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박원순 사태'가 촉발한 '4·7 재보궐 공천' 거리 두는 與…속내는?
입력: 2020.07.17 05:00 / 수정: 2020.07.17 05:00
더불어민주당이 현 당헌 당규 규정을 개정해서라도 내년 4월 7일 재보궐 선거에 후보를 내는 현실론에 의견을 모으고 있다. 다만 현재 박원순 사태 여진이 있는 상황에서 공천 방침을 밝힐 경우 선거 전략상 유리하지 않다고 판단해 숨고르기 모드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국회=배정한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현 당헌 당규 규정을 개정해서라도 내년 4월 7일 재보궐 선거에 후보를 내는 '현실론'에 의견을 모으고 있다. 다만 현재 '박원순 사태' 여진이 있는 상황에서 공천 방침을 밝힐 경우 선거 전략상 유리하지 않다고 판단해 숨고르기 모드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국회=배정한 기자

불리 국면 피하기…공천 결정 주체·시기 논의도 불투명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재보궐 선거와 관련해 당이 어떻게 할지 아직 논의된 바 없다. 이런 일(박원순 사태)이 재발하지 않아야 한다는 데 당의 모든 논의가 집중돼 있다."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더불어민주당은 '박원순 사태'에 두 차례 공식 사과하며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으면서도 초미의 관심사인 4·7 재보궐 공천에 대해선 '때가 아니다'라며 거리를 두고 있다. 당내 분위기는 당헌을 개정해서라도 후보 공천이 불가피하다는 기류로 기울었지만 현 국면에서 입장을 밝힌다면 '박원순 사태'가 부각돼 선거 전략에도 적합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재보선 공천 여부 결정 주체와 관련해서도 현 지도부가 매듭 지을지, 8월 선출되는 차기 지도부에게 맡길지 의견이 중구난방한 모양새다.

16일 현재까지 민주당은 내년 4·7 재보궐선거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민주당 의원들은 박원순 서울시장 사망으로 인해 판이 커진 재보궐 선거에 대해 일제히 당헌을 개정해서라도 공천해야 한다고 개별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이 당대표 시절인 2015년 마련한 규정에 따라 당초 오거돈 부산시장의 성 추행 의혹 이후 확정된 부산시장 재보궐 선거와 관련해 '무공천'을 검토했지만, 서울시장 보궐선거까지 치르게 되면서 1년 후 있을 대선과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라도 공천을 내야 한다는 현실론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홍익표 민주당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 "(후보를) 못 내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주로 선거부정이나 뇌물 등의 부정부패에 관련됐을 때 후보를 내지 않겠다는 사안이 핵심"이라고 했다. 차기 당대표를 노리는 김부겸 전 의원 역시 사실상 당헌을 개정해 후보를 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한 재선 의원도 "나는 당시 당헌 개정안 신설 때 반대했던 사람이다. 사실 그런 규정은 정당으로서 책임지는 게 아니다. 정당은 국민의 정치적 의사결정을 도와야 하는데 공천을 하지 않으면 우리 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은 투표할 수 없다. 국민께 사과하고 정당의 길을 가야 한다"고 했다. 유권자 권익을 위해 공천 포기할 수 없다"는 논리다.

통합당은 현재 "최소한 자신들이 만든 당헌·당규는 지켜야 하지 않나"라며 책임론을 꺼내 들며 여당에 '무공천'을 압박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당헌·당규는 훈시 규정이라는 입장이다. 또 다른 민주당 재선 의원은 "사실 당헌·당규는 훈시 규정이지 강제 규정이 아니다. 규정을 만들 당시에는 '혁신'의 가치와 기대가 높은 상황에서 안철수 측의 제안을 수용한 측면이 있지만 지금은 국민이 바라는 가치가 또 달라졌다. 달라진 요구를 반영하는 것도 정치 과정이라고 본다"고 했다. 또한 민주당은 당헌에서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중대한 잘못'으로 직위를 상실할 경우 무공천한다는 규정에서 '중대한 잘못'이 해석의 여지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당헌 개정을 통한 재보궐 선거 공천이 중론이지만 수면 위로 꺼내지 않는 배경에는 장기적 선거 전략과도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박원순 사태'로 국민의 질타를 받고 있는데 지금 공천 여부를 밝히면 재보궐 선거가 '사죄' 성격이 짙어져 불리하다. 두 건을 분리하는 게 우선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그런 점에서 박 시장 사태를 지울 수 있도록 참신한 후보를 내는 게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도 <더팩트>와 통화에서 "코로나19 상황에서 내년 재보궐 선거를 말한다면 국민에 밉상으로 보인다. 현재는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 위기 극복과 민생에 집중하겠다는 집권당의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또 민주당이 잘못해 치르는 선거인 만큼 지금은 할 말이 없는 대목"이라며 "당헌 당규를 바꿔 정정당당하게 국민의 심판을 받는 게 맞다. 더 나아가서 내부적으로 향후 이런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지 냉정한 당내 여론을 모으는 게 관건"이라고 했다.

당내에선 재보궐 선거 공천 결정을 현 지도부가 매듭 지어야 한다는 입장과 차기 지도부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 언제까지 결정할지 등에 대해 이견이 있다. 당대표가 될 경우 내년 3월 사퇴가 예상되는 이 의원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배정한 기자·남용희 기자
당내에선 재보궐 선거 공천 결정을 현 지도부가 매듭 지어야 한다는 입장과 차기 지도부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 언제까지 결정할지 등에 대해 이견이 있다. 당대표가 될 경우 내년 3월 사퇴가 예상되는 이 의원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배정한 기자·남용희 기자

재보궐 선거 공천 결정 시기와 주체에 대해서도 당론을 모으지 못하고 중구난방한 모습이다.

이석현 민주당 중앙위의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 당헌 96조는 귀책 사유가 있을 땐 후보 안 내겠다고 책임정치를 선언!(한 것)"이라며 "(다만) 여당이 서울부산등 광역에 후보 안 내는 건 정당의 자기부정이며 대선에 심대한 타격이 될 것"이라며 해당 조항을 살리면서 '정치상황에 따라 당무회의의 의결이 있으면 후보를 낼 수 있다'는 단서조항을 신설하자는 절충안을 제시했다.

그는 또 "개정시기는 내년은 4.7 보궐선거 임박해 민감한 시기이니, 8월 전대를 앞두고 온라인 당원 투표 후 중앙위가 의결하는 방법이 좋을 듯(하다)"며 "개정을 차기 지도부로 넘기지 말고 현 지도부가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도 했다. 다만 지도부와 이 같은 의견에 교감이 있었는지에 대해 이 위의장은 "개인 의견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재보궐 공천 이슈는 오는 8·27 당 대표 선거 전당대회의 당권 구도 판도까지 바꿀 커다란 변수로 떠올랐다. 김 전 의원은 재보궐 선거를 진두지휘하며 2년 임기를 채우는 책임있는 당대표를 내세우고 있다. 대선을 위해 내년 3월 당대표 사퇴를 고려하는 이낙연 의원에겐 부담되는 대목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의원이 당대표가 된다고 해도 물러나기 전까지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정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악의 경우 대선 출마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unon89@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