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숙인 이해찬 "통절한 사과…당 진상조사 어려워"
입력: 2020.07.15 11:27 / 수정: 2020.07.15 11:27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고 박원순 시장 성추행 의혹 건에 대해 공개 사과했다. 지난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박원순 서울시장 사망에 애도의 뜻을 표한 뒤 고개를 숙이고 있는 이 대표. /국회=남윤호 기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고 박원순 시장 성추행 의혹 건에 대해 공개 사과했다. 지난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박원순 서울시장 사망에 애도의 뜻을 표한 뒤 고개를 숙이고 있는 이 대표. /국회=남윤호 기자

'피해 호소인' 용어 논란에 당 대변인 "통용되는 것"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사망으로 인한 행정 공백 및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당 대표로서 너무 참담하고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과했다. 민주당은 당헌·당규에 성인지 교육 강화 규정 추가와 소속 선출직 공직자들 비위 점검 추진을 대책으로 내놓았다. 서울시·부산시 재보궐 선거 공천 여부에 대해선 판단을 유보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 당의 광역단체장 두 분이 중도에 사임했다. 너무 참담하고 국민께 뭐라 드릴 말씀이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국민들께 큰 실망을 드리고 행정공백이 발생한 것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며 "이런 상황에 대해 민주당 대표로서 다시 한 번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어 "피해 호소인이 겪는 고통에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이런 상황에 대해 민주당 대표로서 다시 한번 통절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도 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13일 강훈식 당 수석대변인을 통해 공식 사과의 뜻을 표했지만 '대리 사과'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 대표는 "민주당은 피해자 중심주의를 견고하게 지켜왔다"고 강조하며 "이 사안도 마찬가지로 피해자의 입장에서 진상을 규명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당으로서는 아시다시피 고인의 부재로 인해 현실적으로 진상조사가 어렵다는 점은 이해해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또 "피해 호소인에 대한 근거 없는 비난을 멈추고 당사자의 고통을 정쟁과 여론몰이 수단으로 활용하지 않을 것을 다시 한번 간곡히 부탁한다"고도 말했다.

대표적인 박원순계이자 당 젠더폭력대책특별위원회 TF(태스크포스)위원장을 맡고 있는 남인순 최고위원도 전날 민주당 여성의원 성명서에 이어 거듭 사과했다. 남 의원은 "성비로 인한 차별, 성희롱 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 제정에 앞장서겠다"며 "성차별과 성희롱 금지 규정을 구체화하고 적용 범위를 넓혀서 입법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한편 2차 피해방지 등 성희롱 성차별에 대한 체계적 구제절차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남 의원은 또 "고인과 함께했던 정치인으로서 더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성 평등 사회 실현을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르면 오는 20일 구체적인 재발방지대책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송갑석 대변인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다음 주 월요일 정도에 재발대책을 위한 여러 가지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라면서 "선거 공천자들이 선거 전이든 1년에 한 번씩이든 (성인지 교육 이수 규정을 받도록) 당헌·당규에 넣어 성인지 교육을 강화하는 방안과, 우리 당 선출직 공직자들이 많은데 성 비위 문제 등을 전반적으로 긴급 점검하고 대응할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하지 않겠나 하는 내부 말이 있었다"고 했다.

송 대변인은 또 당내 진상조사TF 설치 등 적극적인 진상규명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선 "하고 싶어도 할 수 있는 일 자체가 별로 없다. 두 당사자간 벌어진 문제인데 한 당사자만 남았다. 할 수 있는 게 전적으로 한 당사자의 의견을 듣는 것인데 진상조사 명목으로 하는 게 적절한 건지도 주저된다"라며 "당내에서 진상을 규명하는 건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했다.

일각에선 민주당이 박 시장을 고발한 전 비서에 대해 '피해 호소인'이라는 용어를 선택한 게 사실상 피해자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송 대변인은 "사람들에 따라 피해자라고 하는 분도 있고 피해 호소인이라고 하는 분도 있다. 특별히 입장이 있어서가 아니다. 두 용어가 통용되는 것 같다"라고 했다가 재차 지적받자 "차이가 있다 없다가 아니라 통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적에 대해) 생각해보겠다"고 했다.

한편 내년 재보궐 선거 후보 공천 여부와 관련해 현실론과 명분론 사이에서 민주당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송 대변인은 "재보궐 선거와 관련해 당이 어떻게 할지 아직 논의된 바 없다. (지금은)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에 모든 논의가 집중돼 있다"며 말을 아꼈다.

이와 관련해 8월 전당대회 차기 당 대표에 출마한 김부겸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언론의 입장 요청에) 고심 끝에, '제가 당 대표가 되면 당헌을 존중하되, 당원들의 뜻을 물어 최종 판단하겠다'라고 답했다. 만약 당원들의 뜻이 공천이라면, 제가 국민에게 깨끗이 엎드려 사과드리고 양해를 구하겠다. 그리고 필요하면 당헌을 개정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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