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 초점] '이낙연 호남 대망론'vs'김부겸 정권 재창출론'...갈등하는 호남
입력: 2020.07.08 16:18 / 수정: 2020.07.08 20:34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8월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있다. /배정한 기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8월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있다. /배정한 기자

李 측 "DJ 이후 유력 대권 주자", 金 측 "PK·TK 표 누가 가져올 수 있나"

[더팩트ㅣ광주=박호재 기자] 더불어민주당 당권 래이스가 본격화됐다. 이낙연 의원이 7일 당대표 출마를 선언했고, 김부겸 전 의원도 9일 출마를 선언한다. 이들 두 후보들은 8·29 전당대회까지 남은 50여일 동안 치열한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홍영표·우원식 두 의원의 출마 포기로 1:1 경쟁구도가 형성돼 전선이 단순화되며 승패를 가늠할 관전의 타깃도 명확해졌다. 이낙연의 '대세론'을 김부겸의 '책임대표론'이 얼마나 거세게 공략할수 있을것인지 여부가 승패를 결정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7일 출마 선언에서 이 의원은 '국난극복'을 당대표 출마 명분으로 내세웠다. 코로나 위기, 경제침체, 청년문제, 저출산 고령화 등 우리 사회의 난제들을 정부와 협력하고 야당과의 대화를 통해 극복해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당 대표 선거에 나섰지만 국무총리 재임 시절의 일관된 언급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실사구시의 리더십을 펼치겠다는 주장이다.

이 의원의 오후 3시 출마 선언이 예정된 7일 오전, 김부겸 전 의원은 광주를 찾았다. 이 의원과는 상반되게 김 전 의원의 광주 메시지는 매우 정치적이었다.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든 기병지가 된 2002년 광주 경선 기억을 불러일으키며, 대구에서 여러 차례 낙선의 시련 속에서도 지역구도를 깨트리기 위해 고군분투한 '노무현의 길'을 걷고 있는 자신을 지지해달라는 호소였다. 이 호소 속에 이 의원의 출마 선언일에 굳이 광주를 찾은 김 전 의원의 속내가 담겨있다고 볼 수 있다.

이낙연 전 의원의 대세론을 '호남 버전'으로 바꾸면 '호남 대망론'이 된다. DJ 이후 유력 대권 주자를 갖지 못한 호남이 대세론으로 부상한 이낙연을 그냥 지나쳐 보낼 수는 없다는 얘기다.

광주 민주화운동 세대의 원로인 A씨는 "노무현, 문재인 정권을 세웠으면서도 호남차별이라는 잠재된 의식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광주 5·18에 대한 폄훼와 왜곡이 계속되고 있는 게 전형적인 사례다"고 지적하며 "이런 측면에서 호남 대망론은 여전히 유효하고, 그 연장선 상에서 호남은 이 후보지지 쪽으로 쏠림 현상이 생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호남 대망론은 당 대표 선거 과정에서 자칫 지역분열로 갈 수 있다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 영·호남 대결 구도로 선거전이 치열해지면 대세론을 업고 있는 이낙연 의원에게는 치명적이다. 이 의원이 출마 선언문 속에 정권창출이라는 언급이 전혀 없는 점도 이런 우려 때문일 것이다. 당 대표 선거와 대권을 연결시켰을 때 지역선거 구도가 재현될 여지가 많고 자신의 정치 텃밭인 호남의 지지가 고립될 위험성도 짙다.

7일 광주를 찾은 김부겸 전 의원이 광주시 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노무현의 길을 걸어온 자신을 지지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박호재 기자
7일 광주를 찾은 김부겸 전 의원이 광주시 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노무현의 길을 걸어온 자신을 지지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박호재 기자

당 대표 선거와 대권 구도의 연결 끈을 차단하려는 이 의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김부겸 전 의원은 당 대표 임기를 채우는 책임대표론을 앞세워 이 의원을 압박할 공산이 크다. 김 전 의원의 책임대표론은 대선 불출마 카드라는 배수진을 치고 있기에 힘이 실려있기도 하다.

이러한 공방이 예견되면서 이 의원 지지그룹 일부에서는 7개월 당 대표가 대권으로 나아가는데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지 회의적이라는 의견도 도출되고 있다. 여야 관계, 남북문제, 개혁입법 관철 등 결코 순탄치 않은 문제들에 얽혀 정국이 더 꼬이면서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는 우려이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의 최 측근인 남평오(전 국무총리 비서실 민정실장)씨는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는 위치에서 정치적으로 상처를 입을 경우 수가 많다고 해서 국정 책임을 회피해갈 수는 없다"고 전제하며 "만일 당 대표 선거에 나서지 않았다면 거꾸로 대권 주자로서 자신의 이미지 관리만을 위해 마른자리만 찾아다닌다는 비난을 면치못했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호남 대망론을 배경으로 얼마나 많은 지지세를 확보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이 의원 측과는 달리 김 전 의원의 호남 지지기반은 현재로선 친노·친문 그룹으로 한정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들 중 친문 그룹의 경우 이낙연 의원 지지세력이 혼존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소수세력임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이들 소수세력 간의 네트워크는 끈끈하고 열성적이다. 인화성이 있는 정치의제나 이슈가 등장하면 폭발성을 지니는 잠재력을 품고 있다.

민주당 광주 광역시당 관계자 B씨는 "민주당이 정권을 재창출하려면 당의 외연 확장이 필수적이다. 호남 대망론만으로 정권을 창출할 수는 없다. PK나 TK의 지지를 끌어와야 하는데 현재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김부겸 전 의원밖에 없지 않는가" 라고 되물으며 "김 전 의원한테 당권도 주지 않고 지지를 해달라고 손 내밀 수는 없다는 게 당 내 김 전 의원 지지그룹의 생각인 것 같다"고 말했다.

정치는 정치 환경이라는 대기를 호흡하고 살아가는 유기체다.

문제는 두 후보가 지닌 경쟁력, 자질의 문제이기 보다는 집권여당을 둘러싼 정국 추이가 여전히 실사구시의 리더십을 요구하는 상황으로 전개될 것인지, 아니면 대내·외적인 난제들에 휩쓸려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이 빠지면서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 지지자들의 정권 재창출론이 얼마나 절박한 과제로 등장할 것인지 여부가 결국은 8·29 대전의 승패를 가름할 것이라는 게 지역정가의 대체적인 관전평이다.

forthetru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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