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이슈] '박원순 조문' 사과 심상정, '민주당 2중대' 자처 비난…당 혼란 가중
입력: 2020.07.15 05:00 / 수정: 2020.07.15 05:00
14일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류호정·장혜영 의원의 조문 불가 방침과 피해자 연대 메시지에 대한 사과 입장을 밝히면서 찬반 논란이 격화되고 있다. 왼쪽부터 심상정 대표, 류호정, 장혜영 의원. /국회=남윤호 기자
14일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류호정·장혜영 의원의 조문 불가 방침과 피해자 연대 메시지에 대한 사과 입장을 밝히면서 찬반 논란이 격화되고 있다. 왼쪽부터 심상정 대표, 류호정, 장혜영 의원. /국회=남윤호 기자

재차 불거진 '선명성' 딜레마…심상정 '갈팡질팡'에 지지자들 설왕설래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정의당이 성추행 의혹 피소 후 세상을 떠난 고 박원순 서울시장 '조문 논란'을 두고 혼란에 빠졌다. 류호정·장혜영 의원의 '조문 거부' 의사 표명 후 당 안팎에서 지지선언과 비판이 이어지자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14일 '공식 사과 입장'을 밝혔지만, 논란은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심 대표는 이날 오전 열린 의원총회에서 "장혜영·류호정 두 의원은 피해 호소인을 향한 2차 가해가 거세지는 것을 우려해서 피해 호소인에 대한 굳건한 연대 의사를 밝히는 쪽에 무게중심을 뒀다"며 "두 의원의 메시지가 유족들과 시민들의 추모 감정에 상처를 줬다면 대표로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그는 "장례기간에 추모의 뜻을 표하는 것과 피해호소인에 대한 연대 의사를 밝히는 일이 서로 대립하지 않는다는 것이 저와 정의당 입장이었다"며 이같이 사과 입장을 밝혔다.

앞서 장혜영·류호정 의원은 박 시장 사망 이후 공개적으로 피해자 연대 입장을 밝히면서 조문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여권 지지자들이 두 의원을 비판하며 탈당하는 등 움직임이 일어났고, 오히려 이 성명을 계기로 정의당에 입당하거나 '정의당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와 대립했다.

정의당이 두 의원의 조문 거부에 사과했다는 보도가 이어지자 정의당 측은 수습에 나섰지만 논란은 가중되는 모양새다. 이날 열린 정의당 의원총회. /남윤호 기자
"정의당이 두 의원의 조문 거부에 사과했다"는 보도가 이어지자 정의당 측은 수습에 나섰지만 논란은 가중되는 모양새다. 이날 열린 정의당 의원총회. /남윤호 기자

이날 심 대표의 사과는 두 의원의 조문 불참 의사 표명 및 피해자 연대를 향한 비판 여론을 의식하는 것처럼 비춰지면서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심 대표가 사과 입장을 밝히자마자 '두 의원의 조문 거부에 대해 사과했다'는 보도가 쏟아졌고, 김종철 정의당 선임대변인은 "조문 거부 자체에 대해 사과한 것이 아니라 피해자에 대한 두 의원의 연대의사 메시지가 유족과 시민들의 추모 감정에 상처를 드렸다면 사과 드린다는 메시지"라며 정정에 나섰다.

정의당 혁신위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 성명을 내놨다. 홍명교 혁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오늘 심상정 의원의 갈팡질팡 메시지로 인해 고소인과 그에 연대하는 시민들께 상처드려 혁신위원으로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적었다.

홍 위원은 "심상정 의원의 오늘 메시지는 당 안팎에 불필요한 혼란을 가중시키고, 의도와 무관하게 류호정·장혜영 두 의원의 권위를 손상시키며, 혁신위원회를 허수아비 취급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꼬집었다.

그는 "오늘 의원총회의 메시지는 새로운 주체들의 입당을 호소하는 것이었어야 한다"며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사람들은 당장의 파도를 두려워해선 안 된다. 죄송스럽게도 정의당이 아직 준비는 덜 됐다"고 했다.

이효성 혁신위원도 "정의당 류호정 의원과 당 혁신위원장이기도 한 장혜영 의원은 고인의 업적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피해자의 편에 우선적으로 서는 선택을 했다. 이 선택은 27년 전 박원순 변호사의 선택과 일치한다"며 "심 대표는 설명자의 역할에 머물면 안 된다. 두 의원의 행보가 응당 정의당이 집중해야 할 길이라고 천명하면서 그들의 행보에 합류하는 행위자로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래통합당에서는 "대체 무엇을 사과한단 말인가. 그리고 누구에게 사과한단 말인가"라며 비판에 나섰다. 황규환 통합당 부대변인은 이날 오후 논평을 통해 "지금 사과해야할 것은 여권에서 가해지고 있는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이고, 지금 사과해야할 대상은 오직 4년의 시간동안 홀로 고통을 겪었을 피해자"라고 꼬집었다.

그는 "그런데 정작 심 대표는 공당의 대표로서, 또 피해자와 같은 여성으로서 사건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진상을 규명하는데 목소리를 높여도 모자랄 판에 '당원들의 탈당'을 핑계로 여당 눈치를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도부 차원의 사과 입장에 당 안팎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당 내부 관계자는 표현의 문제에 아쉬움을 드러내면서도 의도하지 않은 해석이라고 밝혔다. 지난 10일 고 박원순 시장의 빈소를 조문한 정의당 지도부. /배정한 기자
지도부 차원의 사과 입장에 당 안팎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당 내부 관계자는 표현의 문제에 아쉬움을 드러내면서도 "의도하지 않은 해석"이라고 밝혔다. 지난 10일 고 박원순 시장의 빈소를 조문한 정의당 지도부. /배정한 기자

정의당 핵심관계자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정치 메시지라는 게 행간은 다 생략되고 눈에 띄는 표현만 남는다"면서도 "저도 '사과'라는 표현이 적절했는지에 의문은 있다. 유감 정도로 하던가, 아니면 추모 시민들의 마음 헤아림에 부족함이 있었다는 (표현도 있지 않았나)"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사과'라고 하니 조문하지 않은 것에 대한 사과 혹은 피해자 연대에 대한 사과 등 의도하지 않은 해석들이 벌어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정의당은 우선 해당 논란에 대한 이분법적인 해석을 경계했지만, 당 분위기는 냉·온탕을 오갈 것으로 보인다. 조문 논란 이후 당 지도부는 의원실 공식 메시지 송출 전 공개 일정과 내용에 대해 적극적으로 공유해줬으면 좋겠다는 권고를 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 역시 일부 '함구령'으로 읽힐 여지가 있어 크고 작은 잡음은 이어질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박상철 경기대 교수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정의당이 현명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그는 박 시장 의혹의 정치쟁점화를 우려하면서 "빈소에 가느냐 안 가느냐 여부가 무엇이 중요한가. 성 피해 문제에 대해서만 정확히 이야기를 했어야 했다. (심 대표 발언은) 변명하는 식으로 가는 상황"이라며 "정의당의 케파(capacity)가 얕구나, 이념정당으로서 한계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moon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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