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등 대남 강경 태도를 보였던 북한이 군사행동 계획을 보류하는 등 한반도 정세가 어수선하다. 남북관계가 다시금 기로에 섰다. /청와대 제공 |
미리 밝혀둡니다. 이 글은 낙서 내지 끄적임에 가깝습니다. '일기는 집에 가서 쓰라'고 반문한다면 할 말 없습니다. 그런데 왜 쓰냐고요? '청.와.대(靑瓦臺)'. 세 글자에 답이 있습니다. '대통령이 생활하는 저곳, 어떤 곳일까'란 단순한 궁금증에서 출발합니다.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보지 않았을까요? '靑.春일기'는 청와대와 '가깝고도 먼' 춘추관에서(春秋館)에서 바라본 청춘기자의 '평범한 시선'입니다. <편집자 주>
美 비핵화 진정성 의문…이해관계 얽힌 韓 평화 '가시밭길'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문득 군 복무 시절이 떠오른다. 경험과 계급에 상관없이 경계 임무에 나서면 늘 긴장했다. 북녘땅이 맨눈으로 보일 만큼 가까운 곳이라서 더 그랬다. 실제로 여러 차례 비상이 걸리기도 했다.
2006년 10월 북한의 1차 핵실험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첫 핵실험이라 매우 파장이 컸다. 언론 보도를 보면 마치 곧 전쟁이라도 일어날 것 같던 분위기였다. 24시간 비상대기하면서 느꼈던 긴장감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그 당시 전쟁 없는 나라, 평화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체감했다.
요즘 한반도 정세도 다시 불안정하다. 북한이 지난 16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등 한반도 긴장감을 끌어올리다가 돌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4일 대남 군사행동 계획을 전격 보류했다.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언제 또 북한이 급변할지 모른다는 관측도 적잖다. 북한 속내를 알 길이 없어 향후 행보는 '깜깜이'다.
청와대는 김 위원장의 결단 이후 별다른 반응이 없다. 25일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통일부의 입장으로 갈음했다. 통일부는 전날 대북전단 살포 행위에 엄중 대처하고 남북 간 합의를 지켜야 한다는 정부 기본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원론적인 견해를 밝혔다. 청와대는 말을 아끼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회고록(그것이 일어난 방)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비핵화 구상을 겨냥해 '조현병 환자 같은(Schizophrenic) 생각들'이라고 비유했다. /더팩트 DB |
북한 행보와 별도로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내용도 충격을 준다. 볼턴은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취소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건의하고 지난해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합의를 집요하게 방해했던 점은 그가 대북강경파라는 것을 고려하더라도 이해하기 힘들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을 홍보행사쯤으로 여겼다는 대목도 안타깝다. 트럼프 대통령과 마찰을 빚었던 볼턴 전 보좌관 회고록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지만, 그의 폭로가 사실이라면 그간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의 진정성이 의심될 수밖에 없다. 남북 평화에 훼방을 놓은 것으로 묘사된 일본의 태도는 논할 가치도 없다.
1945년 해방 전 열강들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했던 것과 다를 게 없어 보인다. 또 70년 휴전 상태인 지금 한반도의 주인은 과연 누굴까라는 생각이 든다. 새삼 한반도 평화는 주변국과 미국의 이해관계와 맞물려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동맹국인 미국 내부에서도 북한 비핵화를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려는 정황이 보이는데 북한의 '뒷배' 중국이라고 다를까 싶다.
볼턴 전 보좌관의 책에서 드러나듯 북미 대화에 남북관계의 보폭을 맞춰 온 지난 2년여의 노력은 다소 허무해졌다. 북미의 전향적 자세와 주변국의 조건 없는 협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애초 한반도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체제를 정착시키고, 지속가능한 남북관계로 발전하며, 한반도 신(新)경제공동체를 구현한다는 골자의 문 대통령의 한반도 프로세스는 긴 호흡이 필요하다. 문 대통령의 건투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