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시작부터 보이콧을 이어가고 있는 미래통합당이 국회 복귀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 복귀 명분을 위한 카드들이 막힌 가운데 공수처 출범 논의를 고리로 다음 주 내에 복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오른쪽)가 1일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와 면담을 진행하고 있다. /국회=남윤호 기자 |
민주당에 번번이 막힌 복귀 명분…'빈손' 국회 복귀 시점 저울질
[더팩트ㅣ국회=허주열 기자] 21대 국회 시작부터 보이콧을 이어가고 있는 미래통합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심사·처리, 코로나19 대응,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등 시급한 현안이 쌓여 있는 상황에서 원내 외곽 투쟁이 한계에 달했기 때문이다. 외곽에서 울리는 정부·여당 비판 목소리는 당사자에게도, 국민에게도 닿지 않고 있다.
통합당은 지난달 30일 의원총회에서 3차 추경안 처리를 일주일가량 연기하면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에 참여하기로 입장을 정했다. 35조3000억 원(정부안 기준)에 이르는 막대한 국민 혈세가 투입되는 추경 심사를 명분으로 내세워 국회에 복귀하려고 한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하고 통합당의 '조건 없는 국회 복귀'를 압박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통합당이 국민을 위해 일할 생각 있다면 오늘이라도 즉시 국회에 들어와서 예결위 심사에 참석해야 한다"며 "통합당의 사정을 하소연하기 전에 국민의 어려운 형편을 먼저 헤아려야 한다. 통합당에 필요한 건 시간이 아니라 과거 관행과 단절하려는 성찰과 변화, 조건 없는 국회 복귀"라고 강조했다.
◆3차 추경 심사 연장 명분 복귀 무산
통합당은 박병석 국회의장의 소속 의원 상임위 강제배정과 민주당의 법제사법위원장 단독 임명 강행에 반발해 국회 의사일정에 전면 불참하고 있다. 하지만 여론은 싸늘하다. 미디어오늘과 리서치뷰가 지난달 27~30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정당지지도는 민주당 42%, 통합당 24%를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관의 21대 총선 전 조사(4월 8일, 민주당 44%, 통합당 31%) 때보다 통합당 지지율이 더 낮아진 것이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21대 국회가 임기를 시작한지 한 달이 지난 가운데 민주당은 제1야당 불참 속 반쪽으로라도 국회를 운영하면서 추경 심사 등 국회 내에서 일을 하고 있고, 통합당은 일을 하지 않는다는 비판 여론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1일 오후 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 회의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불참한 모습. /남윤호 기자 |
이를 의식한 듯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1일 'JTBC 아침&'과의 인터뷰에서 "뺨을 두들겨 맞고 바로 돌아서서 웃을 수는 없지만, 우리가 국회는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투쟁하겠다고 말씀드렸기 때문에 보이콧이 길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의원들의 능력, 전문성을 살리기 위한 상임위 조정을 다시 하는 과정이고, 이것이 끝나면 국회 복귀가 언제 되든 간에 의원들은 각자 배정된 상임위 활동을 열심히 할 것으로 독려하고 있다"고 복귀 시점에 대해 명확히 언급하지 않았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박 의장이 상임위 배정안을 내지 않으면 9월 정기국회 때까지 사임을 허락하지 않겠다고 협박하다가, 이제는 사임을 수리하지 않고 새로 보임명단을 내면 (사보임을) 해주겠다고 말을 바꿨다"며 "최적의 상임위원 배정이 끝난 뒤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보임계를 낼 것이지만, (박 의장) 강압적으로 상임위를 배정한 것은 취소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공세를 이어갔다.
또한 통합당은 이날 헌법재판소에 "박 의장의 상임위 강제배정이 국회법 제48조 1항에 위반되고, 헌법상 국회의원 개개인에게 보장된 국민대표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소속 의원 103명 전원 명의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기도 했다. 박 의장을 압박해 국회 복귀 명분을 찾으려는 모양새다. 하지만 박 의장은 통합당에 상임위원 명단 제출을 위한 시간을 충분히 줬는데도 통합당이 거부해 어쩔 수 없이 결단을 내렸다는 입장이다. 통합당이 꺼낸 카드가 번번이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통합당은 이번 주까지는 상임위원 배정을 준비하면서 다른 명분을 앞세운 국회 복귀를 타진할 것으로 보인다. 주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폭거를 자행했어도 충분히 (추경안을) 심의할 용의가 있으면 예결위에 들어가겠다고 했는데도 (민주당이) 거부했다"며 "'3일까지 추경안 처리를 하려면 들어와라'라고 민주당이 하고 있는데 그렇게 하지는 못하겠다"고 이번 주 내 국회 복귀는 없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공수처 출범 논의 고리로 국회 복귀?
통합당의 국회 복귀는 상임위원 사보임계 제출이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안팎에선 그 시기가 이르면 다음 주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민주당은 이번 주 내 추경안 처리가 마무리되면 곧바로 7월 임시국회를 열고 공수처 출범 논의를 이어간다는 방침이고, 추경안 심사·처리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통합당이 공수처 출범 논의에도 빠질 경우 다음 국회 복귀 시점을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통합당 내에서는 더 이상 명분을 찾기보다는 빈손으로라도 국회에 들어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주 원내대표가 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자유북한운동연합 등 대북 전단 관련 단체와 면담에 참석한 모습. /남윤호 기자 |
주 원내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집권 세력이 패스트트랙이라는 불법·탈법으로 만들어낸 공수처법은 구멍이 숭숭 나 있다"며 "공수처장의 인사청문회를 하려면 인사청문회법부터 고쳐야 한다. 또 공수처장 선출에서 비토권을 야당이 갖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공수처법을 당장 고쳐 야당의 비토권을 빼앗겠다'는 게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생각이다. 민주주의를 설 배운 사람들이, 민주화 세력을 자부하는 사람들이, 의회 독재에 빠져들었다"고 공수처 논의에 대한 운을 띄웠다.
통합당 내에서도 더 이상 명분을 찾기보다는 빈손으로라도 국회에 들어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장제원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빈손으로 국회에 들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끝없는 강경론은 막다른 골목을 만난다. 투쟁은 수단일 뿐이다"고 조건 없는 복귀를 주장했다.
최영일 시사평론가(공공소통전략연구소 대표)는 통화에서 "정치 싸움에서 명분과 실리가 중요한데, 민주당이 파죽지세로 밀고 나가는 지금 상황에선 통합당이 대승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민주당에 대한 독재, 독주 비판이 국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선 '의원 총사퇴'를 결의해 배지에 연연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국회에 복귀할) 명분을 찾으려고 하지 말고 하루라도 빨리 국회에 여당 의원보다 임팩트 있는 활동, 발언을 하면서 국민의 지지를 호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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