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국가정보원장과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요청안이 국회에 제출된 가운데 통합당의 부의장 선출 거부로 청문회 일정 및 개원 행사에 차질이 생겼다. /남용희·배정한 기자 |
당장 정보위원장 선출부터…의사일정은 '올스탑'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박지원 국가정보원장과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요구서가 국회에 제출됐지만, 야당이 부의장 선출을 거부하면서 청문회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
지난 8일 미래통합당은 의원총회를 열고 부의장 선출 등에 대한 논의에 나섰다. 하지만 통합당 최다선(5선) 의원인 정진석 의원이 "(국회부의장으로) 추천하지 말아달라고 말했고 받아들여졌다"고 밝혔다.
통합당은 법사위원장을 재선출하지 않는 이상 부의장을 맡는 게 의미 없다고 보고 있다. 때문에 당장 야당몫 정보위원장을 선출하고, 청문회 준비에 나서려던 여당의 계획엔 차질이 생겼다.
최근 남북관계가 악화일로를 걷자 정부여당은 박 후보자와 이 후보자를 내세워 분위기 전환에 주력하고 있다. 9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민주당은 해당 상임위에서 인사청문회가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하겠다"며 "남북 관계를 악화시키고 있는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하는 법안도 7월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하겠다. 미래통합당도 남북 협력과 한반도 평화를 실현하기 위한 국회의 역할에 동참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조정식 정책위의장도 "본격적인 남북관계 복원을 위해서는 국회 차원의 법적·제도적 노력은 물론 관련 부처의 인사 공백이 장기화되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라며 "모처럼 찾아온 남북관계 개선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청문회 일정을 최대한 신속히 진행해 줄 것을 야당에 당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특히 외교안보 문제는 초당적 협력이 필요한 만큼 근거 없는 폭로전이나 '아니면 말고'식 정치공세가 아닌 후보자의 정책역량과 비전을 검증하는데 주력하는 성숙한 자세를 촉구한다"고 했다.
지난 8일 국회에 인사청문 요구서가 제출된 만큼 국회는 20일 안에 청문 절차를 완료해야 한다. 국정원을 피감기관으로 하는 정보위원회 구성은 통상 국회의장이 부의장 및 여야 교섭단체 대표와 협의해 결정한다.
국정원을 피감기관으로 하고 있는 정보위원회가 구성이 늦어지면서 청문회 개최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지난달 29일 열린 본회의. /남윤호 기자 |
민주당은 국회 부의장·정보위원장 선출을 위해 통합당과 소통하고 있지만 협상은 진전되지 않고 있다. 김영진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원내대표 회동은 쉽지 않을 것 같다"며 "부의장 자리를 원래 통합당에서 야당 몫 부의장으로 절차를 진행했었는데 또 부결이 됐다. 현재는 답이 없는 상태"라고 답답함을 드러냈다.
김 수석은 "(청문회가 늦어져서) 걱정"이라며 "야당이 의사일정을 계속 연기하고 있어 우려된다"고 토로했다. 그는 "통합당에서 단 한 번도 원내대표 의사가 관철된 적이 없다"며 "(법사위원장 재선출은) 논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결국 부의장 자리를 우선 공석으로 남겨둔 채로 정보위원장 선출이 진행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홍정민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통화에서 "(부의장 선출은) 의장께서 주도해 하는 거라 교섭단체 설득과 합의가 필요하다"며 "정보위원장은 부의장 없이도 교섭단체 대표와 의장 협의로 가능하다. 일단 저희는 정보위원장 선출에 더욱 신경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회부의장·정보위원장 선출이 차질을 빚으면서 국회 개원식도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7월 임시국회 첫 본회의 날짜를 놓고 여야가 이견을 보이는데다, 통합당은 개원식 없이 교섭단체 연설을 비롯한 국회 일정에 바로 돌입하자는 입장이다.
개원식은 국회의장의 개원사, 국회의원 300명의 의원 선서, 대통령 연설 등으로 이뤄져 있다. 이후 교섭단체 대표 연설 등 의사일정이 진행된다. 개원식이 이번 주를 넘길 경우 문재인 대통령의 21대 국회 개원 연설은 1987년 이후 가장 늦은 개원 연설이 된다.
이날 김 수석은 김성원 통합당 원내수석부대표와도 소통했지만 진전사항이 없어 대화는 오래가지 않았다. 김 수석은 "내일도 별다른 일정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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