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주간政談] '박원순 사망' 충격, 시도 때도 없이 울린 취재기자 메신저
입력: 2020.07.11 00:00 / 수정: 2020.07.11 00:00
박원순 서울시장이 10일 비극적 선택으로 숨진 채 발견됐다. 정치권은 충격과 비통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또 고인에 대한 애도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대병원에 마련된 빈소. /임세준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10일 비극적 선택으로 숨진 채 발견됐다. 정치권은 충격과 비통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또 고인에 대한 애도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대병원에 마련된 빈소. /임세준 기자

<더팩트> 정치팀과 사진영상기획부는 여의도 정가, 청와대를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TF주간 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 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파는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다주택자' 모 의원의 억울(?)한 사연…與 당권주자 다른 방식 눈길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한국 정치사에 또 하나의 비극이 일어났습니다. 최근 전직 비서로부터 성추행 혐의로 피소된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9일 오전 시장 공관을 떠난 뒤 10일 0시 1분께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최초의 3선 서울시장이자 잠재적 대권주자로 꼽혔던 고인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정치권은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시장의 장례는 서울특별시장(葬)으로 5일 동안 치러지는 가운데 정치권 안팎에서 애도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거대 여당' 더불어민주당의 당권 경쟁에 불이 붙었습니다.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이자 역대 최장수 총리 기록을 세운 이낙연 의원과 마찬가지로 초대 행정안전부 장관을 맡았던 김부겸 전 의원이 이번 주 나란히 당대표 출마를 선언했습니다. 새 대표를 뽑는 민주당 8·29 전대는 두 사람의 양자대결로 치러질 전망입니다. 먼저 박 시장의 갑작스런 사망 비보와 관련해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박 시장이 숨진 채 발견된 10일 청와대는 극도로 말을 아꼈다. 사진은 2017년 4월 문재인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가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박 시장과 만난 모습. /임영무 기자
박 시장이 숨진 채 발견된 10일 청와대는 극도로 말을 아꼈다. 사진은 2017년 4월 문재인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가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박 시장과 만난 모습. /임영무 기자

◆ "할 말 없다"…靑, 박원순 사망에 '당혹'

-박 시장의 사망 소식 이후 정치권은 물론 청와대도 충격에 휩싸였을 것 같습니다. 청와대 분위기는 어땠나요?

-무거운 분위기가 느껴졌습니다. 박 시장이 숨진 채 발견된 10일 청와대는 극도로 말을 아꼈습니다. 한 관계자는 "드릴 말씀이 하나도 없다"며 언급하길 매우 꺼렸습니다. 당혹스러워하는 모습이 역력해 보였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박 시장의 죽음 자체가 워낙 충격적인 데다 그의 사망과 성추행 사건을 두고 여론이 엇갈리고 있어 침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비통해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박 시장과의 인연이 있죠?

-문 대통령과 박 시장은 '인권 변호사'와 '학생 운동'을 했던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두 사람은 사법연수원 12기 동기입니다. 또, 문 대통령은 경희대 재학 시절 1975년 유신 반대 시위를 주도하다 구속·제적됐고, 박 시장 역시 학생 운동으로 구속돼 서울대에서 제명된 점도 같습니다. 특히 박 시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따라 2017년 민주당 대선 경선 때 문재인 당시 후보를 지지하기도 했습니다.

-하나 덧붙이자면, 문 대통령과 박 시장은 지난달 23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32회 국무회의 및 수도권 방역 대책회의에서 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해 머리를 맞댄 적이 있는데요. 이후 공개 일정에서는 만난 적이 없습니다. 비공식 만남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아마도 당시가 문 대통령과 박 시장의 '마지막 만남'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조화를 보내고 직접 빈소를 찾진 않았지만, 대신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강기정 정무수석이 조문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언제 박 시장의 소식을 알았을까요?

-청와대 측이 확인해주지 않는 이상 알 길은 없습니다. 박 시장의 사망과 관련해 극도로 말을 아끼는 만큼 확인 가능성은 매우 적어 보입니다. 다만 문 대통령도 실종 신고가 접수됐던 9일 참모들로부터 수색 상황 등을 실시간으로 보고 받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추측하건데, 박 시장이 서울 북악산에 있는 숙정문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된 10일 자정이 조금 지난 시점에 소식을 전해 듣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기자들이 상주하는 춘추관 분위기는 좀 어떻나요?

