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확대경] '박원순 파문' 떠안을 이낙연 vs 김부겸, 누가 돼도 '시험대'
입력: 2020.07.19 00:01 / 수정: 2020.07.19 00:01
부동산 정책 실패 논란에 이어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까지 불거지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이 가운데 8월 전당대회에 출마한 이낙연 의원(왼쪽)과 김부겸 전 의원 중 누가 당 대표가 되더라도 리더십 시험대에 오를 수밖에 없게 됐다. /배정한·남용희 기자
부동산 정책 실패 논란에 이어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까지 불거지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이 가운데 8월 전당대회에 출마한 이낙연 의원(왼쪽)과 김부겸 전 의원 중 누가 당 대표가 되더라도 리더십 시험대에 오를 수밖에 없게 됐다. /배정한·남용희 기자

1위의 신중함과 2위의 돌파력…확연한 차이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차기 대표의 어깨는 그 어느 때보다 무거워질 전망이다. 민주당 대권주자면서 8월 전당대회에 출마한 이낙연 의원과 김부겸 전 의원은 당 대표에 선출된 순간부터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에 따른 민심 수습과 이로인해 치러지는 보궐 선거 결과에 따라 정치적으로 큰 변화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두 후보는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대한 입장부터 내년 4월 재보궐 선거 후보 공천 문제 등을 놓고 전혀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 전 의원은 매 사안마다 선명하게 입장을 내놨다. 특히 박 시장 사태와 관련해 당 내부 분위기를 의식하고 있지만, 정제된 언어로 설명을 내놓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지난 15일 박 시장 성추행 의혹을 두고 "객관적인 기구에서 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그는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진상조사 기관은) 서울시인권위원회 혹은 인권위원회 정도일 것"이라고 분명하게 제시했다.

이어 "고소인은 자신의 주장이 객관성을 띠고 있고, 실체적 진실이 있다는 부분을 확인하는 쪽에 있는 것"이라며 "정쟁이 돼서 다짜고짜 (의혹을) 기정사실화하고, 말을 함부로 하면 자칫 사자명예훼손이 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고소인 입장도 제대로 살피지 않으면 2차 가해가 된다는 지적도 있다. 섣부른 예단은 삼갔으면 좋겠다"고 선을 그었다.

김 전 의원은 내년 4월 7일 치러지는 재보궐 선거 후보 공천 문제에 대해선 "대한민국 수도와 제2도시의 수장 자리에 여당이 아무 영향을 발휘할 수 없게 되면 민심이 상상 이상 물결칠 것"이라며 "상황을 변경할 수밖에 없다면,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비판은 감내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부겸 전 의원은 논쟁적인 사안마다 적극적으로 입장을 밝히면서 정면승부에 나서는 모습이다. 지난 9일 당 대표 출마 선언에 나선 김 전 의원. /김 전 의원 측 제공
김부겸 전 의원은 논쟁적인 사안마다 적극적으로 입장을 밝히면서 '정면승부'에 나서는 모습이다. 지난 9일 당 대표 출마 선언에 나선 김 전 의원. /김 전 의원 측 제공

김 전 의원은 이후에도 공식 입장을 내고 재보궐 선거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그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제가 당 대표가 되면 당헌을 존중하되, 당원들의 뜻을 물어 최종 판단하겠다"며 "만약 당원들의 뜻이 공천이라면, 제가 국민에게 깨끗히 엎드려 사과드리고 양해를 구하겠다. 그리고 필요하면 당헌을 개정하겠다"고 했다.

반면 이 의원은 대부분 사안에 침묵을 지키며 신중한 모습을보이고 있다. 이 의원은 14일 박 시장 의혹과 관련한 당 차원의 대응과 진상조사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물음에 "당에서 정리된 입장을 곧 낼 것으로 안다"며 말을 아꼈다. 함께 제기된 보궐 선거 공천 여부를 두고도 "시기가 되면 할 말을 하겠다"고만 했다.

15일 민주당 최고위에서 공식적으로 피해자에 대한 사과 입장이 표명되고 나서 이 의원은 이날 정오께 입장을 내놨다. 그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국민께서 느끼시는 실망과 분노에 공감한다. 처절하게 성찰하겠다. 민주당과 제가 할 일을 마땅히 하겠다"고 적었다.

그는 "먼저 '피해 고소인'의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 고소인과 가족의 안전이 지켜지고 일상이 회복되도록, 경찰과 서울시 등이 책임 있게 대처해주기 바란다. 민주당도 역할을 다할 것"이라며 "특히 사건의 진상이 규명되기를 바란다. 관련되는 모든 기관과 개인이 진상규명에 협력해야 한다"고 했다.

김 전 의원과 달리 이 의원은 대체로 당의 입장과 결을 같이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14일 국회 토론회에 참석해 인사말하는 이 의원. /남윤호 기자
김 전 의원과 달리 이 의원은 대체로 당의 입장과 결을 같이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14일 국회 토론회에 참석해 인사말하는 이 의원. /남윤호 기자

다만 재보궐 선거 후보자 공천 여부에 대해선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또 피해 고소인이라는 용어 사용도 논란이 됐다. 앞서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피해자를 향해 '피해 호소인'이라고 지칭하면서 비판 여론이 일기도 했다. 결국 민주당은 17일 최고위회의에서 '피해자'로 용어를 통일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이 의원이 당권 경쟁자인 김 전 의원보다 한 발씩 계속 늦는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의원이 이런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데는 21대 국회 임기 시작부터 '대권주자 선호도 1위'라는 타이틀로 수많은 관심을 받고, 당 대표 출마 선언 이후에도 높은 주목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는 분석이다.

반면 '당 대표로 당선될 경우 임기를 모두 채우겠다'고 선언한 김 전 의원은 각종 쟁점에 분명한 입장을 보이면서 '지지층 끌어들이기'에 나섰다는 평가다. 원외에서 당권 경쟁에 나서는 만큼 각종 채널을 통해 인지도를 높이면서 입지를 넓혀가겠다는 복안으로 보인다.

이종훈 명지대 교수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이낙연 의원은 상대적으로 앞서 가고 있어서 (신중한) 그렇다. 김 전 의원은 뒤쫓아 가는 입장에서 초조한 마음에 그럴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당장 매머드급 재보궐 선거를 치르는 상황에서 누구든 당 대표가 될 경우 막중한 책임을 떠안게 될 전망이다. 당권을 통해 대권을 노리고 있는 이 의원은 재보궐 선거 결과에 따라 향후 행로에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당 대표가) 재보궐 선거에서 지면 책임론이 나올 것"이라며 "양쪽 다 고민해야 할 일은 내년 재보궐 선거에서 압승할 수 있는 당의 역량을 집중시킬 수 있는 리더십"이라고 진단했다.

박 평론가는 "이를 위해선 인물 발굴, 정책 개발, 문 정부를 지원할 국회의 입법화와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두 인물의 상황을 두고 "이 의원 입장에선 (당 대표가 되면) 당내 지지기반을 구축하는게 가장 크다. 대선 경선을 위해 긍정적인 의미에서 당 기반을 만들고 집권당 대표로서 '이낙연이 하면 달라진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전 의원과 관련해선 "이전과는 다른 리더십이 드러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평론가는 "(김 전 의원이 대표가 되면) 당 분위기를 일신하는 모습이 기대될 것"이라며 "(그동안) 민주당에서 대구 출신의 당 대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김 전 의원은 탈호남을 통한 전국정당화, 젊고 새로운 인재 발탁 등 혁신에 나설 거다. 그렇게 보면 두 인물의 역할은 확실히 대비된다"고 말했다.

moon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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