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관훈토론회 모두발언에서 "두 가지 지점에서 국민 여러분께 사과할 일이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박근혜 정부 탄생을 도운 일, 문재인 정부 탄생의 길을 열어준 일"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관훈토론회에서 패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중구=이새롬 기자 |
"문재인 정권, 군사 정권보다 오만·부패·위선·무능 심각"
[더팩트ㅣ중구=허주열 기자]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은 날카로웠다. 미래통합당의 현안 대응과 혁신을 위한 구상은 두루뭉술했다. 여야를 오가며 '정치 해결사'로 활동하다, 최근 통합당에 둥지를 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14일 관훈클럽 초청 관훈토론회는 이렇게 요약된다.
지난 2016년 3월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 참석했던 김 위원장은 4년 4개월 만인 이날 오전 10시 통합당 비대위원장으로 간판을 바꿔 같은 자리에 섰다.
김 위원장은 이날 관훈토론회 모두발언에서 "저는 늘 두 가지 지점에서 국민 여러분께 사과할 일이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박근혜 정부 탄생을 도운 일, 문재인 정부 탄생의 길을 열어준 일이다. 이에 대해 제 소박한 회고록을 통해서도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 바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문재인 정부 탄생 도운 것 국민께 사과"
이어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도왔던 이유에 대해 "친인척 관계가 비교적 간단해 측근 가운데 물의를 일으킬 사람이 없을 것이라 보았기 때문"이라며 "경제 세력의 유혹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으리라 보았지만, 그것이 착오였다는 게 곧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민주당 비대위 대표를 맡았던 시절에 대해선 "당시 민주당은 해체 직전 정당이었는데, 대한민국 발전을 위해선 건전한 야당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제가) 노력한 결과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예상을 깨고 제1당이 됐고, 그것이 나중에 대통령을 탄핵하는 정치적 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14일 관훈토론회에서 돌고 돌아 다시 보수정당으로 돌아온 이유에 대해 "더 이상 문재인 정부의 폭정을 지켜볼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이새롬 기자 |
돌고 돌아 다시 보수정당으로 돌아온 이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21대 총선에서 제가 통합당 선거 운동을 도왔던 이유는 문재인 정부의 폭정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었기 때문"이라며 "20대 총선과는 정반대로 민주주의 다른 기둥이 무너질 위기를 보이자 늦게나마 선거 운동을 총괄하겠다고 나섰다"라고 했다.
2010년대 들어 여야를 오가며 선거 승리에 일조했던 김 위원장은 21대 총선에서 통합당의 참패는 막지 못했다. 이에 대해 그는 "코로나19 사태로 안정 심리가 크게 작용했고, 공천 문제, 막말 파동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결국 여당을 심판해야 마땅한 선거에서 야당이 심판받았다"라며 "대통령이 탄핵당했을 때 근본적인 혁신을 했어야 하는데, 구태 정치를 거듭하는 것에 국민이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지난 4년 4번의 전국단위 선거에서 연전연패한 통합당의 소생 방안에 대해 "정당이 부활하는 길은 어쩌면 간단하다. 국민의 요구와 시대의 변화를 읽고, 그보다 한 발자국쯤 앞에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주는 일"이라며 "변화를 추구하는 정당이 아니라 변화를 선도하는 정당이 되어야 한다. 통합당의 혁신 방향도 그것"이라고 원론적인 수준의 해법을 제시했다.
◆두루뭉술한 '김종인표' 통합당 혁신 구상
통합당의 재건을 위해선 뼈를 깎는 혁신을 통한 국민 신뢰 회복을 바탕으로 궁극적으로 2년 뒤 열리는 대선에서 승리해야 한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차기 대선주자에 대한 명확한 언급은 회피했다.
