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당 대표 출마 선언에서 최근 이슈가 된 '차별금지법'에 대해 "원칙적으로 동의한다"고 답해 주목된다. 하지만 여당 정책위 차원에선 "당론은 정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라 21대 국회에서도 통과가 불투명해 보인다. 지난 7일 출마 선언 당시 이 의원. /배정한 기자 |
21대서도 안갯속…차후 대선 국면서도 진통 예상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유력한 차기 당권·대권 주자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차별금지법에 '원칙적 동의' 입장을 밝혔지만, 정작 당은 "당론은 없다"며 선을 그었다. 21대 국회에서도 정의당 주도의 차별금지법 통과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전처럼 차후 대선 국면에서 진통도 예상된다.
이 의원은 지난 7일 8월 전당대회 당 대표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한 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가 권고한 차별금지법에 대해 "원칙적으로 동의한다"면서 "국회에서 충분한 논의가 신속히 이뤄지길 바란다"고 했다. 인권위가 의결한 차별금지법은 '성적 지향'과 '국적' 등에 따른 국가의 차별 시정 의무, 차별 구제 등을 담았다.
민주당은 차별금지법 중 '성적 지향' 항목을 놓고 보수 진영의 반발을 고려해 지금까지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유력한 차기 당권 주자가 차별금지법에 대해 찬성 취지의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 의원 발언 이후 정의당은 "이 의원이 차기 당 대표가 될 경우 적극적인 당내 논의를 통해 정의당이 제안하는 취지가 그대로 반영된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협력하기를 기대한다"며 환영했다.
하지만 이 의원 발언에도 여당은 기존 입장에 변함없는 분위기다. 민주당 정책위 핵심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당에선 이에 대해 입장이 없다. 당 차원에선 특별히 대응하거나 언급하지 않고 당론으로도 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의원 개개인이 소신대로 하는 게 맞지 이를 당론으로 내는 순간 (보수 진영 반발이 심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 의원 본인도 지난 2017년 9월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동성애 허용 문제에 대해 "동성혼 합법화는 시기상조이며 현 시기에서 반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최근 '차별금지법'을 발의하기 위해 공동 발의를 요청했을 때도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차별금지법을 '인권 강화' 차원에서 지지하면서도, 민감한 동성애 단일 이슈에 대해선 신중히 고민 중인 것으로 보인다.
차별금지법 제정 등 동성애 이슈는 차후 대선 국면에서 또 다시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2017년 4월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민주당 문재인 대선 후보의 기자회견에서 성소수자 관련 단체 회원들이 기습시위를 하는 모습. /더팩트 DB |
차별금지법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지난 2007년 정부 입법으로 발의된 법안이다. 하지만 보수 기독교계의 거센 반발로 13년 동안 6번 발의됐다가 폐기됐다. 민주당은 2012년 대선 당시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공약으로 내세웠으나 2017년에는 공약으로 담지 않았다. 민주당의 이런 미온적 태도는 지역구 의원들이 기독교 세력들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차별금지법'을 당론이 아닌 개별 의원의 소신에만 맡길 경우 21대 국회에서 차별금지법 통과는 불투명해 보인다.
반면 정의당은 20대 국회 때와 달리 21대에서 '차별금지법'을 꼭 제정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인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이날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정의당-종교계 간담회에서 "지난 6월에 4대 종단의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예수님과 부처님 또한 이주민이었다'라고 말씀해 주셨던 게 무척 인상적이었다. 그 말씀은 우리 모두가 누구나 차별의 당사자일 수 있고 그래서 모두를 위한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말씀이었다"면서 "이렇게 인권을 위한 기본법임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에서 아직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지 않았다.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제정될 수 있도록 저희가 모든 당력을 집중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당에서 차별금지법제정추진운동본부 상임본부장을 맡은 김종민 부대표도 "정의당은 차별금지법을 반드시 제정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필요하다면 정의당의 모든 것을 버려서라도 반드시 제정해낼 것"이라고 했다.
시민단체에선 차별금지법 제정이 계속 미뤄진 이유가 종교계와의 갈등보다도 정치권의 외면이 핵심이라고 보고 있다.
'다양성을 향한 지속가능한 움직임' 운영위원인 성 소수자 활동가 '창구'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이때까지 정치권은 사회적 합의를 이뤄야만 논의할 수 있다고 얘기하는데 인권위 여론조사 등을 보면 차별금지법 제정을 원하는 국민 비율이 80% 이상이기에 사회적 합의는 충분히 이뤄졌다고 생각하고, 국회가 이 같은 국민들의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 더 이상 논의를 미루지 말아야 한다"라고 요청했다. 이어 "정치인들은 보수 기독교 세력이 집단으로 반대하니 지레 겁먹는 것 같다. 하지만 그들 외에 다른 유권자들의 요구에도 반응해주길 바란다"라고 했다.
향후 대선정국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이 동성애 이슈와 함께 다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대 대선 때인 2017년 4월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문재인 당시 후보는 '동성애'에 대해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고, 성소수자 인권단체로부터 기습을 받는 등 홍역을 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