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주간政談] '대통령 연설'보다 '이재명 재판'이 더 궁금한 여당 의원
입력: 2020.07.18 00:01 / 수정: 2020.07.18 00:21
16일 오후 여야의 갈등 끝에 21대 국회 개원식이 열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 연설 도중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재명 경기도지사 관련 보도를 보고 있다. /국회=배정한 기자
16일 오후 여야의 갈등 끝에 21대 국회 개원식이 열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 연설 도중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재명 경기도지사 관련 보도를 보고 있다. /국회=배정한 기자

<더팩트> 정치팀과 사진영상기획부는 여의도 정가, 청와대를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TF주간 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 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파는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천태만상' 지각 개원식…초복날 펼쳐진 여야 '치킨 경쟁'도

[더팩트|정리=문혜현 기자] -7월도 중순이 넘었습니다. 이번 주 국회는 오랜 갈등 끝에 드디어 개원식을 열었는데요. 지난 5월 30일 21대 국회 임기가 시작된 지 48일 만입니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의 개원연설도 있었죠. 공교롭게도 같은 날, 같은 시각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대법원 재판이 진행돼 정치권은 한바탕 떠들썩했습니다.

-문 대통령 연설 중 의원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경청(?)했습니다. 모처럼 본회의장이 꽉 들어차 보기에 좋았는데 의원들의 자세는 천태만상이었습니다. 마침 이날은 초복이어서 각 당에서 취재진에게 치킨을 나눠주기도 했는데요, 여야의 풍경은 달랐습니다. 먼저 개원식 연설 현장 이야기부터 들어보시죠.

16일 국회 본회의장을 가득 메운 의원 대다수는 문재인 대통령 연설을 경청했다. 하지만 일부 의원은 휴대폰을 하고, 하늘을 보고, 눈을 감고 있는 등 집중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문혜현 기자
16일 국회 본회의장을 가득 메운 의원 대다수는 문재인 대통령 연설을 경청했다. 하지만 일부 의원은 휴대폰을 하고, 하늘을 보고, 눈을 감고 있는 등 집중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문혜현 기자

◆문재인 대통령 연설 중 "이런 사람 꼭 있다"

-지난 16일엔 드디어 개원식이 열렸죠. 국회 본회의장이 꽉 찼다면서요?

-네, 맞습니다. 21대 국회 임기 시작 후 갈등을 반복하던 여야가 진통 끝에 개원식을 열었습니다. 이날 오후 2시에 개원식이 열렸는데요, 의원들의 선서와 박병석 국회의장의 개원사, 문재인 대통령의 축하 연설이 있어서 취재진의 관심이 쏠렸습니다.

-개원식이 열렸던 국회 본회의장엔 간만에 활기가 가득했는데요. 그동안은 통합당 의원들이 불참하면서 한쪽이 휑했습니다. 의원들은 반갑게 안부를 주고 받거나 선서문을 휴대폰 카메라로 촬영하는 등 들뜬 모습이었습니다.

-300명의 의원이 본회의장을 메운 채 오른손을 든 모습은 경건하고도 웅장했는데요. 의원들은 박 의장의 선서에 따라 선서문을 낭독하며 국민 앞에 엄숙하게 선서했습니다. 지난 20대 국회 때 소리를 지르고 싸움하는 의원들 모습을 보다가 선서하는 모습을 보니 '앞으로는 무언가 달라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웃음).

-이어서 박 의장의 개원사와 문 대통령의 연설이 진행됐는데요. 대부분 취재진은 문 대통령을 지켜보기도 했지만 연설을 듣는 통합당 의석을 주목했습니다. 혹시나 문 대통령을 향해 피켓을 들거나, 일부 항의하는 모습이 있다면 포착하기 위해서죠.

-사진기자들은 의원들의 '휴대폰'에 주목합니다. 의원이 보내는 메신저나 보고 있는 기사 등 휴대폰 속엔 다양한 정보가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 연설 도중 휴대폰으로 이재명 경기도지사 관련 보도를 보고 있는 장면이 <더팩트> 취재진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이날 통합당 의석 쪽에서 취재 기자가 목격한 건 졸음을 견디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인 하태경 통합당 의원이었습니다. 문 대통령 연설 중 검정색 마스크를 쓴 하 의원은 잠시 고개를 숙이는 듯 하더니 이내 깊은 잠에 빠졌습니다.

