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사태' 사과…이낙연의 '피해 고소인' vs 김부겸의 '고소인'
입력: 2020.07.15 14:21 / 수정: 2020.07.15 14:21
더불어민주당 차기 당권에 도전하는 이낙연 의원, 김부겸 전 의원이 고 박원순 서울시장 사망으로 인한 행정공백과 성추행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 의원은 이번에도 김 전 의원보다 한발 늦게 입장을 밝혀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배정한 기자
더불어민주당 차기 당권에 도전하는 이낙연 의원, 김부겸 전 의원이 고 박원순 서울시장 사망으로 인한 행정공백과 성추행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 의원은 이번에도 김 전 의원보다 한발 늦게 입장을 밝혀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배정한 기자

윤미향·인국공·기본소득 등 현안 신중 모드에 '李 간보기' 지적도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고인을 보낸 참담함을 뒤로하면서, 이제 고인이 남기신 과제를 돌아봐야겠습니다. 피해 고소인과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 확실한 방지 대책을 세워 이행하겠습니다. (이낙연 의원)

#고소인에 대한 2차 가해는 안 됩니다. 고인의 명예 또한 지켜져야 합니다. 장례 이후 후폭풍이 닥치고 있지만, 꿋꿋이 그리고 차분히 정리해가야 합니다. (김부겸 전 의원)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장례 절차가 종료되고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15일 당 차원의 진상조사 불가 방침을 밝힌 가운데, 민주당 차기 당권주자들의 목소리에도 관심이 쏠린다. 총선 이후 윤미향 의원 논란,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 정규직 전환 사태, 기본소득 등 주요 현안에 침묵하며 조심스러운 행보를 이어온 이 의원은 이번에도 한발 늦은 반응에, 명확한 입장이 없어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의원은 이날 12시 15분께 페이스북에 "국민께서 느끼시는 실망과 분노에 공감한다. 처절하게 성찰하겠다. 민주당과 제가 할 일을 마땅히 하겠다"며 입장을 밝혔다. 지난 9일 박 시장 실종과 그에 대한 성추행 고발 건이 알려진 지 7일 만이다. 전날(14일) 이 의원은 "(진상조사 관련) 당에서 정리된 입장을 곧 낼 것으로 안다. 시기가 되면 말을 하겠다"고 했었다.

이 의원은 또 "먼저 피해 고소인의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 고소인과 가족의 안전이 지켜지고 일상이 회복되도록, 경찰과 서울시 등이 책임 있게 대처해주기 바란다. 민주당도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또 "특히 사건의 진상이 규명되기를 바란다. 관련되는 모든 기관과 개인이 진상규명에 협력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성 평등과 성인지 당 교육과 규율 강화, 당 소속 자치단체장과 의원 등에 대한 전면점검 등을 약속했다. 하지만 이는 당에서 이날 발표한 재발방지대책 내용을 언급하는 수준에 그친 셈이다. 이번 사건 계기로 핵심 쟁점 사안이 된 서울시·부산시장 재보선 공천 여부에 대해선 아예 언급하지 않았다.

이 의원의 메시지에서 '피해 고소인'이라는 용어 사용도 논란이 되고 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사태를 늘 '엄중히 보고' 계시는 이낙연 의원도 사과를 한답시고 2차 가해에 가담했습니다. '피해 고소인'이라고 하네요. 절대로 '피해자'라 부르지 않습니다. 공식적으로는 '피해자'로 인정할 수 없다는 거죠"라고 꼬집었다.

반면 김 전 의원은 "고소인에 대한 2차 가해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 전 의원 또한 박 전 시장 '옹호론'과 '책임론' 사이에서 유보적인 모습이지만, 이 의원보다 명확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김 전 의원은 재보선 공천 문제에 대해서도 '당헌을 존중하되, 당원들의 뜻을 물어 필요하면 당헌을 개정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성추행 사태로 공석이 된 서울시장·부산시장 후보를 당헌 개정을 통해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 전 의원은 이 같은 메시지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재발방지대책 관련 공식 입장이 나오기 전인 이날 오전 9시께 페이스북에 올려 이 역시 이 의원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이 의원은 이번에도 당권 경쟁자인 김 전 의원보다 현안 대처에 한발 늦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앞서 김 전 의원은 지난달 26일 인국공 사태에 "누가 뭐래도 정부와 지자체는 비정규직을 줄이고 정규직을 늘려가는 게 맞다"는 글을 올려 논쟁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기본소득 논쟁이 한창이던 지난 달 4일에도 "지금 우선돼야 할 것은 '전국민 고용보험'"이라며 "기본소득 논의는 그 진전을 보아가며 뒤따르는 게 맞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윤 의원 사태에 대해선 지난 5월 22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 출연해 "신중하게 전후 맥락을 검토해야 한다. 당이 당이 조금 적극적으로 나서서 이 문제는 진상조사도 하고 당사자들의 입장도 청취하고 완충 역할을 해줬으면 한다"고 했었다.

반면 이 의원은 지난 달 8일 기본소득과 관련해 "기본소득제의 취지를 이해한다. 그에 관한 찬반의 논의도 환영한다. 다만 기본소득제의 개념은 무엇인지, 우리가 추진해온 복지체제를 대체하자는 것인지 보완하자는 것인지, 그 재원 확보 방안과 지속가능한 실천 방안은 무엇인지 등의 논의와 점검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는 다소 모호한 의견을 밝혔다. 인국공 논란에 대해서도 이 의원은 이달 1일에야 한 토론회에 참석해 "인국공 문제가 시급히 환경노동위원회나 국토교통위원회 또는 합동회의를 열어서 문제가 어디에 있는지, 어떤 해법이 있을 수 있는지 살펴보면 좋겠다"고 했고, 윤 의원 논란에 대해서도 지난 5월 18일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짧은 말만 남겼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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