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이슈] 여당발 '인국공 논란' 심화…청년들 "결과 평등은 안 돼"
입력: 2020.06.30 00:05 / 수정: 2020.06.30 00:05
29일 미래통합당 요즘것들연구소는 최근 논란이 된 인국공 정규직 전환 논란과 관련해 성토대회를 열고 청년들의 목소리를 청취했다. /하태경 의원실 제공
29일 미래통합당 요즘것들연구소는 최근 논란이 된 인국공 정규직 전환 논란과 관련해 성토대회를 열고 청년들의 목소리를 청취했다. /하태경 의원실 제공

통합당 '이때다' 성토대회 개최…"로또취업 방지법 발의 예정"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1900명 가까운 인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인건비 쪼개기에 들어가고, 신규 채용 규모가 축소될 거라고 생각한다. 이는 다른 공기업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번 사건이 공론화되지 않았으면 다른 공기업도 정규직 전환이 이뤄졌을 것 같다. 열심히 노력해서 인국공 정규직에 취업한 사람들과 취준생에게 박탈감을 준다."

'인국공 로또취업 성토대회'에 나선 '부러진펜운동' 기획자는 얼굴을 가린 채 열변을 토했다. 그는 "인국공은 취업준비생들이 가장 가고싶어하는 공기업 중 하나"라며 "시험 난이도도 높고 소위 스카이(sky, 서울대·고려대·연세대의 약자) 학생들도 서류전형에서 탈락하는 곳이다. 수많은 취준생이 입사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29일 오후 미래통합당 <요즘것들연구소>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인국공 논란 관련 토론장을 마련해 청년 문제 청취에 나섰다. 최근 인국공 정규직 전환 논란을 둘러싼 여당발 옹호발언이 다수 나오는 가운데 청년층과 야권에선 연일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요즘것들연구소는 '미래통합당 청년분노해결사'라는 타이틀을 걸고 출범했다. 이날 행사엔 황보승희·허은아·하태경·임이자·이양수·김웅·김병욱 의원과 이준석 전 최고위원, 이성권·박민식 전 의원이 초대연구원으로 참석했다. 이외에도 김정재·유의동·이영·홍석준 의원 등도 자리했다.

하 의원은 앞서 인국공 정규직화를 옹호하는 입장을 낸 김두관 민주당 의원과 SNS상에서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대표 간사를 맡은 하 의원은 "요즘것들연구소 1호 법안을 무엇으로 할까 하다가 인국공 논란이 터져서 '로또취업 방지법'을 발의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있을 수 있다고 본다. 문제는 자리는 전환하되 그 사람까지 자동 전환해선 안 된다. 사람까지 자동 전환하면 100% 특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 의원은 "그래서 이것을 '로또취업'이라고 규정한거고 앞으로 로또취업을 어떻게 방지할 것인가, 공기업을 공무원 뽑을 때처럼 엄격하게 뽑도록 하는 것"이라며 "노조나 임원 등이 추천한 사람들은 취업할 때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두 가지 내용을 담고 있다. 오늘 (연구원들이) 서명 다 해주시면 내일 아침에 발의할 것"이라고 했다.

요즘것들연구소 초대 대표 간사를 맡은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은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온라인 상에서 한차례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남윤호 기자
요즘것들연구소 초대 대표 간사를 맡은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은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온라인 상에서 한차례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남윤호 기자

인국공 정규직 전환 논란은 한 취업 커뮤니티에 '부러진펜운동'이라는 이름으로 올라온 장문의 글을 시작으로 본격 점화됐다. 이날 성토대회엔 해당 운동을 주도한 청년이 익명으로 발언했다.

현장엔 해당 청년을 비롯한 몇몇 청년들이 와 있었다. 그는 단상에 서서 "제가 부러진펜운동을 시작한 이유는 제가 공기업을 준비하고 주변에도 공기업을 준비하는 친구들이 많기 때문"이라며 "먼저 뉴스를 접했을 때 화가 나고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막상 주변에선 '그럴 수도 있다'는 반응이었다. 댓글에서 불만이 드러나는 모습을 보고 공론화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벽에 장문의 글을 썼고 곧 운동이 시작됐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해당 청년은 "부러진펜운동을 진행하면서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도 많았고 정치적 색깔로 보는 분들이 많아 안타까웠다"며 "가장 많이 본 댓글이 '현재 2030세대가 현정부를 많이 지지했고 180석 만들어놓고 이제와서 왜 이러냐'는 거였다. 공약을 이행한 것 뿐인데 뭐가 잘못된 것인가라고 했다. 곰곰이 생각했는데 맞는 말"이라고도 했다.

