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공사의 보안요원 정규직 채용 논란으로 정치권의 논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국회=남윤호 기자·배정한 기자 |
"사소한 일" "가짜뉴스"…야당 집중 공격에 물러서지 않는 여당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인천국제공항공사(이하 인국공) 정규직 채용 문제를 둘러싼 정치권의 논쟁이 심화하고 있다. 여당 인사들은 '을의 전쟁'이라며 '일자리 정상화'를 주장했고 야당은 "로또취업"이라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야권은 인국공 논란을 계기로 지난 조국 사태 때부터 논란이 된 '공정 이슈'를 더욱 강조하는 모양새다.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은 26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 때문에 '인국공'이 불공정 채용 소굴이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회견에서 "이 상태에서 청와대가 '로또 취업'까지 이번에 계속 밀어붙이면 '인국공'은 불공정 대표기업의 불명예를 안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 의원은 지난해 9월 발표된 감사원 감사 결과를 인용해 새로운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자료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공사 협력사가 비정규직으로 채용한 3604명 채용 과정에서 채용 관련 서류가 없는 경우, 비공개로 채용된 경우 등이 있어 하 의원은 신규채용 3604명의 65%에 달하는 2358명이 불공정 채용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이번 인국공 논란을 두고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약속한 과정의 공정, 결과의 평등에 대한 배신감에서 비롯된 것"이라면서 "대통령은 불공정 로또 취업에 대해 청년들에게 사과하고 정규직 전환 과정의 공정성 확보 방안을 마련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하 의원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만들어 주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 더 상위의 가치가 공정의 가치라는 것"이라며 "공정의 가치가 관철되지 않을 때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하며 논란에 가세했다. 안 대표가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24차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화살을 문 대통령으로 돌려 비판에 나섰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안 대표는 "왜 하필이면 최고의 직장이라는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먼저 원인부터 따져봐야 한다"면서 "원인은 대통령이다. 바로 바로 문 대통령이 다녀가고, 직접 지시했기 때문에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대통령은 근본적 대책 없이 정치 홍보와 인기 영합용 지시를 했다"며 "대통령의 말에 충성 경쟁하는 관료들과 기관장에 의해 노동시장의 질서가 흔들리고 혼란에 빠진 것"이라고 했다.
안 대표는 이번 인국공 논란을 두고 "인천국제공항공사 사례는 마치 옛날 군대에서 사단장이 방문하는 내무반은 최신식으로 꾸미고 다른 낙후된 시설은 나몰라라 방치하는 것과 조금도 다를 것이 없다"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이 정권에선 아파트 사는 것도 로또고 정규직 전환되는 것도 로또"라면서 "모든 것이 로또고 운에 좌우된다면 성실하게 노력하는 수백만 청년 세대의 절망감은 무엇으로 보상받는가"라고 꼬집었다.
안 대표는 이번 논란을 둘러싼 청년층의 반발에 대해서도 "지금 수백만 취준생들의 목소리는 공정에 대한 요구이지 단순히 자신들의 피해에 대한 불만이 아니"라며 "청년들의 요구와 분노를 철없는 밥그릇 투정이라고 매도하는 세력이 있다면 그들이야말로 공정사회의 적이고 청년들의 적"이라고 말했다.
여당 입장에선 문재인 정부 대표 공약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의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방어 공세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전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좋은 일자리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현실에서 심각한 '고용 절벽'에 마주선 청년들의 박탈감은 이해합니다만 취준생의 미래 일자리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가로채 간다는 논리는 부당하다 못해 매우 차별적"이라면서 "공정하지 않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조금 더 배우고 필기시험 합격해서 정규직이 됐다고 비정규직보다 2배가량 임금을 받는 것이 오히려 불공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가짜뉴스'를 비판하면서 "아르바이트하다가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것, 취준생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것은 거짓"이라며 "사정이 이런데도 20만 명이 넘는 분들이 국민청원에 서명한 것은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을 공격하려는 조중동 류의 가짜뉴스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해찬 대표도 논란 진화에 나섰다. 그는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런 일로 국민들을 혼란에 빠뜨리는 행위가 더 이상 벌어지지 않도록 자중할 것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논란이 확산하는 가운데 여권 인사들은 정규직 채용 결정을 옹호하고 나섰다. 이해찬 대표는 "이런 일로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는 행위가 더 이상 벌어지지 않아야 한다"며 경계했다. /배정한 기자 |
당권경쟁에 나선 우원식 의원도 입장을 밝혔다. 이날 오후 우 의원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내부갈등, 청년을 중심으로 한 역차별 논란 등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며 "오해와 억측이 너무 번져 모두가 상처받는 상황으로 가지 않나 매우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한 "코로나로 인한 경영 여건이 어려운 상황 등 극히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기존 공항공사 업무에 대한 신규 채용은 정규직 전환에 따른 영향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공사나 정부가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 의원은 이번 논란에서 보안검색 업무가 공항 안전을 위한 필수업무로 공사가 직접 수행해야 한다는 점, 앞으로 관련 취업준비생에게 신규 채용 수요가 발생할 경우 그 자리가 공사 정규직으로 채용되는 점을 들어 "더 많은 좋은 일자리에 도전할 기회가 열리는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제도 정비 역할을 강조하기도 했다. 우 의원은 "기재부의 공공기관 총액인건비제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며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 1호 공약인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이 공정한 사용자로서 정부의 의무를 다하는 일인 만큼 지속적인 제도개선에 정부와 함께 최선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 정치권에선 보수·진보 할 것 없이 이번 논란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2030세대와 노조 등 다양한 이해관계 집단이 얽혀 있는 만큼 국민적 관심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통합당은 오는 29일 관련 토론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통합당 청년문제 전문해결모임 '요즘것들연구소'는 '인국공 로또취업 성토대회'를 출범행사로 개최한다. 이날 행사엔 '부러진 펜운동'에 처음 나선 공시생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moone@tf.co.kr