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이 다음 주 국회 복귀를 예고했지만, 여야 정쟁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공수처 준비단장 위촉식 후 (왼쪽부터) 김조원 청와대 민정수석, 남기명 공수처 설립 준비단장, 추미애 법무부 장관. /남용희 기자 |
공수처, 부동산, 추미애, 이상직 등 여야 충돌 지점 수두룩
[더팩트ㅣ국회=허주열 기자] 미래통합당이 원 구성 협상 과정에서 원했던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얻지 못하면서 시작한 국회 보이콧을 끝내고 다음 주 국회로 복귀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그간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반쪽으로 운영되던 국회는 조만간 정상화될 전망이다. 하지만 거센 정쟁이 예고된 화약고가 많아 통합당의 복귀 이후에도 국회가 정상적으로 운영될지는 미지수다.
원 구성 협상, 3차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손을 놓고 원내 외곽에서 정부·여당 비판에 열을 올렸던 통합당은 국회로 복귀한 이후 강력한 원내 투쟁에 나설 방침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 부동산 이슈, 250억 원대 체불임금 논란에 휩싸인 이상직 민주당 의원 의혹 진상규명 등을 중심으로 여야의 극한 대립이 예상된다.
먼저 공수처와 관련해선 민주당은 오는 15일 출범을 위해 통합당이 가진 공수처장 후보자 지명 거부권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법안 개정까지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통합당은 공수처 자체가 위헌이고, 윤석열 검찰총장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앞서 지난 5월 11일 유상범 통합당 의원은 '공수처 설치법에 관한 법률 위헌 확인' 헌법소원 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했다. 통합당은 공수처 출범 절차를 밟기 전에 공수처법에 대헌 헌법소원 결과를 확인하는 게 먼저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헌재는 그간 정치적 사안에 대해서 "정치권이 결정할 사안"이라는 식의 소극적 결단을 내려왔기 때문에 위헌 결정이 나오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또 민주당의 조속한 결정 압박으로 15일 이전에 이러한 헌재 판결이 나올 수도 있다.
이에 따라 통합당 일각에선 실리를 위해 민주당과 공수처장 후보 추천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 통합당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민주당이 숫자의 힘으로 밀어붙이면 거부권도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며 "공수처 출범 협상에 참여해 민주당의 독주를 견제하면서 독소조항을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 발동에 대해 "깡패 같은 짓"이라고 맹비난했다. 지난 3일 '젠더 폭력 살인 근절법'마련을 위한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축사하는 주 원내대표. /배정한 기자 |
연장선에서 통합당은 윤 총장을 몰아내기 위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도를 넘은 언행도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방침이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추 장관의 검·언 유착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 발동에 대해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수용하라, 검찰총장직을 내려놓으라 할 권한이 있냐"라며 "좀 심판 표현이지만 깡패 같은 짓"이라고 맹비난했다.
또한 그는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윤 총장을) 해임하면 되는데, 절차를 밟지 않고 모욕과 수모를 가해서 쫓아내려고 하는 것을 보고 있지 않냐"라며 "백주대낮에 법치주의 한국에서 이런 일이 거리낌 없이 일어나는 것 자체가 아연실색할 일"이라고 질타했다.
통합당은 국민의당과 함께 이날 오후 국회 의안과에 '윤석열 검찰총장 탄압금지 및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공정한 직무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공동 제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이 결단을 내리기 전까지 통합당은 추 장관에 대한 강도 높은 공세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통합당은 문재인 정부 비리와 실정도 정조준하고 있다. 금융·부동산 분야 특위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로 했고, 금융비리특위원장은 3선의 유의동 의원이 내정됐다.
금융비리특위는 1조6000억 원 펀드 환매 중단 사건인 라임자산운용 사태, 5000억 원대 펀드 사기 옵티머스자산운용 사건 등 정관계 로비 의혹을 규명하고 피해자를 위한 대책도 다룰 예정이다.
정부의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한 잇단 정책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집값 폭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이 문제를 다룰 부동산 사태 TF는 국토해양부 국토정보정책관 출신으로 당내 '건설통'으로 꼽히는 송석준 재선 의원이 맡는다.
지난 3일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생각에 잠긴 김태년 원내대표. /배정한 기자 |
또한 민주당이 7월 내 처리를 예고한 대북전단살포금지법과 종전선언 촉구 결의안을 놓고도 통합당과 거센 충돌이 예상된다. 통합당은 개성공단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으로 기존 대북 정책을 버리고 새로운 정책으로 북한과의 관계 재설정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외에 1600명 직원의 임금 250억 원가량을 체불했다는 논란 등에 휩싸인 이상직 민주당 의원에 대해서도 통합당은 대대적 공세를 펼칠 전망이다. 통합당 관계자는 "횡령, 비리, 탈세 등 드러난 의혹만 해도 수두룩한데 민주당에서 유야무야, 은근슬쩍 넘어가려 한다면 국민을 우습게 보는 것"이라며 "이스타항공과 이 의원을 둘러싼 모든 비리 의혹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요 현안과 의혹에 대한 시각차가 극명해 국회는 정상화된 이후에도 여야 대립으로 운영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해 보인다.
sense83@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