그는 "그런데 결과의 평등이 아닌 과정의 평등이 이뤄져야 한다"며 "노력하는 사람에게 보상이 주어지는 공정한 사회가 돼야 한다. 이 문장에 대한 반박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한 개인이 노력한 만큼 보상 받고 이에 따른 소득격차를 인정하는 게 건강한 사회의 표본이라고 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실제로) 면접 보는 날 컨디션이 최상일 수 있고 좋지 않을 수도 있다. 다양한 요소가 존재한다"며 "이런 운이 비정규직에겐 엄청난 행운일지 몰라도 다른 사람에겐 불합리하다. 누군가는 청춘을 바쳐 경쟁하는데, 본인 노력이 무의미하다면 당연히 화가 난다. 그 운의 정도가 평등이라는 선을 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청년은 끝으로 "코로나 사태로 많은 일자리가 감소하고 피나는 경쟁을 하고 있다. 싫어도 상황이 여의치 않으니 해야 한다. 정부는 책임지고 적절한 조치를 해야 된다"며 "인국공 내에서도 직원들 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고, 이는 회사 생산력에도 큰 갈등이 될 거다. 이번 일이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 오늘도 땀흘려 일하는 인국공 정규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최대한 합의를 통해 문제를 적절한 방향으로 풀어갔으면 한다"며 말을 마쳤다.

실명을 밝힌 한 대학생은 이번 사태를 두고 "본질은 공정한 정규직화냐 아니냐에 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신을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3학년에 재학중이라고 소개한 박인규 씨는 김두관 의원의 '더 배웠다고 임금 2배 불공정' 발언을 언급하며 "분노해서 나왔다. 그래서 실명으로 고백한다"며 "남의 떡에 헛물 켜고 밥그릇 뺏길까 전전긍긍하는 이기적인 청년으로 보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청와대의 인식도 딱 이 수준이다. 청와대 일자리수석은 정규직 전환이 좋은 일자리 창출이라는 궤변을 더했다. 찬성과 반대의 문제가 아니다. 공정한 정규직화냐 아니냐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박 씨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세우고 이해당사자 타협을 이끌어 가야 한다. 하지만 (정부여당은) 어려운 정공법을 피해간다"며 "정규직 전환을 그렇게 중요시하는데 당장 대통령이 인국공을 방문한 날 전후로 (정규직) 전환방식을 다르게 한다는 게 맞는 건가. 그러니 '로또다', '승은이다'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날 △청년층의 분노와 인국공 문제에 대한 대통령 대국민 담화 △권익위 주관 공공기관 채용비리 실태조사 결과 발표 △채용비리 근절을 위한 법적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민주당 의원들에게 호소드린다. 윤미향·김두관 의원 자녀들은 해외에서 유학하다보니 취업전선에 놓인 청년의 현실을 체감하지 못할 수 있다. 부디 소신있는 목소리를 내주길 호소드린다"고 성토했다.

인국공 논란을 향한 여권의 옹호 발언이 이어지면서 청년들의 비판 여론은 거세지고 있다. 통합당 또한 이날 토론회를 비롯해 연일 비난 발언을 하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하태경 의원실 제공
인국공 논란을 향한 여권의 옹호 발언이 이어지면서 청년들의 비판 여론은 거세지고 있다. 통합당 또한 이날 토론회를 비롯해 연일 비난 발언을 하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하태경 의원실 제공

이외에도 이번 논란을 두고 '차별과 차이를 구분하지 못한 정책이다', '역차별'이라는 발언이 이어졌다. 요즘것들연구소가 이메일로 받은 제보들엔 인국공 최종 면접에서 불합격한 취준생, 지난해 채용비리로 논란이 됐던 서울교통공사에 입사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인국공 논란이 '공정이슈'로 떠오르면서 정치권의 논쟁은 계속해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미래통합당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달가워하지 않는 것 같다"며 날을 세우기도 했다.

김 의원은 "(통합당은) 정규직 전환을 위해 어떤 대안도 제시하지 않는다. 공공부문이 전환되면 그 다음은 자기 지지기반인 민간 대기업이 될 것이라 보기 때문일 것"이라며 "젊은 청년들을 무한경쟁으로 몰아넣는 취업고시 문제도 관심 없다. 협력업체 비정규직을 해고하고 공채로 다시 뽑는 것을 '공정'이라고 한다. 공채만 '공정'이라고 하고, 비정규직은 시험을 보지 않아 동료가 아니라는 특권의식도 부추기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가 2배가 나도 불공정이 아니란다. 차별을 그대로 두자는 것인지 이해가 잘 안 간다"며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대통령이 갔던 사업장이라 특혜를 준다는 선동도 열심이다. 대통령이 찾아간 것은 비정규직 비율이 가장 많은 상징적인 사업장이었기 때문이다. 정규직 전환은 인국공만 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 의원의 두 자녀가 각각 영국과 중국에서 유학생활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 여론이 불붙고 있다. 또 여권 내에서도 이번 논란을 통해 청년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포착됐다.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28일 페이스북에 '인국공에 대한 청년들의 문제제기는 공평과 공정의 문제'라는 글에서 "인국공 관련 청년들의 분노는 우리사회 만연한 불공정성에 대한 문제제기이며 경청해야 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청년들의 분노를 '그들의 일자리를 빼앗긴 것에 대한 문제', 즉 이해관계의 문제로 보는 것은 본질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공정함을 잃은 것에 대한 저항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이쯤에서 노동문제를 보다 근원적으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라며 인국공 정규직화의 문제점으로 △노동 경직성 강화 △정규직화된 노동자들에게 주는 희망 고문 △공기업 외 공공영역에서의 비정규직 대책 문제를 꼽았다.


moon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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