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은 10일 조선중앙통신 담화에서 "조미수뇌회담과 같은 일이 올해에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면서도 "하지만 또 모를 일이기도 하다"고 여운을 남겼다. 사진은 지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김 제1부부장. /사진공동취재단 |
"美 대화 가능성 시사, 아침식사 심심풀이로 그만"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은 10일 "조미수뇌회담과 같은 일이 올해에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김여정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북미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 개인적인 생각을 전제로 이같이 밝히며 "하지만 또 모를 일이기도 하다"며 여운을 남겼다.
그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차 북미정상회담 가능성을 밝힌 데 이어 미국 측의 잇따른 북미정상회담 여부와 관련한 발언들에 대해 "미국 사람들의 심리변화를 TV 보도를 통해 흥미롭게 시청하는 것은 아침 식사 시간의 심심풀이로서는 그저 그만이었다"고 비꼬았다.
김 제1부부장은 북미정상회담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결심에 따라 갑자기 일어날지 누도 모른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조미수뇌회담이 누구의 말대로 꼭 필요하다면 미국 측에나 필요한 것이지 우리에게는 전혀 비실리적이며 무익하다는 사실을 놓고 그러한 사건을 점쳐보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6월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측으로 걸어오는 모습. /뉴시스 |
그가 이처럼 북미정상회담이 무익하다고 한데는 미국을 통해 대북제재 해제 등이 아닌 미국이 시간이 버는 데 그칠 것으로 판단해서다.
김 제1부부장은 "미국은 우리 지도부와의 계속되는 대화만으로도 안도감을 가지게 되고 또다시 수뇌들 사이의 친분관계를 내세워 담보되는 안전한 시간을 벌 수 있겠지만, 우리는 미국과의 협상에서 거두어들일 그 어떤 성과도 없으며 기대조차도 하지 않고 있다"면서 "조미사이의 심격한 대립과 풀지 못할 의견 차이가 존재하는 상태에서 미국의 결정적인 입장변화가 없는 한 올해 중 그리고 나아가 앞으로도 조미수뇌회담이 불필요하며 최소한 우리에게는 무익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올해 중 조미수뇌회담은 그 가능성여부를 떠나 미국이 아무리 원한다고 해도 우리가 받아들여 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이며 세 가지 이유를 들었다.
김 제1부부장은 △첫째, 그것이 필요하다면 미국 측에나 필요했지 우리에게는 무익 △둘째, 새로운 도전을 해볼 용기도 없는 미국 사람들과 마주 앉아야 또다시 우리의 시간이 나 때우 게 될 뿐이고 그나마 유지된 수뇌들 사이의 특별한 관계까지 훼손될 수 있는 위험 △셋째, 쓰레기 같은 볼턴이 예언한 것이기 때문 등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김 제1부부장은 현시점에서 북미정상회담은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을 위한 것에 지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누구의 지루한 자랑거리로만 이용될 것이 뻔하다"고 했다.
지난 2019년 2월 27일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친교 만찬에 참석해 대화를 하며 웃는 모습. /하노이(베트남)=AP/뉴시스 |
김 제1부부장은 "미국은 대선 전야에 아직 받지 못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게 될까 봐 걱정하고 있을 것"이라며 "나는 미국이 그런 골치 아픈 일에 맞다들려 곤혹을 치르게 되겠는가 아니겠는가 하 는것은 전적으로 자기들이 처신하기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때 없이 심심하면 여기저기서 심보 고약한 소리들을 내뱉고 우리에 대한 경제적 압박이나 군사적 위협 같은 쓸데없는 일에만 집념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두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북한이 비핵화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확인했다.
김 제1부부장은 "우리는 결코 비핵화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 하지 못한다는 것"이라며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자면 우리의 행동과 병행해 타방의 많은 변화 즉, 불가역적인 중대조치들이 동시에 취해져야만 가능하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타방의 많은 변화라고 할 때 제재해제를 염두한 것이 아님은 분명히 찍고 넘어가자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나는 원래 남조선을 향해서라면 몰라도 미국 사람들을 향해서는 이런 글을 쓰기를 원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김 제1부부장은 "며칠 전 TV 보도를 통해 본 미국 독립절기념행사에 대한 소감을 전하려고 한다"며 "가능하다면 앞으로 독립절기념행사를 수록한 DVD를 개인적으로 꼭 얻으려 한다는 데 대해 위원장 동지로부터 허락을 받았다"했다.
그러면서 "위원장 동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업에서 반드시 좋은 성과가 있기를 기원한다는 자신의 인사를 전하라고 하시었다"고 말했다.
cuba20@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