그는 "저에게 '통합당 대통령 후보로 누구를 생각하고 있느냐'고 거듭 묻는데, 대선후보는 국민의 여론이 만드는 것이지 제가 만드는 일이 아니다"라며 "대통령이 되겠다고 용기 있게 나서는 사람이 있고, 다양한 의제를 제시하고, 국민의 마음을 얻고, 다른 후보와 경쟁하는 과정을 거치다 보면 자연히 '저 사람이다' 싶은 인물이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패널이 "속 시원하게 야당 대권후보감으로 누구를 염두에 둔 것인지 말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김 위원장은 "누구를 특정할 수는 없다"며 "앞으로 차기 대통령이 되겠다고 공식 선언하는 사람이 나타날 것이고 그들이 공정한 경쟁을 통해서 (통합당) 후보가 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김 위원장은 고 박원순 서울시장(왼쪽)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성추문 의혹 속 더 이상 직을 수행할 수 없게 되면서 열리게 된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대해 "낙관적 측면이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남용희 기자 |
김 위원장은 오거돈 전 부산시장, 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성추문 의혹 속 더 이상 직을 수행할 수 없게 되면서 열리게 된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보선)에 대해선 "낙관적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다만 김 위원장은 보선 후보군에 대해서도 명확한 답변은 피했다.
그러면서 그는 통합당의 혁신과 관련해 "그간 통합당이 여러 번 당명을 바꾸고 정강정책에 일부 변화를 주기도 했지만, '껍데기만 바꾼다'는 비판이 많았다"며 "이번에는 그러지 않을 것이다. 뼈대까지 바꾸고 새로운 정당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제 마지막 소임이라 생각하고 백년은 이어나갈 수권정당의 초석을 다지는 것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정상적 상황이라면 다음 선거에서 민주당 필패해야"
당내 현안과 향후 계획에 대한 두루뭉술한 발언과 달리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은 거침이 없었다. 김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해선 "역대 이렇게 오만, 부패, 불통, 위선, 무능으로 일관하는 정권을 본 적이 없다"며 "군사 정권도 이렇게 제멋대로는 아니었다. 국민의 삶은 갈수록 피폐해지고, 입에 담기에도 민망한 일들이 집권 세력 내외부에서 자꾸 벌어지고 있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다음 선거에서 여당은 필패해야 마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민주당은 과거부터 한국의 민주화를 위해 노력한 정당이지만, 집권 후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짓을 많이 했다"며 "'사법부와 언론을 장악해야겠다'는 이야기가 (여권에서) 흘러나오고, 21대 총선에서 절대과반 의석을 차지한 후에는 민주주의에 합당하지 않게 국회를 운영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 위원장은 "지난 4년 문재인 정부는 경제정책, 대북관계에서 모두 성공하지 못했다"며 "정상적으로 선거하면 필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새롬 기자 |
이와 함께 김 위원장은 "지난 4년 문재인 정부는 경제정책, 대북관계에서 모두 성공하지 못했다"며 "정상적으로 선거하면 필패할 수밖에 없다. 통합당이 (민주당의) 실패를 받아먹기 위해 뼈를 깎는 변화를 하고 소속 의원들이나 당원 전체가 집권 열망을 갖고 노력하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22번이나 나온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실패한 정책을 반복하면 성공할 수 없다"며 "이제 부동산 시장 자체를 완성된 상품처럼 주택을 다 지어서 판매하는 방법(후분양)으로 돌아가야 한다. 주택업자가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 집을 짓고 마지막에 판매하면 이런 과열된 투기가 없어질 것으로 본다"고 해법을 제시했다.
◆"민주당, '박원순 신성화' 상식에 안 맞아"
최근 발생한 박 서울시장 사망 사건에 대해서도 날선 비판을 가했다. 김 위원장은 "대통령 후보까지 하겠다는 야심을 가졌던 사람이 죽음을 택한 상황은 어떤 상황인지 상상이 된다"며 "소위 성추행 문제가 있었고, 명예 등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죽음을 택하지 않았나. 그것을 '박원순의 공이다'라며 신성화하려는 모습을 초기에 민주당이 보인 건 상식에 맞지 않다"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그는 "피해자를 생각하면 진상규명이 이뤄지는 게 정상이라고 생각한다"라며 "피해자가 경찰에 고소한 사실을 박 시장에게 전달한 부분에 대한 해명도 명확히 이뤄져야 한다. 당 차원에서도 명확히 규명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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