-사망 소식이 알려진 이후에는 평소와 크게 다를 바는 없었습니다. 다만 박 시장의 실종 신고가 접수됐다는 속보가 나온 이후 어수선한 분위기는 감지됐습니다. 경찰이나 시청 측에 확인하는 모습도 보였고요, 관련 정보를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박 시장의 신변과 관련한 '가짜뉴스' '지라시'가 수도 없이 나돌아 취재 기자들이 큰 혼란을 겪었습니다. '서울시 그린벨트 해제 압박으로 장고에 들어갔다' '모 방송사가 미투 폭로 준비 중' '해프닝이다' 성추행 피소 사실 등의 내용이었습니다. 마치 실시간으로 뉴스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기자들의 메신저가 시도 때도 없이 울어댔습니다. 박 시장이 숨진 채 발견됐다는 지라시를 보고 탄성을 내뱉는 이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각기 다른 여러 정보가 공유·전파되면서 혼란을 일으켰고, 나중에는 흘려 넘기게 되더라고요. 급기야 경찰이 '오보'라고 바로잡는 내용도 돌더군요.

-안타까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사람 목숨은 소중한 것 아니겠습니까. 인지상정이죠. 직접 만났던 일부 기자들은 별일이 없었으면 한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박 시장은 끝내 스스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경실련이 다주택을 보유한 것으로 지목한 A 의원은 재혼 때문(?)에 다주택자가 된 사연을 털어놨다. 사진은 8일 국회 앞에서 참여연대가 국회 국토위·기재위 다주택자 1주택 빼고 다 팔아라!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남윤호 기자
경실련이 다주택을 보유한 것으로 지목한 A 의원은 재혼 때문(?)에 다주택자가 된 사연을 털어놨다. 사진은 8일 국회 앞에서 참여연대가 '국회 국토위·기재위 다주택자 1주택 빼고 다 팔아라!'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남윤호 기자

◆ 다주택 靑·與 인사 논란 속 짠내 나는 한 의원 속사정

-문재인 정권의 부동산 정책에 역행하는 청와대 고위인사, 민주당 의원들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던 한 주였습니다. 이 가운데 경실련이 투기지역 등에 주택을 보유한 다주택 민주당 의원 21명의 실명을 공개하면서, 21대 총선 당시에 약속했던 "다주택 처분 서약을 이행하라"고 촉구해 화제가 됐는데요, 억울해하는 의원들도 적지 않았다고요?

-네, 경실련 발표 후 취재진은 명단에 포함된 의원들을 상대로 입장과 주택 처분 계획 등을 직접 물었는데요, 이미 매각을 완료했거나, 매각을 추진 중인 의원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일부 의원은 다주택자이지만 본인과 가족들이 모두 실거주해 투기가 아니라고 항변하기도 했고, 경실련 자료에 오류가 있다고 지적하는 의원도 있었습니다. 의원실 요청으로 관련된 기사에 쓰지는 않았지만, 취재 과정에서 안타까운 사연을 가진 의원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경실련이 다주택을 보유한 것으로 지목한 수도권 지역의 A 의원은 20년 전 이혼하고 혼자 살다가 지난 2018년 인연을 만나 재혼을 했다고 하는데요, 그때까지 무주택자로 어머니의 집에서 거주했다고 합니다. 재혼을 하면서 지역구에 처음으로 집을 장만해 지금까지 그곳에서 살고 있는데요, 문제는 아내가 A 의원을 만나기 전 부동산 몇 채를 보유하고 있어 이번에 다주택자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고 합니다.

-A 의원은 농담조로 의원실 관계자들에게 "17년 만에 온 사랑인데, 이러다 이혼하겠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새롭게 인연을 맺기 전까지 살아온 삶의 궤적이 다르다 보니 아내에게 '부동산을 팔라'는 말을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하는데요, 다행히 아내가 상황을 이해해줘서 A 의원은 실거주하는 집까지 포함해 아내가 보유한 집까지 모두 가격을 낮춰서 부동산에 내놨다고 합니다.

-그럼 노 실장처럼 A 의원도 무주택자가 되는 건가요?

-그건 아닙니다. A 의원 측에선 빨리 다주택을 처분하기 위해 모든 집을 내놨다고 했는데요, 팔리는 순서대로 해서 마지막 한 채만 남기고 정리를 하겠다고 했습니다(웃음). 민주당 지도부는 이번 주에 "2년 내 다주택을 처분하기로 했지만, 부동산 안정화를 위해 솔선수범한다는 취지로 이른 시일 안에 약속을 이행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는데요, 이에 따라 다주택 민주당 의원 대부분이 조만간 1주택자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낙연(왼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일 당대표 선출을 위한 8·29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김부겸 전 의원도 9일 당권 도전을 공식 선언했다. /배정한·이새롬 기자
이낙연(왼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일 당대표 선출을 위한 8·29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김부겸 전 의원도 9일 당권 도전을 공식 선언했다. /배정한·이새롬 기자

◆ '사전준비파' vs '실전파' 이낙연-김부겸의 출마 선언 스타일

-이번 주는 8월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여당 당권 주자들의 출마 선언이 이어졌는데요. 이낙연 의원과 김부겸 전 의원의 기자회견 스타일이 확연히 달랐다고요?

