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왼쪽)가 8일 오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회담을 마치고 나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도훈 본부장 "대화 물꼬 방도 심도 있게 협의"

[더팩트ㅣ이철영 기자·외교부=박재우 기자]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는 8일 "남북 협력을 강력히 지지한다. 한반도에 평화로운 결과를 위한 우리의 노력이 계속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비건 부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도렴동 외교청사에서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북핵 수석대표 협의를 진행한 후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남북 협력에서 북한과의 목표를 진전시켜나가는 한국 정부를 전적으로 지지한다"며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 한반도 비핵화, 한국 사람들의 밝은 미래를 만드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협상할 준비가 되어 있고 나를 카운터파트로 임명하면 바로 그 순간에 우리가 준비돼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북한이 미국과 마주 앉을 일이 없다는 점을 재차 강조한 발언에 대한 답으로 해석될 수 있다.

비건 부장관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한국과 미국의 노력이 계속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물론, 가능하다고 보았다. 이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노력을 계속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왔다"고 말했다.

지난달 17일 미국을 방문해 비건 부장관과 미팅 후 다시 한번 만난 이도훈 본부장은 "미국에서의 협의에 이어 지금도 좋은 협의를 가졌다"고 밝혔다.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왼쪽)가 8일 오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회동에 앞서 비접촉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 본부장은 "우리는 현 상황에 비춰서 조속한 시일 내에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는 그런 방도에 대해 심도 있게 협의했다"면서 "저는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대화와 협상만이 유일한 방법이고 이를 위해 한미는 조속한 재개를 위해 전력을 다해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특히 이 본부장은 비건 대표가 북한과 대화 재개 시 균형 잡힌 합의를 위한 유연한 입장이라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했다. 그는 "비건 대표와 나는 이러한 입장 하에 앞으로 한미 간 빈틈없는 공조 체제를 유지하고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국가 국제사회와 긴밀하게 소통해 나가기로 했다"고 했다.

다만 비건 부장관은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 등에 대한 입장과 함께 이번 방한이 대북 접촉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비건 부장관은 "최근 언론에서 북한이 나와 만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몇 가지 언급을 봤다"며 "우리는 북한에 방문을 요청하지 않았다. 이번 방문은 우리의 가까운 친구들과 동맹국을 만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지난 6일 미 국무부가 비건 부장관의 방한 목적으로 밝힌 내용과 일맥상통한다.

그는 "나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지시를 받지 않으며,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의 지시도 받지 않는다"며 "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년 동안 가졌던 여러 회의의 결론을 토대로 움직인다"고 강조했다.

한편 앞선 지난 4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담화를 통해 "북미대화를 정치적 위기 해결 도구로만 여기는 미국과는 마주 앉을 필요가 없다"면서 "그 무슨 '10월의 뜻밖의 선물'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을 표명하면서 우리의 비핵화 조치를 조건부적인 제재 완화와 바꿔먹을 수 있다고 보는 공상가들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cuba20@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