-하 의원 옆에 나란히 앉은 장제원 통합당 의원은 휴대폰을 보고 있었습니다. 부산을 지역구로 두고, 이번 총선에서 3선 중진이 된 두 의원이 연설 중 딴짓(?)을 하는 모습은 다소 흥미로웠습니다(웃음).

-연설 초반 한동안 고개를 들고 본회의장 천장을 유심히 바라보는 의원도 있었습니다. 취재진은 마스크를 쓴 의원을 알아보지 못해 좌석표를 참고해야했는데요. 울산 중구에 지역구를 둔 박성민 통합당 의원이었습니다. 꽤 오래 천장을 보고 있어서 취재진도 위에 뭐가 있나 하고 들여다봤습니다.

-이외에도 다수 의원들은 연설 중간 중간 휴대폰을 보는 등 모습을 보였는데요. 특히 같은 시간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대법원 재판이 진행 중이어서 판결에 관련한 기사를 보거나 이 지사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등의 모습이 다수 포착됐습니다. 강연이나 연설 중 이런 행동들은 늘 있잖습니까? 개원식 연설 중 드러난 의원들의 인간적(?)인 모습이었습니다(웃음).

국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개원연설을 하기 직전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이 나왔다. 의원들도 관련 보도에 집중하면서 취재진들 사이에서 대통령보다 이 지사에게 관심이 몰렸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임영무 기자
국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개원연설을 하기 직전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이 나왔다. 의원들도 관련 보도에 집중하면서 취재진들 사이에서 '대통령보다 이 지사에게 관심이 몰렸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임영무 기자

◆대통령을 뛰어넘은 이재명 경기지사의 관심도?

-문 대통령의 여의도행은 오랜만인데, 국회 방문 당시 이야기를 좀 더 해볼까요?

-네, 문 대통령이 국회를 방문한 것은 지난 2월 28일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한 여야 대표와 회동을 하기 위해 찾은 이후 약 4개월 만입니다. 올해 들어선 이번이 두 번째 국회 방문이었습니다. 또 문 대통령은 개원연설까지 했는데요, 국회 연설은 지난해 10월 시정연설 이후 9개월 만입니다.

-1987년 헌법체제에서 최장 지각 개원식, 이 때문에 국회를 향할 문 대통령의 발걸음이 가벼울 수만은 없다는 청와대 관계자의 말이 떠오르는군요. 그만큼 국회 정상화가 늦었다는 우회적 비판으로 읽혔는데요, 문 대통령의 연설은 어땠나요?

-문 대통령은 30분 정도 진행한 연설에서 '협치'를 강조했습니다. 21대 국회는 대결과 적대의 정치를 청산하고 반드시 '협치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언급했죠. 코로나 사태로 인한 국난 극복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선도하려면 입법부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한국판 뉴딜'과 부동산 안정 대책 등에 대해 초당적 협력를 당부했습니다.

당초 지난달 5일로 예정됐던 국회 개원식이 무한정 미뤄지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개원연설을 9차례나 수정했다. 지난 16일 국회 개원연설에 나선 문 대통령. /배정한 기자
당초 지난달 5일로 예정됐던 국회 개원식이 무한정 미뤄지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개원연설을 9차례나 수정했다. 지난 16일 국회 개원연설에 나선 문 대통령. /배정한 기자

-문 대통령이 9번이나 연설문을 고쳐 썼다고 하는데, 어떤 것 같았나요.

-여야의 원 구성 협상이 번번이 결렬되면서 21대 국회 개원식도 뒤로 밀렸습니다. 의원들의 임기는 5월 30일부터 시작했는데, 문 대통령은 6월 5일 개원연설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연설문을 준비해놨었다고 합니다. 개원식이 계속 지체되면서 연설 내용이 구문이 돼 계속 고쳤다고 하는데요, 확~ 시선을 끌 만한 포인트는 없어 보였습니다. 예상 가능한 수준이었다는 목소리도 들렸습니다.

-국회 개원식이 오후 2시부터 시작했는데, 하필 이재명 지사의 상고심 시각과 같아서 시선이 분산될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도 나왔죠?

