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이슈] 반포 아파트 놔둔 노영민, '강남 불패' 증명?
입력: 2020.07.03 00:00 / 수정: 2020.07.03 00:00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2일 다주택을 보유한 참모에게 집 한 채를 빼고 나머지를 처분할 것을 재권고했다. 노 실장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파트를 놔두고 충북 청주시 소재 아파트를 급매물로 내놨다. /남윤호 기자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2일 다주택을 보유한 참모에게 집 한 채를 빼고 나머지를 처분할 것을 재권고했다. 노 실장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파트를 놔두고 충북 청주시 소재 아파트를 급매물로 내놨다. /남윤호 기자

청주아파트는 급매…"강남집 보유 불로소득 재확인"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2일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참모 중 다주택자들에게 1주택을 제외한 나머지를 처분하라고 강력히 권고했다. 본인 역시 소유한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파트 대신 충북 청주시 소재 아파트를 급매물로 내놓았다. 하지만 수억 원의 고가 아파트를 남기면서 '강남 불패'를 몸소 증명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노 실장은 이날 청와대 다주택자 참모는 이달 안으로 집 한 채를 빼고 모두 처분하라고 재권고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노 실장은 청와대 다주택 보유자들 대부분 불가피한 사유가 있지만 국민 눈높이 맞아야하고 이제는 우리가 솔선수범해야한다며 재권고를 했다"고 전했다. 노 실장은 지난해 12월 16일 "불가피한 사유가 없다면 6개월 안에 처분할 것"을 권고했지만, 이행률이 저조하자 거듭 강하게 압박을 가한 것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에서 다주택 보유자는 12명"이라며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을 모두 포함한 숫자"라고 밝혔다. 다주택 보유자는 이호승 경제수석, 김조원 민정수석, 황덕순 일자리수석 등이며 여기에 노 실장도 포함하는 것으로 보인다.

권고 당사자인 노 실장은 청주 아파트를 매물로 내놓았다. 지난해와 달리 노 실장은 다주택자에 해당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는 '수도권 규제지역'에 두 채 이상 집이 있는 참모들만 대상자였다. 이 기준에 따라 노 실장은 매각 대상자에 해당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6·17 부동산 대책서 청주 일대는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됐다.

지난 3월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관보에서 공개한 '2020년 정기재산공개 목록'을 보면 노 실장은 서울 반포동 한신서래마을 아파트(45.72㎡)를 5억9000만 원으로 신고했다. 청주 흥덕구 가경동에 진로아파트(134.88㎡)를 1억5600만 원으로 신고했다. 서울 반포의 아파트의 실거래가는 10~11억 원 선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진로아파트는 약 3억 원에 매매됐다.

정부의 6·17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 등 수도권의 집값이 오르고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이 어렵게 되면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다. 최근 청와대 참모의 다주택 보유에 대한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이새롬 기자
정부의 6·17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 등 수도권의 집값이 오르고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이 어렵게 되면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다. 최근 청와대 참모의 다주택 보유에 대한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이새롬 기자

노 실장이 반포 아파트를 놔두면서 일각에선 '강남 불패'를 재확인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성달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국장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강남에 집을 갖고 있으면 막대한 불로소득을 얻는다는 것이 다시 확인된 것"이라며 "(노 실장이) 현실적인 고민을 한 것 같다. 그 자리(비서실장)는 국민의 주거 불안을 낮출 방안을 고민하는 자리"라고 지적했다.

김 국장은 정부 내 다주택 고위 공직자도 겨냥했다. "(경실련은) 2018년 정부의 9·13 대책 발표 이후 3년간 사람(부동산 정책 관련 공직자)을 바꾸지 않으면 정책은 바뀌지 않는다고 계속 주장해왔다"라며 "지금까지 (고위 공직자의 다주택 처분이) 이행되지 않는 상황에서 또다시 이들과 새로운 정책을 마련하겠다는 것은 국민이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청와대의 '오락가락' 브리핑도 논란을 키웠다. 청와대 관계자는 같은 날 오후 브리핑에서 "노 실장 스스로 반포의 13.8평 아파트를 처분하기로 했다"며 "그간 주택을 팔려고 노력했으나 쉽게 팔리지 않았고, 이번에 급매물로 내놨다"고 밝혔다. 그러나 청와대는 40여분 뒤 출입기자단에 문자메시지를 통해 "착오가 있었다"면서 "청주 아파트를 처분하기로 했다"고 정정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주거 안정과 집값 상승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 "다주택자 등 투기성 주택 보유자의 부담을 강화하라"고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지시했다. 6·17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 등 수도권의 집값이 오르고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이 어렵게 되면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정부에 강도 높은 처방을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김 장관에게 "반드시 집값을 잡겠다는 의지가 중요하다"면서 "보완책이 필요하면 주저하지 말고 언제든지 추가 대책을 만들라"고 당부했다. 또 "실수요자, 생애최초 구입자, 전·월세에 거주하는 서민들의 부담을 확실히 줄여야 한다"며 "서민들은 두텁게 보호돼야 하고, 그에 대한 믿음을 정부가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효주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간사는 "정부는 핀셋 정책이 더 이상 집값 안정에 유효하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지도 않고, 정책 방향을 전환하거나 개선하려는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임대사업자 특혜를 폐지하고, 임대사업자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 폐지는 소급하여 적용하며,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해 모든 세입자들의 주거안정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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