-그렇습니다. 이 의원은 이미 잘 알려진 대로 출마 선언 때도 '꼼꼼함' 그 자체였습니다. 자신을 지지하는 설훈, 최인호, 오영훈 의원과 함께 국회 기자회견장인 '소통관'을 찾았는데요. 오후 2시 회견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 약 3분여간 준비한 원고를 다시 읽는 등 준비된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발표 시간이 되자 캠프 측에서 사전 배포한 '출마 선언 낭독문'을 그대로 읽었습니다. 그가 선언문을 낭독하는 동안 백브리핑을 위해 소통관 바깥에 나와 대기하는 취재진도 많았습니다. 가안을 그대로 읽는 이 의원 스타일을 알기 때문이었습니다. 여기까지 회견은 순조로운 듯했지만 백브리핑은 매끄럽지 못했습니다.

-어떤 이유에서인가요?

-유력한 당권·대권주자인 이 의원을 취재하려는 펜·사진·카메라 기자들이 60여 명은 넘는 듯했는데요. 회견장 바깥은 이들이 모이기엔 너무 비좁았습니다. 많은 취재진이 바닥에 앉는 불편한 자세로 이 의원과 질의·응답했는데요. 이 의원이 조곤조곤하게 말해서 뒷줄에 앉은 취재진은 거의 들리지 않았습니다. 이에 한 기자가 "소리가 잘 안 들리니 크게 말씀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이 의원은 목소리를 조금 크게 했지만, 카메라 셔터 소리 등과 섞여 깔끔하게 들리지 않았습니다.

지난 7일 오는 8월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 선언하는 이낙연 의원. /배정한 기자
지난 7일 오는 8월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 선언하는 이낙연 의원. /배정한 기자

-김 전 의원 기자회견은 어땠나요.

-일단 장소 선정이 좋았습니다. 민주당 중앙당사 2층에서 기자회견을 했는데요. 소통관 바깥보다 배 이상 넓은 장소였고, 기자들도 의자에 앉아 테이블 위에 노트북을 두고 편하게 취재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다만 김 전 의원은 원외 인사이다 보니 동료 의원들 없이 홀로 단상에 올랐는데요. 옆에는 수화 통역사가 함께 있었습니다. 이어 출마 선언 낭독문을 읽어나갔는데요. 김 전 의원 캠프 측에서 사전 배포한 낭독문과 사뭇 달라 현장본을 다시 받아적어야 했습니다. 김 전 의원은 현장에서 낭독하면서 즉석에서 내용을 추가하거나 삭제했는데요. 실전에 강한 그의 스타일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어떤 내용이 배포용과 달랐나요?

-사전 배포용에선 "당 대표가 되면 저는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습니다. 대신 어떤 대선 후보라도 반드시 이기게 하겠다"는 말이 있었는데요. 현장에선 이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를 한 기자가 지적하며 이유를 물었는데요. 김 전 의원은 "분명히 말씀드렸는데 (사전에 나눠준) 프레스 키트에 두 번 나온 걸 한 번밖에 안 읽었다고 지적하는 것 같다"라고 답변하면서도 "정권을 재창출하는 대표가 되겠다"라고는 했지만 "대선에 나가지 않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 밖에 또 달랐던 게 있나요?

-네. 화법도 이 의원은 '강건체', 김 전 의원은 '만연체'였는데요. 예를 들어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 이 의원은 "원칙적으로 동의한다. 국회에서 충분한 논의가 있길 바란다"고 짧지만 굵게 답했지만, 김 전 의원은 1분 넘게 본인이 지난 20대 국회에서 '혐오금지법'을 발의했을 당시 상황 등을 언급하며 결과적으론 "찬반에 대해 답변 드리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를 두고 기자들 사이에선 '언론인 출신인 이 의원이 기사 제목을 잘 뽑게 도와준다'는 평가도 있었습니다.

-반면 '이 의원보다 김 전 의원이 더 인간적으로 느껴진다'는 평도 있었는데요. 실제로 질의응답 과정에서 웃음 포인트가 있었습니다. 김 전 의원은 '당내에서 의원 개인의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는 민감한 질문에 "자제 분위기가 있었던 건 사실"이라면서 "저는 현 대표보다 얼굴이 좀 둥그렇다. 분위기도 풀어질 것이라 생각하면 되겠다"며 유머를 섞여 답한 것인데요. 누가 차기 당대표가 되든 이해찬 대표와의 소통에 목말라 있는 취재진으로선 달라질 브리핑 환경을 한껏 기대하고 있습니다.(웃음)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재우 기자, 박숙현 기자, 문혜현 기자(이상 정치팀), 장우성 정치사회 에디터, 임영무 기자, 배정한 기자, 이새롬 기자, 남윤호 기자, 이선화 기자, 임세준 기자(이상 사진영상기획부)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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