장기간 걸쳐서 임대료 상승이 적은 주택에 살 수 있게 하고 임대인을 지원해주는 정책"이라면서 "이번에 국회에서 임대차3법이 통과하게 되면 지금 우리가 주택임대사업자 제도를 운영하는 것과 똑같은 정책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이 제도를 유지할 필요가 없고 효용을 다했다"고 설명했다.

김 장관은 '부동산 정책이 목표를 달성하고 있냐'는 물음에 대해선 "주택시장의 안정과 주거복지 확충을 통해서 국민의 주거안정을 꾀하는 것이 최종목표"라면서 "아직 미흡한 점도 있지만 주거복지 측면에서 상당 부분 진정되고 있다"고 했다.

김 장관은 정부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임대차 3법의 실효성 전망에 대해 "임대차 3법이 통과되면 집 없는 서민의 주거 안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도 답했다.

이날 대정부질문에는 야당 의원들이 김 장관 해임을 거듭 요구하며 청문회를 방불케 했다. 윤 의원이 "(부동산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는 것에 책임지고 스스로 물러날 생각이 없느냐"고 묻자, 김 장관은 "저는 절대 자리에 연연하거나 욕심이 있지 않다"고 했다.

여권에서도 이에 대해 적극 방어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김 장관은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등 부동산 문제 정상화·안정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그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주고자 한다"고 완곡하게 해임 요구를 거부했다.

같은 당 소속 의원들의 질의가 모두 끝나자 자리를 뜨는 미래통합당 의원들. /국회= 박숙현 기자
같은 당 소속 의원들의 질의가 모두 끝나자 자리를 뜨는 미래통합당 의원들. /국회= 박숙현 기자

한편 종합부동산세 인상 등 증세를 둘러싸고 홍 부총리와 김희국 통합당 의원이 설전을 벌였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토해양부 2차관을 지낸 김 의원은 이날 "정부가 부동산을 놓고 3년 내내 온갖 난리를 피웠는데 결과가 뭐냐. 그 결과가 국민에게 피 빨기 위해 세금을 더 걷는 것이냐"고 호통을 치자, 홍 부총리는 홍 부총리는 "피 빨듯이 세금을 걷는다는 말은 국세청 2만명, 관세청 5000명 직원의 사기를 꺾는 말"이라며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이후 김 의원이 최근 기획재정부에서 '1인 1가구 증세는 없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과 관련해 "좀 제대로 알고 보도자료를 내야한다"고 다그쳤다. 이에 홍 부총리가 "주택 가격이 오르는 데 세금이 오를 수밖에 없지 않냐"고 하자 장내가 발언을 알아듣지 못할 정도로 소란해졌다. 민주당 의원들은 "빨리 들어가라" "국무위원에게 반말하지 마세요" 등 야유를 보냈고, 통합당도 이에 맞받아치며 큰소리를 냈다. 이에 사회를 맡은 김상희 부의장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게 동료의원의 질문과 국무위원의 답변을 경청해달라"고 장내를 정돈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또 홍 부총리를 향해 "인격은 훌륭한데, 정책을 조정할 힘이 없어 보인다"며 사임하라고 압박했고, 이에 대해 홍 부총리는 "저는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면서도 "공직을 맡는 한 책임 있게 행동하는 게 도리라고 생각한다. 자리에 있는 날까지는 밤새워서라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날 오후 6시 20분께 김 의원의 질의가 끝나자 통합당 의원들은 "잘 했다" "김희국 파이팅" 등을 외쳤고, 아직 민주당 의원들의 질의 순서가 남아있었지만 자리를 지켰던 통합당 의원들 다수는 본회의장을 떠났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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