-그렇습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 지사의 상고심을 생중계했습니다. 그래서인지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이 지사가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더군요. 국회 개원식이 묻히는(?) 듯해 보였습니다. 최근 유력 대권주자로 떠오른 이 지사가 지사직을 유지하느냐 당선 무효가 되느냐 초미의 관심사였기 때문에 아무래도 국민의 눈은 대법원으로 향한 것 같습니다.

-개원식보다는 이 지사 상고심을 실시간 중계로 지켜보는 기자들도 더 많아 보였습니다(웃음). 문 대통령이 연설을 앞두고 있었는데도 말이죠. 문 대통령이 연설을 시작하기 직전 상고심이 마무리됐습니다. 문 대통령의 연설 내용과 이 지사의 상고심 기사가 쏟아지면서 9번이나 고쳐 쓴 연설문에 다소 주목도가 떨어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초복이었던 지난 16일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은 경쟁적으로 취재진에게 치킨과 닭강정을 제공했다. 통합당에서 배급한 가마로 닭강정 /허주열 기자
'초복'이었던 지난 16일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은 경쟁적으로 취재진에게 치킨과 닭강정을 제공했다. 통합당에서 배급한 '가마로 닭강정' /허주열 기자

◆"질 수 없다" 취재진 '치킨 공세' 선방 날린 민주당

-국회 개원식 날은 마침 초복이기도 했는데요. 여야 공보국에서 각 당 출입기자들에게 치킨을 나눠줬다고요?

-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푸라닭'을, 미래통합당에선 '가마로닭강정'을 쐈는데요. 원래 초복 전날부터 통합당 출입기자들 사이에선 '당에서 초복맞이 닭강정을 뿌릴 예정'이라는 지라시가 공유됐습니다. 그래서 이 소식을 접한 민주당 출입기자들은 '부럽다', '거대 여당 민주당은 뭐 없나'와 같은 농담 섞인 불만(?)을 털어놓았는데요. 이를 듣고 민주당 공보국에서 초복 당일 오전에 통합당보다 먼저 배급에 나섰습니다.

-이날 오전에는 정보위원장을 선출하는 본회의가 열리지 않았나요?

-맞습니다. 그래서 본회의를 챙겨야 하는 말진 기자들은 치킨의 유혹을 뿌리쳐야 하는 시험에 들게 한 민주당 공보국을 원망했다는 후문입니다(웃음). 물론 본회의 이후 치킨을 잘 나눠 먹었습니다. 다만 통합당보다 선방을 날리기 위해 조금 성급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른바 '치킨 배급에 대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특정 매체에 출입기자당 1인 1닭씩 먹을 수 있도록 몰아주면서 치킨을 못 받은 매체들이 넘쳐난 겁니다. 이에 민주당 공보국은 추가 주문까지 하며 출입기자 달래기에 나섰는데요. 공보국에선 "같은 매체라도 야당 기자들은 주지 말고 여당 기자들 몫만 주라고 했다"는 전언입니다. 자기편만 유독 잘 챙기는 당 분위기를 대변하는 게 아닌가 생각되네요(웃음).

-자기편만 보면 놓치는 게 많은 법이죠.

-네, 당장 지지율만 봐도 그렇습니다. 지난 16일 리얼미터 여론조사(tbs 의뢰, 7월 13∼15일 조사기간, 전국 유권자 1510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2.5%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전주보다 4.3%포인트 하락한 35.4%, 통합당은 1.4%포인트 상승한 31.1%로, 양당 지지율 격차가 4.3%포인트였는데요. 통합당 창당 이후 처음으로 오차범위 내로 좁혀진 겁니다. 윤미향 논란, 박원순 서울시장 사태, 법무부-검찰 갈등 등 잇단 악재 속에서 '내 편 챙기기'를 시전하니 그 높았던 지지율을 깎아 먹고 있는 게 아닌지 되돌아봐야 할 때가 아닐까요.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재우 기자, 박숙현 기자, 문혜현 기자(이상 정치팀), 장우성 정치사회 에디터, 임영무 기자, 배정한 기자, 이새롬 기자, 남윤호 기자, 이선화 기자, 임세준 기자(이상 사진영상기획부)

moon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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